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기관 심사 안받고 가면 벌칙’ 조항

▲ 공정위 지철호 위원장이 지난달 6일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공정위 지철호 위원장이 지난달 6일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62) 전 부위원장, 김학현(61) 전 부위원장, 신영선(57) 전 사무처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노대래(62)·김동수(63) 전 위원장과 지철호(57) 현 부위원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발표내용을 보도한 일부 언론은 지철호 현 부위원장의 기소와 관련 “공정위 내부에서는 지 부위원장의 불구속 기소에 대해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지 부위원장이 지난해 1월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옮겼을 당시에는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취업제한 기관이 아니었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도 이 취업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21일 보도해명자료를 내 “지 부위원장이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를 거쳐 올해 1월 공정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고,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지 부위원장의 취업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사전에 취업제한기관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조차 제외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382 문서, 2018. 3. 7.)”고 해명했다.

SBS가 전날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 혹은 부서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상임위원직을 마친 직후 중소기업중앙회를 거쳐 올해 1월 다시 공정위로 돌아왔고,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마찬가지로 공정경쟁연합회장 재취업을 거쳐 공정위로 돌아온 케이스로, 모두 취업제한기관이었지만 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SBS 보도는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철호 부위원장을 기소하며 “취업승인을 받지 않고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재취업하며 취업심사 누락

공직자윤리법 제29조(취업제한, 업무취급 제한 및 행위제한 위반의 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제1호에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제1항은 “등록의무자(취업심사대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이하 "취업제한기관"이라 한다)에 취업할 수 없다”며 제1호에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부가가치세법 제29조에 따른 공급가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2호에 ‘제1호에 따른 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로 명시하고 있다.

제17조 제8항은 “제1항의 경우 부서 또는 기관의 범위, 취업제한기관의 규모 및 범위 등에 관하여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취업제한기관의 규모 및 범위) 제5항은 “인사혁신처장은 매년 12월 31일까지 취업제한기관(협회는 제외)을 확정하여 관보에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협회’는 고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되어 있다.

공정위 측은 지 부위원장이 지난해 1월 재취업한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고,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간사 역할을 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구조는 취업하는 본인이 협회의 회원사 중 취업제한 사기업체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고시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다 취업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정위 지철호 부위원장이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제17조 제1항)을 위반해 취업제한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에 취업했기 때문에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9월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퇴임한 후 지난해 1월 5일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재취업했다. 이 과정에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 제18조(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및 취업승인) 제1항은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일부터 3년 동안 취업제한기관에 취업을 하려는 경우에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퇴직 당시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17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지를 확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년 건설업체 임의취업한 4급 퇴직자도 함께 기소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재취업한 지철호 부위원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1년에 2번 실시하는 임의취업자 조사에서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윤리위는 공정위를 통해 소명을 받았다.

지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는 사기업체가 회원사가 아니고 사기업체가 조직한 협동조합이 회원사로 돼 있어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했다”고 소명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법률자문 등을 거쳐 중소기업중앙회도 취업제한기관으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재취업한 지 부위원장에 대해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과태료 부과는 너무 과도하게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침입적 행위가 된다”고 판단해 특별의결(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 '과태료 부과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직자윤리법 제30조(과태료) 제2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며 제2호에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을 요청하지 아니하고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6년 6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결과를 공개하며 ”취업심사를 받지 아니하고 임의 취업한 78건에 대해서는 25건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결정하고 나머지 53건(비상계획관 등 국가업무 수행자 1건, 심사 전 자진퇴직자 28건 및 단기근무자로서 생계형 취업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24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 2015년 6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중 일부. [출처=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 2015년 6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중 일부. [출처=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과태료 부과 제외 대상자에는 공정위를 퇴직한 후 2년도 되지 않아 건설업체에 재취업한 4급 퇴직자도 포함되어 있다.

2012년 12월 공정위를 퇴직한 그도 2014년 취업승인을 받지 않고 재취업했다는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임의 취업한 공직퇴직자에 대해 그동안 대부분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지만 이번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적인 재취업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공직자윤리법 제29조(취업제한, 업무취급 제한 및 행위제한 위반의 죄)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정위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부위원장과 관련 “부위원장(차관급)은 정무직이므로 직위해제 및 징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거취 문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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