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개시 여부 5일 판가름

퀄컴이 특허권 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받던 중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공정위는 올해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미국의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인코퍼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등에 대한 건을 심의했다.

공정위는 1차례 심의로 종결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날 심의를 종료하지 않고 8월 17일, 9월 5일, 이달 11월 9일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속개했다.

◆피심인 대리인 “잘 구성된 소설을 보는 것 같다”더니...

퀄컴은 4차례 심의를 받은 후 사업자가 심의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인한 경쟁제한상태 등의 자발적 해소, 소비자 피해구제, 거래질서의 개선 등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그 타당성을 판단해 인정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한 셈이다.

▲ 공정위는 지난 7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했다.
▲ 공정위는 지난 7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했다.

피심인 퀄컴 측 대리인은 지난 7월 20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첫 심의에서 심사관 보고 후 “상당 시간 심사관이 발표한 보고 내용은 인과간계와 증거, 논리적 근거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그냥 편하게 들으면 아주 흥미롭게 잘 구성된 논리”라며 “조금 과한 비유일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잘 구성된 소설을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이어 “소설이나 극본 같은 스토리에서는 엄격한 증거의 뒷받침도 필요없고, 논리적 인과관계도 보이지 않고, 그럴 듯한 개연성이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심사관(시장감시국장)은 재반박을 통해 “(피심인 대리인은 심사보고 내용에 대해) 증거도 없는 소설이라고 주장했지만 보고서에는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며 “(심사보고서에 나오는) 증거를 보기나 했지만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퀄컴의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공정위는 12월 5일 전원회의를 열어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공정위가 동의의결 잠정안을 마련한 후 이해 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공정위는 2014년 11월 영화사업자 CJ CGV(주), CJ E&M(주), 롯데쇼핑(주)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건에 대해 신청한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주), (주)KT, (주)LG유플러스가 부당 광고행위에 대해 신청한 동의의결은 지난해 12월 개시 결정을 내렸다.

◆2009년 부과 2700억원대 과징금 취소소송 대법원 심리 중

퀄컴 미국 본사(Qualcomm Incorporated)는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한 심사보고서(Examiner’s Report)를 받았다”며 “심사보고서에 기재된 혐의 내용은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법 적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The allegations and conclusions contained in the ER are not supported by the facts and are a serious misapplication of law)”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같은 달 20일 “최근 여러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퀄컴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확인하며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 및 시정조치 등에 대한 심사관의 의견에 불과하고 공정위 결정은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 언급된 바와 같이 심사보고서가 퀄컴의 특허 로열티가 과도한지 여부, 즉 로열티 수준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며 “퀄컴이 독점력 있는 특허권의 행사를 통해 경쟁사를 배제하는 등 시장 경쟁을 제한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09년 7월 미국 퀄컴인코퍼레이티드의 로열티 차별, 조건부 리베이트 등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30일 작성된 의결서에 따르면 퀄컴인코퍼레이티드에 부과한 과징금은 2731억9700만원으로 늘어났다.

퀄컴 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는 2013년 6월 19일 한국퀄컴(주)과 퀄컴씨디엠에이테크날러지코리아(유)에 대한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과징금에 대해서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 측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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