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 김종중 사장 ‘식당만남’ 과정 위증 판단한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 공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5일 밝혔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현 단국대 초빙교수)은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19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공정위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따라 발생한 순환출자 형성 또는 강화 이슈와 관련 삼성그룹 계열사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증언했다.

◆공정위 당시 실무자 5일 전 일지에 “17일 면담 예정” 기록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2015년 11월 17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퇴근해 경기도 분당 자택으로 올라오다 오후 5시 30분쯤 김종중 사장의 전화를 받고 7시께 판교 쪽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하지만 당시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사무관이 작성한 일지에는 “11월 12일 삼성전자 관계자로부터 ‘17일 김종중 사장이 김학현 부위원장 면담이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학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전 9시 37분에 시작돼 11시 56분 정회했다. 김 전 부위원장 이후 속개된 소위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증언이 사실이라면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정오 무렵 국회를 나와 세종시 청사로 내려간 후 업무를 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 경기도 분당 자택으로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김종중 사장의 전화를 받고 분당과 가까운 판교의 식당에서 만나게 됐다는 것으로, 서로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팀은 ‘17일 김종중 사장이 김학현 부위원장 면담 예정’이라고 적은 공정위 기업집단과 사무관이 작성한 일지 12일자를 근거로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팀은 “현행 특검법은 특별검사 기소 사건의 위증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피고인 및 관련자들이 이를 악용해 기존 진술 및 객관적 증거에 명백히 반하는 허위 증언을 할 우려가 크다”고 수사의뢰 이유를 설명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김종중 사장과 관계에 대해 법정에서 “2000년대 초반 알게 되었는데 잘 아는 친구의 친구”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그 친구는 공정위에 근무하다 삼성 계열사에 재취업한 정모씨로 드러났다.

◆정재찬 공정위원장 “민원인 밖에서 만난 건 바람직하지 않아”

삼성 측은 지난 2015년 9월 2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기를 마친 후 같은 달 8일 공정위에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형성 또는 강화 이슈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같은 해 10월 14일 제일모직(존속)-삼성물산(소멸)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려면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각각 500만주, 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당시 신영선 사무처장(현 부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 정재찬 위원장까지 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삼성 측에 비공식으로 통보했지만 외부에 발표하지 않다가 재검토에 들어가 같은 해 12월 23일 삼성 계열사가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주 500만주’로 변경했다.

▲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린 2015년 1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 대기실 안내판에는 이날 안건이 게시됐다. 하지만 토의안건으로 상정한 삼성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형성 또는 강화 이슈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린 2015년 1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 대기실 안내판에는 이날 안건이 게시됐다. 하지만 토의안건으로 상정한 삼성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형성 또는 강화 이슈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12월 16일 전원회의를 열어 토의사항으로 상정해 논의하고도 청와대 및 경제부총리 보고를 거쳐 1주일이나 지나 최종 결정해 ‘특혜’ 논란을 불렀다.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은 11월 17일 저녁 삼성 미래전략실 김종종 당시 사장을 외부 식당에서 만나 “(처분해야 할 주식) 1000만주 중 삼성SDI 부분은 재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들은 후 공정위 기업집단과 실무진에게 “법 적용이 잘못된 거 아니냐”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김종중 사장을 만난 후 재검토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오류가 있는 결정을 바로잡으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달 2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3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김학현 부위원장이 김종중 사장을 외부 식당에서 만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신문에 대해 “민원인을 밖에서 만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달 2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3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달 2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3회 공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김 전 부위원장이 삼성 측에 공정위 내부 논의 과정을 알려준 것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 수사 결과 김학원 전 부위원장은 2015년 12월 8일 김종중 사장에게 ‘다음 주 16일 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 같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마케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