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전 공정위원장 “독립성에 타격...밑으로 바로 안 전해”

▲ 13일 오후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 13일 오후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2014년 노대래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고(故) 김영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CJ 이미경 부회장을 고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권이 없는 고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부적절하다”며 “그해 6월 김영환 민정수석이 새로 부임했다면서 전화해 ‘CJ 이미경을 고발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노 전 공정위원장은 “(그해) 7월초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끝난 후 김 수석에게 ‘이미경을 고발하라고 했는데, 왜 그렇습니까. 저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김 수석이 영화 ‘광해’와 2개를 이야기하면서 ‘콘텐츠 문제 때문이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노 전 공정위원장은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은 경쟁제한이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을 때 위반 여부를 가지는 것이지 이념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이어 “(그해) 9월말인가 10월초 (이미경 고발은) 요건이 안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할 수 없다고 설명하자 김영한 수석은 ‘알았다’는 정도로 이야기했다”며 “그래서 저는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현 부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증인으로 나와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10월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불러 ‘공정위가 CJ E&M을 고발해야 한다’는 요구했다”며 “이에 우 전 수석에게 ‘위반 사항이 가벼워 과징금 부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 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신 부위원장은 검찰이 “우 전 수석이 CJ(CGV와 E&M)를 공동정범으로 하면 되는데 왜 고발을 안 하느냐고 했는가"라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은 같은 달 23일 증인으로 출석해 “신 당시 사무처장이 민정수석실의 요구 내용을 보고했다”며 “심사관(형사재판의 검사격)인 김재중 국장이 전원회의에서 고발 의견을 내게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해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김재중 국장이 전원회의에서 (심사관 조치의견으로) 고발로 제안하겠다고 하기에 ‘고발은 불가하다, 심사관이 고발 의견을 내도 위원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왜 공무원이 나서느냐’고 물으니 김 심사관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보통 같으면 이런 걸 하지 않을 텐데 불가항력적인 뭔가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4년 12월 17일 전원회의를 열어 CJ CGV와 CJ E&M의 불공정거래행위 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같은 달 5일 취임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주재한 이날 전원회의에서 사무처 소속 심사관인 김재중 당시 시장감시국장은 부당한 이자비용 청구 혐의를 받은 CJ E&M에 대한 조치의견으로 피심인에 송달한 심사보고서에는 없는 검찰 고발을 제시했다.

위원회(재판부 격)가 CJ E&M에 대한 검찰고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심사보고서 내용과 비슷하게 처리됐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사무처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와 관련 CJ CGV, CJ E&M 등에 심사보고서를 송달한 후인 2014년 11월 중순 사표를 제출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같은 달 18일 정재찬 전 부위원장을 새 위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노 전 공정위원장은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사표를 내라고 해 냈다”며 “그 이유를 물었는데 답변은 없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노 전 공정위원장은 또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들은 '이미경 고발 요청‘을 최종 심사보고서가 나올 무렵까지 부하 직원에 전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처리 방향을 지시했다고 하면 (공정위 심사관) 조사의 객관성을 흐릴 수 있고, 공정위 독립성에 타격이 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 전 공정위원장은 CJ 이미경 부회장을 고발하라는 김 전 민정수석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당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기자들이 계속 문의해 왔지만 고인의 반론권이 없는 상황에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답변했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증언을 마치며 “(오늘은) 사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자리로, 공정위 중립성이 침해되면 안되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방어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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