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원은 독립사업자 지위...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있다”

다단계판매 업체가 다단계판매원에게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대다수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잘 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7월 다단계판매 업체 A사에 대해 소속 판매원이 회사로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다단계판매 업체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 공정위서 시정명령

A사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불복해 같은 해 10월 서울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지난해 11월 판결이 확정됐다.

A사가 공정위로부터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방문판매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닌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9조(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제1항은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사는 판매원이 회사로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상위판매원이 구입가 미만으로 물품을 판매하여 하위판매원이 퇴출되는 것을 방지해 상위판매원과 하위판매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상위판매원이 자신의 높은 후원수당을 활용해 구입가 미만으로 판매행위를 하더라도 각각의 개별 상위판매원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매우 미미하므로 이를 부당염매를 통한 경쟁사업자 배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이로 인하여 소비자후생의 증가가 기대되는 정당한 가격경쟁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소속 판매원에게 ‘다단계판매원이 회사로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이유는 ‘가격 정책’이 무너져 판매원 유입 등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 업체의 판매원으로 가입해 구입한 상품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면 판매원들의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많은 업체들이 ‘재판매가격 유지’ 규정을 적용해 왔지만 A사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계기로 대부분의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이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출처=공정위]
▲ [자료출처=공정위]

그렇다면 다단계판매 업체가 소속 다단계판매원에게 ‘회사에서 구입한 상품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등에서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면 어떻게 될까.

◆재판매 금지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경우에 해당”

방문판매법이 규정한 다단계판매의 ‘다단계’는 상품 유통구조가 다단계라는 것이 아니라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구조가 다단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다단계판매 업체가 소속 판매원에게 ‘재판매 금지’ 규정을 적용할 경우 ‘재판매가격 유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은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불공정거래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하며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제5호)’를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메리알코리아(주)가 심장사상충 예방제 ‘하트가드’를 국내 독점 판매상인 (주)에스틴에 공급하면서 판매 유통채널을 동물병원으로 제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메리알코리아가 판매상인 에스틴에 하트가드를 공급하면서 동물병원이 아닌 동물약국에는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거래상대상을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로 본 것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불공정거래행위의 지정) 제1항은 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정하며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구속조건부 거래)’에 대해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배타조건부거래’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 2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과 관련해 마련한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241호)은 구속조건부 거래 중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의 대상 행위에 대해 “거래지역 제한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은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는 거래상대방에게 가격 이외의 조건을 구속한다는 점에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와 구별된다”며 위법성의 판단기준으로 “지역제한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타 불공정행위와 병행하여 행해지거나 재판매가격유지의 수단으로 사용되는지 여부, 병행하여 사용될 경우 경쟁제한효과가 클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서비스 질 제고 및 가격인하 유인이 축소되는 지 여부도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된다.

공정위는 메리알코리아의 구속조건부 거래 부당성을 판단하며 “피심인이 동물약국의 시장진입을 차단한 결과 전국적으로 3000여개가 넘는 동물약국에서 하트가드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으며, 아울러 피심인의 행위는 동물병원의 가격인하 유인 축소로 이어져 동물병원에서 동물약국으로 일부 유출돼 동물약국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의 가격은 동물병원 판매가격의 60% 수준인 3만3000원에서 3만5000원 정도인데 반해 동물병원은 1만7500원에 공급받은 하트가드 1팩을 소비자에게는 그 3배가 넘는 수준인 5만4000원에 판매하는 등 종국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크게 저해하는 효과를 초래했다”며 “피심인의 행위는 경쟁제한 의도와 목적이 분명하며,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는 거의 없고 그에 비해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는 매우 커서 동물병원과 동물약국 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차단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므로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경수 변호사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판매원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재판매금지 행위와 관련 “판매원은 독립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어 다단계판매 업체가 판매원의 재판매를 금지하는 행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과 거래 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며 “다단계판매 업체가 판매원 회원약관에 이 사실을 명시할 경우 약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한경수 변호사는 다단계판매업 등 특수거래분야 전문 변호사로 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을 역임한 김홍석 선문대 교수와 함께 2012년 ‘개정 방문판매법 해설’을 출간했다.

한 변호사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은 A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취소소송 사건에서 공정위 대리인으로 참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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