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CMIT/MIT 성분 제재 여부 처분시효가 쟁점으로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오전 전원회의를 개의하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오전 전원회의를 개의하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또는 판매한 (주)이마트, 애경산업(주), SK케미칼(주)의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심의했다.

이마트 및 애경산업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건, 애경산업 및 SK케미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으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 심의에서 심사관(공정위 사무처 소속으로 형사재판 검사격)와 피심인(형사재판의 피고인격)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두고 열띤 공방을 벌였지만 처분시효가 위원회의 처분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법 위반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 경우 개시일부터 5년, 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경과하면 시정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49조 제4항).

하지만 2012년 6월 21일까지 시행된 옛 공정거래법은 위반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하면 시정조치 등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피심인 측 대리인들은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에 해당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2011년 8월 31일 판매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처분시효가 이미 도과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사관은 이 사건 조사 개시일은 2016년이라며 “처분시효는 2021년까지로 도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처분시한 적용과 관련 부칙에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조사하는 사건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애경-SK케미칼 등 2012년 무혐의-2016년 심의절차종료

2011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 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및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

같은 해 10월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의 표시를 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시민단체의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해 2011년 2월 3일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동물흡입실험 결과 PHMG/PGH 성분 제품(6개)에서 폐 손상 이상소견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CMIT/MIT 성분 제품에서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안전성이 확증된 것이 아니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청(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같은 달 14일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마트와 글로엔엠에 대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내리고, CMIT/MIT 함유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 이마트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같은 해 7월 제3소회의를 열어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를 한 (주)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주), (주)버터플라이이펙트, 아토오가닉 4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총 5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의결서는 8월 31일 작성돼 피심인에 송달됐다.
2016년 1월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업체와 관계자에 대해 수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같은 해 4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가습기메이트’의 제품 용기 등에 ‘아로마테라피 효과’, ‘피톤치드 성분의 산림용 효과’가 있다고 표시·광고한 것은 허위·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 또는 제조한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3곳이 기만적인 표시·광고(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 위반)를 했다는 이유로 심의에 부쳤다.

공정위는 같은 해 8월 12일 제3소회의를 열어 심의했지만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 유해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환경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고시)은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칙 제46조 제4호).

공정위가 판단을 유보하는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리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새 증거가 나오면 심의절차를 재개할 수 있지만 그동안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후 구성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팀장 서울대 권오승 명예교수)’는 12월 19일 “CMIT/MIT 함유 가습기 살균제 판매사업자에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내린 것은 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와 표시·광고의 사회적 기능에 비춰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는 등 실체적 측면에서 잘못이 있었고, 절차적 측면에서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에서 논의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적인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권고했다.

TF 발표 전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가 이미 피심인 측에 송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회의 위원 9명 중 3명 제척-회피 사유로 참석 안해  

7일 전원회의에 상정된 이마트, 애경산업, SK케미칼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건에 대해 위원들이 재신고 사건으로 보느냐, 신규 신고 사건으로 보느냐에 따라 제재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김상조 위원장 등 9명의 위원 중 6명만 참석했다. 전원회의가 심의한 사건은 재적위원(9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6명 중 2명만 반대하면 처분을 결정할 수 없게 된다.

 

▲ 전원회의가 열린 이날 소비자정책국장이 공석이라 심사관석 맨 왼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 전원회의가 열린 이날 소비자정책국장이 공석이라 심사관석 맨 왼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난달 23일 임명된 장덕진 상임위원은 이 사건 재조사 때 조사와 심사를 담당한 소비자안정정보과를 관할한 소비자정책국장으로 있어서 제척됐다. 비상임위원 2명은 스스로 사건 심의를 회피했다.

공정거래법 제44조(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제3항은 “위원 본인이 자기 또는 자기가 속한 법인이 사건의 대상이 된 처분 또는 부작위에 관여한 사건이거나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그 사건의 심의·의결을 회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원회의 심사관은 담당국장이 맡게 되어 있지만 재조사를 지휘한 장덕진 국장이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소비자정책국장이 공석으로 비는 바람에 이날 심의에서 인민호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이 심사관으로 나섰다.

공정위는 이날 새 소비자정책국장에 송상민 서울사무소장을 8일자로 임용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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