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신년사 ‘새로운 탈바꿈 위한 노력’ 당부

▲ [사진제공=공정위]
▲ [사진제공=공정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이 새로운 공정위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매복된 사랑니를 뽑는 것에 비유하며 “당장은 아프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신뢰제고 TF를 통해 내외부 의견을 수렴하여 조직 내부의 혁신 방안을 담은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마련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외부인과의 투명한 접촉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인 접촉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새해에는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9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문제와 관련 “조직을 대표하는 위원장으로서 공식적으로 진심어린 유감을 표명하며 특히 피해자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21일에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에 대한 법 집행 지침(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2015년 12월 마련한 지침은 공정위가 내용적 완결성은 물론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공정위에 대한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과제에는 공정위의 행정력으로만 가능한 것 외에 많은 입법과제를 포함하고 있어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며 새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대기업집단 경제력 남용 억제 및 지배구조 개선, 중소업체의 혁신 성장을 위한 공정경제 기반 구축, 경쟁원리를 통한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제고, 소비자 지향적 정책,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지속적 노력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년사 전문>

2018년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에도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탄핵에서부터 새 정부 출범, 북한 핵실험과 사드 배치 등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보냈습니다.

우리 공정위가 지난해에도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이라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휴식조차 뒤로 미루고 꿋꿋이 소임을 다한 직원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수고 많았고 고맙습니다.

저는 작년 6월 취임 이후 법 개정 없이도 공정위의 행정력만으로 할 수 있는 단기과제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경제민주화의 시작은 재벌개혁이지만 본령은 갑질 근절에 있습니다.

국민들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삶의 조건이 개선될 때, 경제민주화는 비로소 정치적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해 7월 가맹분야를 시작으로 하여 한 달 간격으로 유통, 기술유용 분야에 대한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마련하였고, 12월에는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관행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도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재벌개혁이 급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경제가 적기(適期)에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간 보아왔듯이 법률 하나 제도 하나 개선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혁명’이 아닌 지난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은 기업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선 재벌들에게 스스로의 지배구조와 관행들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하게 그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뢰제고 TF를 통해 내외부 의견을 수렴하여 조직 내부의 혁신 방안을 담은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마련하였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외부인과의 투명한 접촉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인 접촉 관리방안’을 마련·시행하였습니다.

또한 법집행체계 개선 TF를 통해 그간 공정위가 독점해오던 법집행 권한·규율수단을 분산·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고, 우선 논의한 다섯 가지 과제에 대한 논의 결과를 지난 11월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새로운 공정위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은 매복된 사랑니를 뽑는 일과 같습니다.

당장은 아프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올해 우리를 둘러싼 경제·정치적 상황 역시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로 소비는 회복세이나 수출·투자의 증가율 둔화 등으로 인해 올해 3%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헌추진, 지방선거 등 정치적 지형의 변화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공정경제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요구는 작년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성과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의 공정거래 정책은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한계를 고려하여,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 및 다양한 행정수단을 활용하고 체감 가능한 대책을 마련·집행함으로써 ‘공정경제’라는 바퀴를 힘차게 굴려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작년 하반기 발표한 제도들을 일관되고 차질 없이 집행하여 구체적인 시장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중소 하도급·납품업체, 가맹희망자 및 가맹점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지난해 마련한 신뢰제고 방안과 외부인 접촉 관리 방안도 차질 없이 실천하여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관행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재정·법률적 수단이 필요한 과제들의 입법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공정위에 대한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과제에는 공정위의 행정력으로만 가능한 것 외에 많은 입법과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갑질 근절, 재벌개혁뿐만 아니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속고발제 문제, 지자체와의 권한 분산 등 법집행체계 개선을 위해서도 관련 법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노력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큰 방향과 전략 위에서 내년에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어 업무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우선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계획에 따라 착실히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한진 건 패소 등 위기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철저한 혐의 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이제는 근절해야 합니다.

공익법인 현황 및 지주회사 수익구조 분석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서 그 결과를 분석·공개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어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한 공정위 혼자 힘만으로는 재벌개혁이 이뤄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여러 수단이 필요합니다.

공정위의 사전적 규제만이 능사인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 수단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타 부처와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둘째, 중소업체의 혁신성장을 위한 공정경제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작년에 발표한 각종 대책들의 연장 선상에서 대·중소기업간 수직적 관계에서의 거래 공정화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자생할 수 있도록 수평적 네트워크가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거래조건 협상부터 계약이행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대형 유통업체, 가맹본부 등에 대응하기 위한 단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납품업체, 소상공인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들입니다.

대리점 분야 역시 작년 하반기에 추진한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내외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각 분야에 경쟁원리를 뿌리내려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고여 있는 물은 부패하기 마련인 것처럼 경제주체 간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 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경제 전체도 발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로 공정위의 기본적인 역할일 것입니다.

민생부담 및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담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한편, ICT 분야 등 신산업에서 발생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행위나 경쟁제한적 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경제의 급속한 융복합 상황에 맞게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낡은 규제의 틀을 바꿔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기반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여 관련 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를 발굴 및 개선하는 노력도 경주해야겠습니다.

넷째, 시장상황과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소비자 지향적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소비자안전 관련 사건이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위상이 강화된 소비자정책위가 안전 관련 사건에 대해 긴급히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 조직과 기능을 세밀하게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모바일·플랫폼 중심의 소비가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 개선,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힘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절차적 공정성(due process)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위원회의 심결에 대한 신뢰와 직결됩니다.

우선 지난해 사건처리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이 마련된 제도들을 충실히 실천하여 내 것으로 체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신고인의 참여 보장,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공개 수준 제고 등을 통해 조사·사건처리절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저는 취임하면서 여러분께 한 가지 각오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믿고 정말로 잘해서 개혁에 성공한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개혁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주 쓰이지만, 쓰임의 빈도에 비해 성공하는 사례는 적습니다.

이는 거대한 담론만을 개혁이라고 여기고 하루 아침에 커다란 산이 옮겨 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축적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고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서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어에 위산일궤(爲山一簣)라는 말이 있습니다.

산을 쌓는 것은 한 삼태기의 흙에 달려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개혁의 한순간 한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시침과 분침을 움직이게 하는 공정경제라는 태엽을 감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줄 것을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나오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입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힘들고 바쁜 와중이지만 소확행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도 돕겠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를 맞이하여 직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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