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심의안건 공지 안돼...공정위 "법 규정을 따랐다"

▲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는 정재찬 공정위원장.
▲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는 정재찬 공정위원장.

“특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가 삼성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법 집행 가이트라인(지침)’을 마련한 공정위가 개최한 전원회의 기록을 제출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출을 거부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2월 2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공정거래법 제9조의2)에 대한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전문가 의견, 공정위 전원회의(토의사항) 논의 결과 등을 종합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조항(제9조의2)을 신설한 개정 공정거래법은 2014년 7월 15일 시행됐다.

공정위는 이달 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이 1000만주였지만 청와대의 외압으로 500만주로 줄여주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형성·강화 이슈가 발생했는데 삼성에서 2015년 9월 8일 최초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공정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전원회의 개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2월 1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건을 토의사항으로 상정해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정위는 정보공개 후 전원회의 장소는 '세종청사 회의실'이 아닌 '정부과천청사 회의실'로 정정. [출처=공정위 정보공개 자료]
▲ 공정위는 정보공개 후 전원회의 장소는 '세종청사 회의실'이 아닌 '정부과천청사 회의실'로 정정. [출처=공정위 정보공개 자료]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7조의3(전원회의 및 소회의 관장사항) 제1항 제1호는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법령이나 규칙·고시 등의 해석 적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 측이 개정된 법 조항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면 공정위는 이를 전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상정해 의결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의결사항이 아닌 토의사항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법이 규정한 ‘심의·의결’은 심의만 하고 의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고시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 제8조(의안의 구분) 제1항은 “간사(심판관리관실 소속 심판총괄담당관 또는 서기관)는 각 회의(전원회의, 소회의) 의장과 협의하여 의안을 결정사항, 의결사항, 보고사항 또는 토의사항으로 구분하여 준비한다”며 제4항에 “제1항에서 토의사항이라 함은 각 회의의 결정 또는 의결 이전에 각 위원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말하며, 각 회의의 의장은 회의진행 과정에서 결론이 도출되고 결정 또는 의결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결정 또는 의결사항으로 변경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법령이나 규칙·고시 등의 해석 적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개정 법 조항 최초 유권해석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의결사항이 아닌 토의사항으로 처리해 의혹을 자초한 셈이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안건을 의결하려면 재적위원 9명 중 5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공정거래법 제42조 제1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에 공정위가 삼성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과 관련 공정위가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하고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건을 토의사항으로 처리했다는 2015년 12월 16일 전원회의는 ‘엘에스니꼬동제련과 지알엠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이동통신 3사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건 동의의결개시 신청에 대한 건’ 2건을 구술안건으로 상정해 공개심리를 벌였다.

공정위가 가이드라인 마련 건을 의결사항으로 처리했다면 서면안건으로 상정했어야 하는데, 이 경우 안건을 공정위 홈페이지 ‘심의안건’을 통해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

하지만 토의사항으로 상정해 심의안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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