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회장 사익편취 혐의 공정위서 검찰고발 결정

▲ 지난달 28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에 피심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임직원 10여명이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 지난달 28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에 피심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임직원 10여명이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효성그룹 소속 계열회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사익 편취)와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총수2세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공정위는 효성그룹 총수 2세인 조현준 ㈜효성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경영난과 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기획한 뒤 효성투자개발(HID)를 교사해 자금 조달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9억7600만원을 부과하고 조 회장 등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총수익스왑 계약으로 사실상 지급보증 행위”

공정위에 따르면 조현준 회장이 지배주주인 GE가 2012년 이후 영업부진과 자금난이 이어져 2014년 회계법인에 의해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아 금융권을 통한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고, 기존 차입금의 상환요구에 직면하는 등 퇴출 위기에 몰리자 자금지원 방안을 모색한 ㈜효성 재무본부는 HID를 지원 주체로 결정한 뒤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거래구조를 기획·설계했다.

HID는 2014년 12월말 ㈜효성의 설계대로 GE가 발행하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4개 금융회사의 요구에 따라 이들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2년간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했다.

형식상으로 GE는 SPC와 총 2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인수하는 계약(거래 1)을, HID는 SPC와 TRS 계약(거래 2)을 체결하고, 이 거래가 이행되자 대주단인 금융회사 4곳이 250억원을 CB 인수대금으로 지급했다(거래 3).

TRS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주) 효성 재무본부는 2016년 4월부터 계약기간 연장을 적극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같은 해 12월 조석래 회장이 CB 전액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TRS 거래는 종결됐다. 

▲ 공정위가 파악한 효성그룹 계열사들의 부당이익제공 흐름도.
▲ 공정위가 파악한 효성그룹 계열사들의 부당이익제공 흐름도.
▲ 기업집단 효성 소유 지분도. [출처=공정위]
▲ 기업집단 효성 소유 지분도. [출처=공정위]
GE가 발행한 CB는 30년 만기(무한연장 가능) 후순위 무보증 사모전환사채로 인수자의 중도상환 요구권이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되었고, 금리도 연 5.8%에 불과한 점을 들어 공정위는 HID가 SPC와 TRS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부실회사 GE가 거액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채에 수반되는 신용상·거래상 위험 일체를 인수해 사실상 지급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HID와 SPC가 체결한 TRS 계약은 정산일(계약일로부터 2년 후인 2016년 12월 30일)에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서로 정산해주는 약정으로, 정산시점에 청산가격(원금 250억원)에 비해 공정가격이 낮아 손실이 나면 HID가 SPC에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공정가격이 높아 이익이 나면 SPC가 HID에 차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HID는 자신의 손실정산 의무 이행을 위해 원금(250억원)보다 많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나아가 담보가치를 훼손하는 일체의 경영활동 때 대주단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했지만 SPC는 이익 발생 때 정산의무가 있음에도 이행 담보장치를 두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TRS 거래는 모든 이익이 GE에게 돌아가고 HID는 손실만 예상돼 HID가 거래에 참여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며 “이 건 지원행위로 GE 및 특수관계인인 조현준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었고, GE가 속한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도 훼손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익편취-부당지원 금지 규정 경합 적용

GE에 대한 HID의 자금지원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사익편취금지(부당이익제공금지)와 부당지원금지 규정을 경합 적용했다.

먼저 지원 주체인 HID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사익편취금지)와 “사업자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불공정거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같은 법 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을 함께 적용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송형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객체인 GE에 대해서는 “(제23조의2)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 제23조의2 제3항과 “특수관계인 또는 회사는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23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원을 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 제23조 제2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2억27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사익편취행위를 지시하고 관여한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 제23조의2 제4항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부당지원행위를 교사한 ㈜효성에 대해서는 “사업자는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법 제23조 제1항 후단 7호 가목을 적용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7억1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임석주 상무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효성그룹 동일인인 조석래 회장도 피심인에 포함돼 심사관은 고발 의견을 냈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효성 “TRS 계약은 합리적인 투자” 항변

효성그룹은 공정위 발표 후 ‘효성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가 문제 삼은 TRS 계약은 (HID의) 합리적인 투자이며, GE로부터 배당금 등의 직접이익을 취한 적이 없는 만큼 대주주 사익편취가 아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GE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LED 선도기업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었을 뿐 턴어라운드가 예상됐다”며 “TRS도 적법한 금융투자상품이고, HID는 GE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TRS 계약을 통해 수익 목적으로 정상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현준 회장은 당시 그룹 전략본부장으로서 그룹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GE나 HID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그들의 책임 아래에서 운영되도록 했고, 경영진이 지시·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효성그룹 소속 계열회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등 혐의에 공정위 심의는 지난달 28일 열렸다.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피심인 조현준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해달라고 대리인에 요청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심의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이 자리에는 HID가 체결한 TRS 계약의 가치를 평가한 서울대 경영대학 채준 교수가 참관인으로 나와 심의를 지켜보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심사관(기업집단국장) 조치의견 보고에 앞서 TRS 계약 가치를 평가한 경제분석서를 작성한 채준 교수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피심인 측이 제출한 경제분석서는 채 교수 등 3명의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전에 평가한) 한국자산평가와 A세무법인 보고서와 비교해 차이가 많이 나고, 두 보고서보다 피심인 측에 훨씬 더 유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언급한 후 “경제분석을 하면서 모델과 파라미터 2가지를 다 수정했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채준 교수는 “(한자평과 세무법인의 평가는) 두 쪽(모델, 파라미터) 다 문제가 있다”며 “한자평과 세무법인의 가정은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파라미터 값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재무·금융이 전공인 채준 교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로 나타났다.

김 공정위원장은 1985년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채 교수는 1993년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MIT 경영대학(Slo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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