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 운영지원과장, 퇴직간부 재취업 관련 법정 진술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대기업 재취업에 대해 전직 운영지원과장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여 동안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A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재찬·김동수·노대래 전 공정위원장 등에 대한 2차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제 생각은 기업이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비롯해 공정거래 관련 예방교육 등에 기업들의 수요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체에 자리가 필요한 지 검토해달라고 해서 (기업체 측에서) 받겠다고 하면 퇴직 예정자 중에서 원하는 사람을 선정해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을 안했는데 (기업체) 피해자들 (검찰) 진술을 보니 공정위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우려해서 (공정위 퇴직예정자를) 받아줬다고 하는데 그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과 같이 기업의 인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A씨는 “기업체에 새로운 자리가 생기고 퇴직 예정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추진하겠다’고 부위원장, 위원장에 사전에 보고하고 진행했다”며 “재취업이 결정되면 명예퇴직 절차와 (퇴직자) 후임 과장, 예산 등을 알아본 후 결과를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 퇴직자가 이미 취업한 기업의 경우 그가 물러난 후 후임 퇴직자를 받는 지 여부가 내부 ‘복도통신’을 통해 알려진다”며 “(후임자를 받을 경우) 기업에 전화해 채용 문제를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던 3년여 동안 퇴직 예정자 5명이 농협중앙회, LG, KT 등에 재취업했는데, A씨는 이중 4명의 취업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과장급 이상 인사는 부위원장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주로 부위원장과 상의했다”며 “부위원장을 거쳐 위원장에도 보고하고 5급 이하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사무처장에게는 사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A씨가 보고했다고 언급한 당시 고위층은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 정재찬 전 부위원장(이후 위원장 임명), 한모 사무처장으로 이들도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3명의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을 통해 퇴직간부들의 기업체 재취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A씨는 ‘퇴직자 선정기준 및 대상자’를 정리한 문건을 업무일지 또는 결재판에 끼워서 다니며 윗선에서 물어보면 이를 꺼내서 답변했다“고 말했다.

A씨에 앞서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B씨는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B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기업체에 연락해 자리를 부탁한 적이 있느냐’는 신문에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받아주면 안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는 SK 임원의 진술을 보여주자 ‘그 정도는 내가 했구나. 맞을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는 증인신문에서 공소시효(7년)가 아니었다면 B씨도 피고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은 인사, 조직관리, 경리 등 업무를 맡는데, 인사업무에는 퇴직자 관리까지 포함돼 있다”며 “근무하던 2009년 11월 ‘바람직한 퇴직문화 조성을 위한 퇴직관리 방안 검토’ 문건이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2009년 11월 작성한 '퇴직관리 방안 검토' 문건 내용 중 일부. [자료제공=유동수 의원실]
▲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2009년 11월 작성한 '퇴직관리 방안 검토' 문건 내용 중 일부. [자료제공=유동수 의원실]
문건의 퇴직자 선정 기준 기본원칙에 ‘산하·유관기관, 기업체 등을 추천 대상으로 하고 법무법인은 제외’로 기재돼 있는데, B씨는 ‘기업체와 로펌(법무법인)에 취업하는 사람(퇴직자) 차이는 무엇이냐’는 검사의 신문에 “로펌은 내부 기준에 따라 취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9일 열리는 3차공판에는 A씨에 이어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C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C씨는 운영지원과장 재직 중 퇴직자 14명을 기업체에 채용하게 해 기업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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