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공정위 압수수색 단행

▲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고려대 ICR센터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 이틀째 19일 행사 마지막 프로그램 라운드테이블 토론 모습.
▲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고려대 ICR센터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 이틀째 19일 행사 마지막 프로그램 라운드테이블 토론 모습.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장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이 학계가 주최한 세미나에 함께 참석해 논쟁을 벌인 다음달 검찰이 공정위를 압수수색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기업집단국, 심판관리관실과 운영지원과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퇴직 후 취업할 수 없는 업무 유관 기업, 기관 등에 재취업한 사실을 파악하고, 여기에 공정위 조사를 받았던 기업이 관계된 것이 없는 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검사는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신문하며 “공정위가 퇴직 직원에게 대기업 고문 자리를 알선해준다”며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수사 때 ‘대기업 측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하는 역할을 하는데, 공정위 직원의 고문직 취업은 약 20년 정도 됐다’고 진술했다”고 공개했다.

특검팀 검사는 공정위가 추천 요청을 받는 대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롯데, LG, 한화, CJ, 신세계, 현대백화점, 두산, 농협 등 20여개라고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다음달 2일 정재찬 당시 공정위원장은 같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기업이 인사 추천을 요청하면 운영지원과장이 직원들 중에서 지원을 받아 대상자를 선정해 인적 사항을 해당기업에 보내준다”고 답변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해 2월 3일 공정위 부위원장실 등을 압수수색한 적이 있다.

▲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모습.
▲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모습.
▲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왼쪽)이 발언하는 모습.
▲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왼쪽)이 발언하는 모습.

전속고발권제도 폐지 싸고 공방 벌여

서울중앙지검 구상엽 공정거래조사부장은 19일 한국산업조직학회(회장 이상승 교수)와 고려대 ICR(혁신/경쟁/규제법)센터(소장 이황 교수)가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 이틀째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이틀째 행사의 라운드테이블 토론자로 참석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과 관련 “전속고발권제도라는 장막을 통해서 공정위 캐비넷에 어떤 사건이 있다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 사안의 핵심”이라며 “우리나라 소비자 대부분이 피해자가 되는 국제카르텔, 입찰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공소시효를 도과시키더라도 검찰이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상엽 부장검사는 이어 "중대한 사안은 고발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규정은 자율재량이 아니라 의무에 속하는 것"이라며  “입찰담합 사건에 대해 경찰이 송치한다면 검찰은 기소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같은 담합사건을 공정위가 조사할 때는 왜 면죄부를 주는지, 그 면죄부가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구 부장검사는 토론자로 함께 참석한 공정위 김재신 경쟁정책국장에 “꼭 물어보고 싶다”며 “입찰담합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언제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김재신 경쟁정책국장은 “경쟁법이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경쟁법은 기업활동, 경제활동을 다루는 것이라 경제분석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글로벌 스탠다드다”고 공정거래 분야 법집행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김재신 경쟁정책국장은 “공정위가 어떤 사건에 대해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그래도 추가로 형벌까지 집행해야 한다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전속고발권제도가 유지돼 왔다”며 “이 제도가 폐지되면 검찰이 (공정위보다) 우선적으로 또는 동시에 집행에 들어가게 돼 경쟁당국(공정위)과 검찰이 동시에 중복 집행하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세계 첫 번째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상엽 부장검사는 “기관 간 전문성을 언급하는 건 절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입찰담합 사건에 대해 경제분석이 왜 필요한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자리를 뜨지 않고 두 사람의 논쟁을 경청하며 메모까지 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왼쪽)이 청중석에 앉아 메모하는 모습.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왼쪽)이 청중석에 앉아 메모하는 모습.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관련 “21세기 경쟁법 현대화라는 큰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그동안 특별위원회 분과별로 논의 과제를 면밀하게 검토해 왔으며, 논의가 모아진 과제는 분과위원회 주최 토론회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공론화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3월 21세기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어 “공론화 과정을 7월말 완료할 예정”이라며 “15일 한국경쟁법학회(회장 이호영 교수) 학술대회, 18~19일 산업조직학회-ICR센터 세미나 등 학계나 업계 주관 관련 토론회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은 오전부터 담합(부당한 공동행위) 사건을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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