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금 미지급 발생 건은 아직 제재 안해 ‘뒷북 대응’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최근 직권조사 과정에서 폐업 위기에 처한 일부 상조업체가 부당하게 소비자들의 계약 해제를 방해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상조계약 해제 신청 자체를 방해해 소비자 권리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를 처음 적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계약해제를 부당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지목된 상조업체 2곳은 지난해 이미 해약환급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공정위가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짓 사실 안내-기만적 방법으로 계약해제 방해"

공정위 조사 결과 A상조업체는 지난해 8월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면서 법원으로부터 보전처분 법원으로부터 보전처분을 받았으나 올해 1월 신청이 기각돼 보전처분이 실효되었음에도 보전처분이 유효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계약해제 신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거짓 사실을 알려 계약의 해제를 방해하는 것으로 할부거래법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할부거래법 제34조(금지행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 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제2호에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대방과의 거래를 유도하거나 청약의 철회 또는 계약의 해제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해약환급금 미지급행위보다 더 무거운 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A상조업체는 2017년도 회계감사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았는데, 조사 결과 회계법인의 감사결과가 ‘의견거절’로 나왔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A상조업체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할부거래법이 보장하고 있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공정위가 계약해제를 방해한 상조업체를 처음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제시한 피해사례.
▲ 공정위가 계약해제를 방해한 상조업체를 처음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제시한 피해사례.

B상조업체는 지난해 공제조합으로부터 공제계약 중지와 해지 통보를 받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올해 3월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자 B상조업체는 그동안 출금하지 못한 소비자의 선수금(납입금)을 인출하고, 신규회원 가입 신청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상조회원)의 계약해제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에 소송 중’이라는 사유로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에 소송 중이라는 사유는 계약해제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이 또한 할부거래법이 규정한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상조업체가 어떠한 이유로든 계약 해제를 거부할 경우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계약해제 의사표시를 상조업체 측에 통보하고 공정위 지방사무소, 광역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을 통해 상담하고 적극적으로 신고를 할 필요가 있다”며 “상조업체의 부당한 계약해제 방해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해약환급금 문제’ 법원 결정문에 나타나

본지 취재 결과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선수금을 보전한 A상조업체는 지난해 8월 21일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지방법원 수석부는 올해 1월 10일 “신청인 채무자(A상조업체)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 인정사실에서 “채무자는 2014년 8월께 장례식장을 신축하면서 부담하게 된 채무, 상조계약 해약 회원들에 대한 환급금 반환채무 등으로 인하여 유동성의 위기를 겪게 되었다는 이유로 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A상조업체는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지난해 8월에 이미 해약환급금 문제는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A상조업체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직후인 지난해 9월 1일 공제조합에 대한 담보 및 공제료 지급 연체, 공제조합의 원활한 운영 저해 등의 사유로 공제계약을 중지했다.

A상조업체는 1심법원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기각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또 다시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한편 B상조업체는 한국상조공제조합이 선수금 절반 보전을 위한 공제계약을 지난해 11월 9일 중지한데 이어 다음달 12일 계약을 해지하자 계약 중지 및 해지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올해 3월 14일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 기초사실에 “채무자(한국상조공제조합)는 2017년 10월 30일 ‘8~9월분 공제료 납부 및 선수금 신고, 4분기 예상선수금 신고 및 담보금 납부, 10월 27일 기준 해약환급금 신청자 명단-해약환급금 액수 등에 관한 증빙자료 일체 제공 등’을 11월 3일까지 이행할 것을 독촉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1월 6일부로 공제계약이 중지된다고 통보했다”며 “이에 대해 채권자(B상조업체)는 11월 3일 채무자에게 ‘(중략) 해약환급금 미지급액 8억원 상당은 투자를 받아 전액 지급할 예정이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B상조업체는 지난해 11월 3일 이전에 계약해제를 신청한 상조회원들에게 8억원 가량의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던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약환급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한 두 업체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 미지급 등 문제가 발생한 두 업체에 대해 조만간 소회의를 열어 제재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할부거래법 제25조(소비자의 선불식 할부계약 해제)은 제4항에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불식 할부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해제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대금에서 위약금을 뺀 금액을 소비자에게 환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계약을 해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른 조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를 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 공제계약 해지는 무효” 소송도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지난해 B상조업체에 대해 공제계약을 중지·해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흠결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재판부는 ”채무자(한국상조공제조합)은 이 사건 확인서에 대해 2017년 11월 6일 회신을 하면서 같은 달 8일까지 1억4000만원 상당의 추가담보제공을 요구했는바, 공제계약서 및 공제규정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추가담보제공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약관으로 볼 수 있는 공제규정에는 단순히 ’채무자가 채권보전의 필요상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경우 공제계약자는 담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공제규정 제17조 제3항) 구체적 요건, 추가담보 산출 근거 등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 조항으로 볼 소지가 있으며, 채무자도 채권자에게 추가담보를 요구하면서 그 이유, 구체적 액수의 산출근거 등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계약 중지 및 해지 통보 무효확인의 본안소송을 제기한 점,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한 공제계약 중지 및 해지 통보를 채무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지함에 따라 채권자의 영업에 지장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만일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할 경우 서울특별시가 채권자에 대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 채권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보전의 필요성 역시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법원의 인용 결정 후 B상조업체를 공제계약사로 되돌려 놓고 홈페이지를 통해 “B상조업체가 공제계약 중지 및 해지통보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현재 소송 중에 있지만 판결 확정 시까지 중지 및 해지를 정지하라는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에 따라 금융결제원 CMS도 재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공지했다.

B상조업체는 올해 1월 30일 한국상조공제조합을 상대로 계약 중지 및 해지 통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19일 첫 변론이 열린데 이어 이달 24일 2번째 변론이 예정돼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이달 10일 B상조업체에 대해 공제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는 등 사유가 있다며 공제계약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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