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장 공모 소비자원 '이해관계 임원 지원' 싸고 논란 일어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4급)이 지난해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때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 8일 A서기관을 구속했다.

◆감사원 “서부발전 사장 추천 임추위 면접심사 결과에 영향 미쳐”

감사원은 올해 3월 20일부터 4월 21일까지 기획재정부 및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지난 9월 5일 발표했다.

감사원 이날 발표한 내용 중 ‘임원추천위원회 사장 후보자 추천 지원업무 부당 처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소속으로 소관 공공기관인 서부발전 사장 선임 지원 업무를 수행한 A서기관은 지원자 B씨가 임원추천위원회가 같은 달 6일 실시한 면접심사(3차 회의)에서 추천 대상인 3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서부발전 임추위 간사인 C처장의 전화 보고로 알게 된 후 C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B후보가 3순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며 “B후보가 3배수 안에 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C처장은 B후보를 5순위로 평가한 면접위원 D씨를 찾아가 면접심사 평가표 환산점수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며 “5순위 환산점수 1점을 1순위 환산점수인 5점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 수정된 평가표를 받는 방법으로 B후보를 3순위 안에 포함되도록 했다.

면접위원 D씨가 작성한 평가표에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된 임추위는 두 차례 더 회의를 열어 B후보를 포함해 4명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 감사원이 파악한 공공기관 채용 관련 법령. [출처=2017년 9월 5일 감사보고서]
▲ 감사원이 파악한 공공기관 채용 관련 법령. [출처=2017년 9월 5일 감사보고서]

공공기관 운영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인 서부발전의 사장은 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하여 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장인 산업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법 25조).

B후보는 공운위의 자신을 포함한 2배수 추천에 이어 산업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지난해 11월 서부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A서기관은 소관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에 관한 사항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최소한의 절차적 사항에 한정하고 면접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는데도 면접심사 과정이 종료된 사실을 알면서도 B후보가 3순위 안에 들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거듭 언급하여 서부발전 임추위 간사에게 영향을 끼치는 등 정당한 업무처리로 보기 어렵다”며 “공기업의 직원으로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사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인사업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는 업무담당자의 통상적인 업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A서기관은 임추위가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를 진행한 지난해 10월 4일(임추위 2차 회의) C처장와 2차례 통화하며 지원자 12명 중 B후보에 대해서만 ‘업무추진력이 뛰어났다’ 등 평판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서기관은 “B후보가 3순위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C처장에 전화해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한 것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평판이 좋다고 보고한 후보가 3배수 안에 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감사원은 “A서기관은 C처장에게 B후보가 3순위 안에 들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거듭 언급하며 면접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산업부에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요청했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 9월 20일 충남 태안에 있는 서부발전 본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산업부 A서기관을 구속했다.

 

▲ 지난달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김재중(오른쪽) 소비자원 원장 직무대행과 이를 지켜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 지난달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김재중(오른쪽) 소비자원 원장 직무대행과 이를 지켜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소비자원 임추위 구성 이사회 참석한 김재중 부원장이 응모 ‘불씨’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산하 공공기관 한국소비자원이 새 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0월 13일 서울지원에서 1차회의를 열어 한견표 전 원장의 중도 사임으로 공석이 된 원장을 공개모집 방법으로 지원을 받아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후보자를 3배수로 공정거래위원장에 추천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중 준정부기관인 소비자원 원장은 임추위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 공정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공공기관 운영법 제26조).

문제는 새 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추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공기관 운영법 제50조(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감독) 제1항에 따라 만들어진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제25조(이해관계 임원의 참여제한)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사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은 해당 시기 당해 기관 임원 직위의 공개모집 또는 추천방식에 의한 모집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지난 9월 26일 제232회 이사회(서면회의)를 열어 임원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김재중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등 이사 9명 전원이 참석한 이날 이사회에서 현재 구성·운영 중인 임추위와 동일한 위원(9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그런데 임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한 김재중 부원장이 새 원장 공모에 지원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이 정한 ‘이해관계 임원의 참여 제한’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 지난 9월 26일 열린 소비자원 제232회 이사회 의사록. 김재중 부원장은 현재의 임원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추위 구성을 의결한 제229회 이사회에도 참석했다. [출처=소비자원 경영공시]
▲ 지난 9월 26일 열린 소비자원 제232회 이사회 의사록. 김재중 부원장은 현재의 임원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추위 구성을 의결한 제229회 이사회에도 참석했다. [출처=소비자원 경영공시]

소비자원 노동조합은 “지난달 13일 임추위가 열리기 전에 이미 김 부원장이 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떠돌았다”며 “이는 공공기관 운영법이 정한 공모·추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 관계자는 10일 “인사운영 지침(제25조)에 따른다면 김재중 부원장은 새 원장에 지원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본지의 질의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권해석을 의뢰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침이 규정하고 있는데 유권해석을 의뢰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본지 기자를 만난 공정위 관계자도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임추위는 9일 2차회의를 열어 면접을 실시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6명 모두 면접심사에 응했다”며 “임추위가 새 후보자를 언제 공정위원장에 추천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운영지원과장은 김재중 부원장의 지원 제한 문제와 관련 9일 “지금 (선임) 절차는 소비자원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라 공정위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인재개발과 관계자는 10일 “(소비자원장 선임과 관련) 공정위나 소비자원이 공식적으로 유권해석을 의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주재한 후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전 공공기관의 인사 관련 서류를 보존연한과 관계없이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보존하도록 하고 만약 부당한 인사서류의 파기, 수정 등이 발견될 경우 인사비리와 동일하게 간주하겠다”며 “주무부처가 산하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과거 5년간의 채용업무 전반을 조사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의 온정적 봐주기식 점검이 적발될 경우 동일한 잣대로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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