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이재용 공판' 증언 후 소감

“공무원은 언제든지 그만두어야 하는데요, 뭐...”

기획재정부 최상목 전 차관은 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2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마친 후 “차관에서 이임한 다음날 법정에 출석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최상목 전 차관은 전날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고형권(53)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임명하자 이임 인사를 하고 기획재정부를 떠났다. 퇴임 후 맞은 첫날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받은 신세가 됐다.

▲ 기획재정부 최상목 전 차관은 퇴임 다음날인 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 기획재정부 최상목 전 차관은 퇴임 다음날인 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최 전 차관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 계열사가 매각해야 할 주식 수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올해 2월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최 전 차관은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공정위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박영수 특검팀 조사에서 공정위가 삼성 계열사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최종 결정하기 전인 2015년 12월 22일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전화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500만주 처분(2안)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역정을 낸다. 상황이 좋지 않다. 형님이 (공정)위원장님께 500만주 처분(2안)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 증인으로 나온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19회 공판에서 특검팀 검사가 이를 공개하며 신문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진술했다기보다 검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진술조서를 작성한 특검팀 검사가 "검사가 이런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냐. 이 이야기를 누가 먼저 했느냐"고 질문하자 김 전 부위원장은 “내가 먼저 말했지만 안종범 수석이 2안으로 해라고 했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와 관련 최상목 전 차관은 1일 증인신문에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자 안종범 당시 수석이 ‘공정위원장이 빨리 결정하라고 하라’고 했다고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면서도 “2안(500만주)이라고 특정해서 김 부위원장에게 말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공정위는 이에 앞서 10월 14일 제일모직(존속)-삼성물산(소멸)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려면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각각 500만주, 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당시 신영선 사무처장(현 부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 정재찬 위원장까지 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정위 기업집단과 서기관은 업무일지에 청와대가 10~11월 ‘1000만주 처분’ 삼성 측에 공식 통보와 언론 발표를 늦추도록 공정위에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적었다.

최 전 차관은 “공정위에 ‘결과를 먼저 언론에 공개하지 말고, VIP(대통령) 순방 이후에 하라’고 지시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그런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1000만주 처분에 따른 주식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삼성 측에서 만들어 공시하는 게 시장친화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최상목 전 차관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큰데 이에 대한 공정위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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