거래상 지위남용 혐의... 검찰, 방판 담당 전 임원 추가기소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방문판매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카운셀러)을 일방적으로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등 처분을 받은 (주)아모레퍼시픽(대표이사 서경배)과 방판사업부 전 임원 A씨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오는 3월 형사법정에 선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지난해 12월 8일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다른 점포에 임의로 재배정한 혐의(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중 불이익 제공)로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A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에 배당돼 지난 19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3월 15일로 연기됐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8월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482명을 특약점주와 판매원의 의사에 관계없이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일방적으로 이동시킨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중 불이익 제공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정액) 부과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4호는 사업자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리며 검찰 고발을 의결하지 않았다. 당시 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심사관도 소회의 심의 때 검찰고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5월 26일 의무고발요청권 심의위원회를 열어 아모레퍼시픽(법인)과 불공정거래행위에 가담한 방판사업부 담당 전 상무 A씨를 고발하도록 공정위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법은 거래상 지위 남용 등의 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공정위는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71조 제1항, 제2항).

그동안에는 전속고발권을 부여받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지만 2014년 1월 17일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법률 제11937호)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검찰총장, 중소기업청장 등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고발하도록 의무화했다(법 제71조 제3항, 제4항, 제5항).

중소기업청의 고발 요청을 받은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 법인 고발과 별도로 지난해 7월초 제1소회의를 열어 특약점 소속 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킨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가담한 방판사업부 전 상무 A씨를 고발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 회사 측이 2014년 제시한 합의안을 거부한 전 특약점주들(피해대책협의회)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재고 화장품을 펼쳐놓고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모습.
▲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 회사 측이 2014년 제시한 합의안을 거부한 전 특약점주들(피해대책협의회)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재고 화장품을 펼쳐놓고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모습.

공정위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은 A씨에 앞서 방판사업부 담당 임원으로 같은 업무를 담당한 B씨 상무의 범행 사실도 포착해 공정위에 추가로 고발을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A씨를 기소하며 “방문판매원 빼내기는 주로 실적이 우수한 방문판매원을 대상으로 삼았고, 이러한 ‘갑질’ 행태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세분화 전략’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경영전략이라는 핑계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지만 방문판매원을 뺏긴 특약점에 대한 인원 보강이나 금전적 손실 보전 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추가 고발을 받은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제1소회의를 열어 B씨에 대한 고발을 결정하고 올해 1월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키는데 관여한 혐의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2006년∼2012년 아모레퍼시픽 방판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며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임의로 다른 점포에 보내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로 기소된 B씨도 A씨와 같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에 배당돼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 2013년에 이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담당 사장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겸허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 처분에 대해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한 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의 4번째 변론은 2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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