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경-이마트 등 ‘부당한 표시광고’ 심의절차종료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주), (주)이마트, SK케미칼(주) 3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종료 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사무처 “독성물질 은폐·누락” 의견... 위원회는 “판단 불가“

공정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말까지, 이마트는 애경산업으로부터 납품받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PB상품)’를 2006년 10월부터 2011년 8월말까지 판매했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사무처 소속 심사관(서울사무소 소비자과)은 애경산업 등 3곳이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제품 라벨 등에 제품의 주성분명 및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한 것은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소회의 심의에 부쳤다.

또 이들 제품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상 안전관리 대상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으로 표시하고, ‘천연솔잎향의 삼림욕 효과’와 같이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 애경산업이 판매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품 라벨 표시내용.
▲ 애경산업이 판매한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 제품 라벨 표시내용.
▲ 이마트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라벨 표시내용. [자료출처=공정위]
▲ 이마트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라벨 표시내용. [자료출처=공정위]

표시광고법 제3조(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의 금지) 제1항 제2호는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심의한 공정위 제3소회의(의장 김성하 상임위원)는 CMIT/MIT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 유해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환경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했다.

표시광고법상 기만적인 표시·광고는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 중요한 사실 및 내용을 은폐·누락한 행위를 말하지만, 현재까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인체 위해성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판단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2년 2월 2일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3개월 간 동물흡입실험 실시한 결과 지난해 11월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던 PHMG, PGH가 주성분인 6개 제품은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지만 CMIT/MIT를 주성분으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4개)에 대해서는 ”최종 실험결과에서도 실험동물의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달 12일  열린 제3소회의에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건을 상정해 대면심의를 벌였지만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해 19일 합의를 속개해 심의절차를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환경부는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비염·기관지염 등 피해와 폐 이외의 장기 손상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은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칙 제46조 제4호).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인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 심의·의결할 경우 사무처가 원고(심사관), 위원회가 재판부 기능을 수행해 준사법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의절차종료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결과에 있어서는 무혐의와 같지만 혐의를 입증할 추가적인 증거가 나올 경우 조사 및 심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혐의와 차이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심의절차종료 의결과 관련 “애경산업 등의 행위에 대해 표시광고법상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며 “환경부의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인체 위해성에 대한 추가적 사실관계가 확인돼 위법으로 판단될 경우 이들 업체들을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짓 표시’ PHMG-PGH와 달리 ‘기만적 표시’ 혐의 적용

20112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 폐 손상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며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위해성 조사 및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출시와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0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등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광고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여성환경연대 등의 신고에 따라 조사에 들어갔다.

다음해 2월 질병관리본부가 “동물흡입실험 결과 PHMG, PGH가 주성분인 6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하자 공정위는 ‘인체에 안전 또는 무해하다’는 표시를 한 제품을 판매한 (주)옥시레킷벤키저, (주)버터플라이펙트, 홈플러스(주), 아토오가닉 4개 업체에 대한 심의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7월 제3소회의를 열어 PHMG, 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 등의 부당한 표시행위 건을 심의해 이들 업체가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지에 안정하다고 허위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공표명령 포함)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PHMG, 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 6개 제품 중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롯데마트와 글로엔엠에 대해서는 심사관 전결로 경고 조치했다.

공정위는 당시 4개 업체에 대해 검찰 고발 등 조치를 부과하며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금지 규정을 적용했다.

이들 업체가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PHMG, PGH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에 ‘인체에 인체에 안전 또는 무해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거짓 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공정위가 이번에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한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에 대해서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 ‘기만적인 표시·광고’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심의를 벌였다.

이들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CMIT/MIT 원액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 2012년 9월 유독물로 지정한 점을 고려했다.

형사재판으로 비유하면 검사 격인 공정위 사무처 소속 심사관은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유독물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제품의 주성분명과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 또는 누락한 것은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판사 격인 공정거래위원들은 애경산업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는 CMIT/MIT 성분이 0.015%만 들어가 있어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화학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대부분 원액 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2년 PHMG, 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조사하며 인체 유해성에 초점을 맞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결정한 것과 달리 이번에 조사한CMIT/MIT 성분 제품에 대해서는 독성물질 은폐·누락 부분에 초점을 맞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환경부 조사로 인체 위해성 입증될 경우 공정위 재조사 가능

공정위는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등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 심의·의결할 때 위원 9인 전원으로 구성하는 전원회의와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한 위원 3인으로 구성하는 소회의로 구분해 운영한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중대한 사건은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은 소회의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 보호가 목적인 표시광고법·방문판매법·할부거래법 등 위반사건은 3개의 소회의 중 제3소회의가 담당한다.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 등 3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심의한 공정위 제3소회의 의장을 맡은 김성하 상임위원은 23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이들 업체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낫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아 여러 특별위원회 활동도 진행되고 있고, 다른 부처에서도 관련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애경산업 등 3개 업체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사실이 지난 2011년 8월말 종료돼 공소시효가 올해 8월 31일 만료되기 때문에 공소 부분을 정리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결론을 내렸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24일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광고’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 공소시효는 5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 이마트 등은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를 권고한 2011년 8월 31일 리콜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돼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더라도 행위 사실은 그날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공소시효는 이달 31일 만료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외에도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의 처분시효는 2021년 5월이라 CMIT/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될 경우 공정위 사무처가 재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김 상임위원은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올해 4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신고를 접수한 후 직권인지한 이마트를 포함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3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과 같은 심의절차종료 처리했지만 의결서를 작성한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열린 20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무혐의 등 법 위반이 아닌 사안에 대해서도 의결서를 작성해 공개하겠다”며 “7월 심의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제3소회의가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한 애경산업 등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건은 그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무혐의 또는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한 사건에 대해 의결서를 작성하지 않아 국회에서 여러 번 지적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7월 이후 심의하는 사건은 모두 의결서를 작성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심의절차종료 처리된 이번 가습기 살균제 건도 의결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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