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청문회서 공방...여야 “개선안 도출” 합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에 대해 고발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이진복 의원)는 20일 오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를 열어 각계 전문가들의 진술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 나온 4명의 전문가 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민변) 김남근 부회장은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반면 한국법제연구원 김윤정 부연구위원, 동아대 경제학과 오동윤 교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진열 교수는 폐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들어 폐지에 반대하는 대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국회 정무위는 20일 오후 민변 김남근 부회장, 법제연구원 김윤정 부연구위원, 동아대 오동윤 교수, 부산대 주진열 교수(오른쪽부터)를 진술인으로 참여시킨 가운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 국회 정무위는 20일 오후 민변 김남근 부회장, 법제연구원 김윤정 부연구위원, 동아대 오동윤 교수, 부산대 주진열 교수(오른쪽부터)를 진술인으로 참여시킨 가운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정위 정재찬 위원장은 앞서 1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하며 “(국회의) 전속고발권 제도 개편 요구에 부응해 일정 요건을 갖춘 법정단체 등에게 고발요청권을 확대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제도는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2014년 1월 17일 시행)으로 의무고발제가 도입되며 보완되었지만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1조(고발) 제1항 “제66조(벌칙)) 및 제67조(벌칙)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법은 제71조 제3항에 “검찰총장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고발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음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여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검찰총장의 고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었다.

개정 법은 제4항 “공정위가 제2항에 따른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더라도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과 함께 제5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고발요청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보완했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제(고발요청권)가 도입되었지만 개정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3년간 고발을 요청한 건수는 중소기업청 11건, 조달청 3건, 검찰총장 1건 등 15건에 불과하고 감사원은 1건도 고발을 요청하지 않았다.

▲ 공정위는 고발하지 않은 2건에 대해 법 위반 사업자가 고발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진신고자에 해당한다고 설명. [출처=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검토보고]
▲ 공정위는 고발하지 않은 2건에 대해 법 위반 사업자가 고발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자진신고자에 해당한다고 설명. [출처=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검토보고]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지난해 6월 28일 “현재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대해 유일하게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지만 공정위가 이를 소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 제3항, 제4항, 제5항은 삭제하고 제2항을 “공정위는 제66조부터 제69조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로 바꾸고, “공정위는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고발을 취소하지 못한다”는 제6항을 그대로 두는 안이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같은 해 9월 5일 “중기청 등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지만 조사권한 부재 등 현실적 문제로 고발요청권 행사가 미진해 당초 법 개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는 이유를 들어 위법성이 중대하고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부당한 공동행위, 부당지원 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보복조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71조 제1항의 ‘제66조 및 제67조의 죄’를 ‘제66조 제1항 중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죄 및 제67조의 죄’로 고쳐 제66조(벌칙) 제1항의 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의 규정에 위반하여 남용행위를 한 자(제1호), 제7조(기업결합의 제한) 제1항 본문을 위반하여 기업결합을 한 자(제2호),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자 또는 이를 행하도록 한 자(제9호),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제7호,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제1항 또는 제4항을 위반한 자(제9의2호), 제23조의3(보복조치의 금지)을 위반한 자(제9의3호)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 4명의 진술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에 초점을 맞춘 질의를 벌였고, 여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은 대부분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부각시켰다.

▲ 김관영 의원
▲ 김관영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 여야 4당은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들이 수차례 만나 논의한 결과 공청회 후 내일(21일)부터 시작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개정안 2건을 기본으로 해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하는 공정위가 제출하는 정부안을 병합 심사해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하며 공정위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재촉했다.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관영 의원은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한 공정위 신동권 사무처장은 “고발요청 기관을 확대하거나 전속고발권을 선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정위 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신동권 사무처장
▲ 신동권 사무처장

한편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공정위 소관 법률인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도 적용된다.

하도급법 제32조(고발), 대규모유통업법 제42조(고발), 가맹사업법 제44조(고발)는 공정거래법 제71조와 비슷한 형태의 조항을 두고 있다.

표시광고법은 제16조(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준용) 제3항에 “이 법 제17조에 따른 죄의 고발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71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전속고발권 제도가 완전 폐지된다면 이들 법률의 관련 조문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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