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건심의 의장 부위원장에 맡겨...공식일정도 공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전원회의를 참석하지 않고 공식 일정도 비웠다.

공정거래법 등 소관법률 위반 혐의를 심의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는 통상 수요일에 열리고 위원장이 의장으로 심의를 주재하지만 공정위는 이날 회의는 지철호 부위원장이 의장을 맡는다고 위원회소식을 통해 공지했다.

이달 14일 취임 1주년을 맡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9일 한국산업조직학회(회장 이상승 서울대 교수)와 고려대 ICR(혁신/경쟁/규제법)센터(소장 이황 고려대 교수)가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3대 축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며 “공정위는 공정경제 뿐만 아니라 혁신성장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 구상엽 부장검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김 공정위원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김 공정위원장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공정거래조사부는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기업집단국, 심판관리관실, 운영지원과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시각 김 공정위원장을 지역 레미콘협동조합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건을 심의하고 있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2일 “최근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을 계기로 양 기관의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보도가 양산되고 있어 불필요한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 입장을 밝힌다”며 “검찰의 수사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공정위의 과거 문제에 대한 것으로 생각되며, 공정위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것임을 이미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직접 작성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은 공정위 차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미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두 사안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고, 이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검찰 사이에 이견이 없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공정위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혁신의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마련한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공정거래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 김상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고려대 ICR센터가 19일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 이틀째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맨 오른쪽이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 김상조 공정위원장(가운데)이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고려대 ICR센터가 19일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 이틀째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맨 오른쪽이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김 공정위원장은 25일 오전 직원조회를 열어 검찰 수사에 대해 성실한 협조를 당부하며 “공무 수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공정위원장은 이어 “대한민국 검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120% 신뢰한다”며 “검찰도 같은 공무원으로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다한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수사부는 26일 인사혁신처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심사 관련 기록을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김상조 위원장 대신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지철호 부위원장은 지난해 1월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취업하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철호 부위원장은 공정위가 지난 3월 출범시킨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28일 특별위원회, 한국산업조직학회(회장 이상승 서울대 교수), 한국공정거래학회(회장 현용진 카이스트 교수)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도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전원회의 불참과 관련 공정위 측은 “면담. 회의 등 업무와 관련한 중요한 비공식 일정이 많아 참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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