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판조합 새 이사장 선임에 전직들 ‘물밑 움직임’ 감지돼

▲ 서울 강남구 삼성동 덕명빌딩 13층에 있는 직접판매공제조합 사무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덕명빌딩 13층에 있는 직접판매공제조합 사무실.
“공정위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하여튼 저희들이 감독하는 공제조합이 4군데가 있습니다.(중략) 제가 취임하고 여기 이사장 인선 시점이 왔을 때 저의 직원들 보고 '모니터링은 하되 절대 개입하지 마라'라고 분명히 지시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공정위 직원의 ‘공제조합 이사장 선임 개입 불가’ 원칙을 강조했다.

공정위가 감독하는 공제조합의 이사장 선임 과정에 현직 직원들의 개입 또는 영향력 행사는 사라졌지만 공정위를 퇴직한 OB(Old Boy)들이 직접판매공제조합 새 이사장 선임에 개입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감지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 우려 목소리... 당사자들은 부인-답변 회피

다수의 다단계판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 출신 A씨가 최근 직접판매공제조합 회원사 대표 등에 연락을 취해 “새 이사장에 공정위 고위 공직자 출신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판매법에 따라 2002년말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다단계판매 등 직접판매업 소비자피해보상기관으로 발족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2015년 5월 27일 취임한 어청수 이사장의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직판조합 회원사 관계자에게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거명하며 B씨가 새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정위 출신 C씨도 직판조합의 회원사에 “새 직판조합 이사장에 공정위 출신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면서 공정위 고위 공직자 출신 B씨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9일 기자와 통화에서 “(직판조합 이사장 선임에) 관심이 없다”며 “잘못하면 오해가 되겠네요”라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C씨는 답변을 회피했다.

직판조합 새 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공정위 출신 OB들의 물밑 움직임에 대해 다단계판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출신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압력이고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공정위의 공제조합 이사장 ‘낙하산 인사’ 문제가 개선되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공정위 OB들이 설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공정위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공정위 OB들의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김상조) 위원장님도 관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6일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개입 절대 금지’ 지시를 내렸다고 밝히며 “오래 전부터 공제조합 4군데의 공정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많았는데, 특수판매공제조합의 경우에는 몇 년 전에 공정위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되면서 그 당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고발되고 그 당시 사무처장이 결국은 옷을 벗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 이사장을 선임하는 직판조합이) 임원추천위위원회 구성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기를 희망하고, 그 임추위가 새 이사장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선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공정위는 이사장을 뽑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임추위가 내‧외부의 압력 등을 배제하고 공정한 경쟁체제를 바탕으로 자질과 관리 능력을 보고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직접판매공제조합은 공정하고 투명한 이사장 선임을 위해 임추위원과 후보자 간에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제척 또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있다. 정관 개정은 공정위 인가 사항으로 직판조합은 개정된 정관이 공정위의 승인을 받으면 임추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어청수 이사장은 “새 이사장을 공정하게 선임하기 위해 공정위와 협의해 정관까지 개정하고 있다”며 “현재 정관 개정 때문에 임추위 구성이 늦어지고 있지만 공정위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임하자는 것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정재호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정재호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작년 특판조합 새 이사장 선임 때 김상조 공정위원장 ‘홍역’

직접판매공제조합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지난해 하반기 새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제척 사유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특판조합 새 이사장을 추천한 임추위에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위원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추천을 무효화하든지, 그게 안되면 제척사유를 앞으로 보강할 때 하더라도 새 이사장이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이 조합과 조합 소속 회사의 사건은 수임할 수 없도록 연결 제척사유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유재운 새 이사장 후보자를 단수로 추천한 임추위에는 유 후보자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그리고 후보자와 같은 육사 출신으로 공정위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OB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번의 선임 결과는 저희들이 개입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아쉽게도, 사실은 정말 절망할 만큼 임추위에서 최종적으로 후보 2명이 올라갔는데 둘 다 공정위 OB였다”고 공정위가 개입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의원님이 언급한 기사로도 나왔던 내용 중에는 상당 부분 팩트(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있고, 그런 잘못된 정보가 어디서 흘러나왔냐면 바로 그 두 분의 후보 중에서 탈락한 한 분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정재호 의원은 정색을 하며 “제 질의의 핵심은 연결 제척사유를 만들라는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의원님이 지적하고 질타하고 우려하는 부분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감사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잠시 휴식 후 개개된 감사에서 정재호 의원은 “공정위원장이 특판공제조합 이사장 관련해서 딱 부러지게 무슨 답변을 했는지 머리에 잡히는 게 없다”며 따로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아까 답변 내용과 형식이 다 부적절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재호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김 공정위원장은 정무위원장의 허락을 받아 “특판공제조합 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저의 답변이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다 부적절했다”고 재차 사과하며 “의원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임추위의 제척·회피·기피 규정들을 저희들이 다 일일이 다시 살펴볼 것이며 또 해당 로펌(법무법인)과의 이해충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 설립 근거가 되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1항은 “(공정거래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한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며 제척 사유로 ▶위원이나 배우자 또는 배우자이었던 자가 (사건) 당사자이거나 공동권리자 또는 공동의무자인 사건 ▶위원이 당사자와 친족관계에 있거나 위원 또는 위원이 속한 법인이 당사자의 법률·경영 등에 대한 자문·고문 등으로 있는 사건 ▶위원 또는 위원이 속한 법인이 증언이나 감정을 한 사건 ▶위원 또는 위원이 속한 법인이 당사자의 대리인으로서 관여하거나 관여하였던 사건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제2항은 “당사자는 위원에게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며 “위원장은 이 기피신청에 대하여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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