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CJ CGV-롯데시네마 과징금 등 부과 취소하라”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2014년 12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취임 후 첫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2014년 12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취임 후 첫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원회의에서 제재 수준을 결정한 사건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 부장판사)는 영화사업자 (주)CJ CGV와 롯데쇼핑(주)가 공정위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15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계열배급사에 현저히 유리하게 대우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정위는 지난 2014년 12월 17일 전원회의를 열어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CJ CGV와 롯데쇼핑(사업부 롯데시네마)가 계열배급사(CJ E&M) 또는 자사(사업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차별적으로 유리하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31억7700만원, 23억6700만원의 과징금 5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해 의결서를 송달받은 두 회사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계열배급사 또는 자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차별적으로 유리하게 제공한 행위는 “사업자는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1호(거래상대방 차별)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와 관련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 대하여 수량·품질 등의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에 관하여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취급을 하는 행위에 해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화상영업자마다 흥행성 예측이나 상영회차 편성에 관한 내부 기준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상영업자가 편성한 상영회차와의 차이를 근거로 두 회사가 계열배급사 또는 자사를 현저히 유리하게 대우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정명령 등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CJ CGV가 2010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상영한 영화는 총 1343편이고, 그 가운데 CJ E&M이 배급한 영화는 145편인데 공정위는 이중 25편의 영화만을 추출해 차별행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위반기간 동안 상영한 영화를 전체적으로 분석해 차별 대우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특정 영화만을 선별해 차별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오류를 수반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설령 CJ CGV의 차별행위가 일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그 차별의 정도가 현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정위 조사-심의 중간에 위원장 교체... 청와대 외압 의혹 제기돼

영화사업자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조사한 공정위가 2014년 10월께 혐의사실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 심의에 상정하자 CJ CGV와 롯데쇼핑(롯데시네마)는 다음달 21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중대·명백하지 않은 법 위반 혐의 사항에 대해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2일 전원회의를 열어 두 회사의 동의의결절차 개시 신청 건을 심의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는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동의의결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공정위는 같은 달 4일 전원회의를 열어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연기했다.

같은 달 5일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이 의원면직 형식으로 퇴임하고 정재찬 위원장이 취임했다.

정 공정위원장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원회의에서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건을 상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가 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과를 뒤집을 수 있지만 이번 서울고법 판결로 정 공정위원장이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 공중파방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 인사는 지난 2014년 6월 당시 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으로부터 ‘CJ그룹의 문화콘텐츠 계열사인 CJ E&M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라’고 압박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하며 공정위가 청와대의 말을 듣지 않자 공정위원장을 경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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