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급 이하 직원들이 평가...‘내부 갑질’ 사례도 공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직원들이 평가한 ‘바람직한 공정인’에 신영호 대변인과 선중규 과장이 선정됐다.

◆과장급 이상 관리자 80명 평가 설문조사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위지부(지부장 류호형)는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능력, 품성, 책임감, 리더십 등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5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위공무원 중에서는 신영호 대변인이 97표를, 과장급에서는 선중규 과장(청와대 파견)이 77표를 각각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설문은 과장급 이상 80명(1급 4명, 국장 14명, 과장급 62명)을 평가대상으로 5급 이하 전체 직원 410여명 중 228명이 참여했다. 평가는 고위공무원은 3명, 과장급은 5명까지 선정하고 그 이유를 직접 기재하도록 한 후 선정된 관리자 이름을 단순 합계해 순위를 결정했다.

신동권 사무처장(1급)은 74표를 받아 자질을 겸비한 고위공무원 2위에 올랐다. 장덕진 소비자정책국장(69표), 윤수현 국장(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파견, 68표), 김재신 국장(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훈련 파견, 54표)가 뒤를 이었다.

자질을 겸비한 과장은 남동일 기업집단과장(67표), 신동열 전자거래과장, 오동욱 창조행정법무담당관(이상 38표)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직원들이 선정한 6번째 ‘바람직한 공정인’에 오른 신영호 대변인은 기업결합과장, 카르텔총괄과장을 역임한 후 2014년 12월 일반직고위공무원(2급)으로 승진해 카르텔조사국장을 거쳐 올해 2월 대변인에 임명됐다.

과장급 중 ‘바람직한 공정인’에 뽑힌 선중규 과장(4급 서기관)은 제조하도급개선과장, 기업결합과장, 약관심사과장을 지냈으며 6월부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2001년 처음 실시한 평가에서는 임영철 당시 하도급국장(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이 ‘바람직한 공정인’에 선정됐다. 이어 2003년 이동규 당시 독점국장(현 김앤장 고문), 2006년 이동규 당시 경쟁정책본부장, 2009년 황정곤 당시 하도급개선과장(현 김앤장 고문), 2014년 윤수현 당시 기획재정담당관(현 국장)이 각각 뽑혔다.

올해 ‘바람직한 공정인’은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과장급으로 나누어 선정했다.

◆냉장고에 쭈쭈바 없다고 과장이 조사관에 짜증

공정위 노조지부는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간부들의 갑질사례를 제보받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모 국장은 거의 매주 젊은 여성 사무관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자신이 직접 연락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다른 여직원에게 멤버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여직원은 동료들에게 사정하다시피 해 술자리를 마련했으며 술자리 내내 직원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국장의 얘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있어야 했다고 공정위 노조지부는 전했다.

A과장은 직원들이 내는 식비를 내지도 않으면서 식사의 대부분을 직원들이 각출한 과비로 해결하고, 식사메뉴를 자신이 결정하는 등 무분별하게 과비를 사용했다.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에게 눈치를 주는 것은 기본이고, 야간에 불시점검을 하는 등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했다.

B과장은 지방사무소장으로 근무할 때 관사관리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자신의 관사를 청소하게 하고 사무소 예산으로 관사물품을 구매하게 했으며, 관용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은 것으로 제보됐다.

현재 해외파견 근무 중인 C과장은 해당 국가로 출장오는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사오도록 지시하고, 과장으로 근무할 때 퇴근버스 예약, 여행 때 가족과 머물 숙소 예약 등 개인적인 업무를 수시로 직원들에게 시키는가 하면 사무실 냉장고에 쭈쭈바(아이스크림)를 사놓지 않으면 조사관에게 짜증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지부는 “공정위 고위공무원들은 거시적인 안목과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이 부족하고, 권한을 행사하면서 권한행사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과장들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고, 과장의 기본적인 역할인 사건내용 파악과 처리방향에 대한 고민,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국회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7일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어제 공정위 노조 지부에서 ‘갑질 근절한다던 공정위... 안에서는 갑질 여전’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그 시간 국회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 참석했다. 공정위지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 공정위 ‘내부 갑질’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공정위는 다음날 7일 보도해명자료를 내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지부의 ‘공정위 과장급 이상 관리자 평가 결과’ 발표가 김상조 위원장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 언론이 “공정위 노조의 ‘상갑질’에 대한 내부고발은 김상조 위원장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공정위는 지난 7월 6일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내부 직원들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2개월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정위가 통제 강화, 퇴직공무원 윤리규정 제정 등 대책을 추진했지만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심판관리관(일반직고위공무원), 감사담당관(부이사관), 노조지부장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는 TF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심판관리관은 전체적인 총괄 책임과 함께 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감사담당관은 조직체계별로 각 국 또는 과 단위로 의견을 수렴하고, 노조지부장은 실제 현장에서의 조사와 실무를 담당하는 6급 이하 직원들의 애로사항 등 의견을 솔직하게 담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공정위 노조지부의 6일 평가 결과 및 갑질사례 발표가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단언할 수 없어도 갑질사례는 공정위 신뢰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수집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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