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SK케미칼 분할하며 존속회사 지위...공정위 심의 받아

▲ 지난달 2월 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심의한 전원회의 모습. 28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에서 열린 SK디스커버리 심의에서도 9명의 위원 3명이 제척 및 회피 사유로 빠져 6명만 참석했다.
▲ 지난달 2월 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심의한 전원회의 모습. 28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에서 열린 SK디스커버리 심의에서도 9명의 위원 3명이 제척 및 회피 사유로 빠져 6명만 참석했다.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류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문제와 관련해 3번째 고개를 숙였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위가 같은 달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주)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과 함께 검찰 고발 결정을 내렸지만 SK케미칼이 이에 앞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SK디스커버리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고 나아가 인적분할을 실시해 신설회사가 SK케이칼 이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을 거론하며 심결의 절차적인 정당성 취약성을 지적하자 또 다시 사과했다.

◆공정위 ‘분할’ 파악하지 못한 채 ’부당한 표시광고‘ 제재 결정

공정위는 지난달 7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또는 판매한 애경산업(주) 및 SK케미칼(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을 상정해 심의한 후 12일 두 회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공정위가) 제대로 못해 다시 한번 통렬히 반성한다”며 “특히 피해자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팀장 서울대 권오승 명예교수)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TF 보고서의 내용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조직을 대표하는 위원장으로서 공식적으로 진심어린 유감을 표명하며 특히 피해자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2번째 사과를 했다.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행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이 지난해 12월 1일 투자부문 ‘SK디스커버리’와 사업부문 ‘신(新)SK케미칼’로 인적분할하며 지주회사로 전환한 SK디스커버리가 존속회사라는 점을 확인하고 공정위에 추가 고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26일 연합뉴스의 보도를 통한 외부에 알려지자 공정위는 이날 보도해명자료를 내 “이번 사안은 위원회 심결 과정에서 구(舊)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와 신설 SK케미칼로 분할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심인 측이 이를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으며, 공정위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28일 전원회의를 열어 구(舊)SK케미칼의 존속법인인 SK디스커버리도 피심인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월 28일 전원회의 안건.
▲ 2월 28일 전원회의 안건.
공정위는 28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SK디스커버리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건을 피심인이 불참한 가운데 상정해 심의했다. 또 이미 심결한 애경산업(주) 및 SK케미칼(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건에 대해 합의를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심사관(형사재판으로 치면 검사격)은 심사보고와 조치의견을 통해 “구(舊)SK케미칼이 행한 이 사건 표시행위는 SK디스커버리와 신설 SK케미칼 모두 책임이 있다”며 “SK디스커버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피심인의 적격성에 대해서는 위원회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공정위의 심결이 1심법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심사관은 피심인 적격성과 관련해 앞으로 조그만 실수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과징금 납부 책임-형사적 책임 소재 싸고 새로운 논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피심인의 적격성과 관련한 공정위의 이번 오류는 내부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공정위는 SK케미칼(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5일 ‘대기업집단의 소유 지배 구조 개편 사례’ 보도자료를 통해 “SK는 총수일가가 체제 밖에서 보유한 계열회사인 SK케미칼을 사업부문(신설 SK케미칼)과 투자부문(SK디스커버리)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 존속회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하였다(2017년 12월 1일)”고 소개했다.

▲ 공정위 2월 5일 보도자료.
▲ 공정위 2월 5일 보도자료.
본지가 이를 근거로 7일 심의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인 ‘애경산업(주) 및 SK케미칼(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건’에 대해 피심인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공정위 측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공정위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공정거래위원장에 있기 때문에 피심인 적격성을 둘러싼 이번 오류는 심사관뿐만 아니라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구(舊)SK케미칼의 존속법인 SK디스커버리의 부당한 표시행위 건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 심결 결과는 5일 발표된다.

회사분할과 관련 대법원은 2007년 11월 “회사분할에 있어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 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고 판결했다(2006두18928).

구(舊)SK케미칼은 존속회사 SK디스커버리와 신설회사 SK케미칼로 분할하며 분할 전 행위에 대한 책임은 모두 신설 SK케미칼이 진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계약에 따라 신설회사 SK케미칼이 부담하면 되지만 형사적 책임은 구(舊)SK케미칼의 존속회사로 법인등록법인을 이어받은 SK디스커버리가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SK디스커버리의 부당한 표시행위 건에 대한 심결 결과를 발표하며 이 부분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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