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운영지원과장 “그런 문제 해소 위해 재취업 기준 작성”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이 취업기관에서 공무원 정년까지만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4년 3월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은 당시 위원장의 문제제기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전 운영지원과장이 법정에서 증언했다.

2014년부터 3년간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한 A씨는 9일 서울중앙지법 제32형사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공정위원장 등 간부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년이 넘었는데도 (공정위 퇴직자들이) 기업체에 계속 근무하는 것에 대해 윗분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14년 3월 운영지원과가 작성한 것으로 조사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을 만든 이유를 묻는 검사의 신문에 “인사권자의 주문이었다”며 “(공정위를 퇴직해서) 나간 분들이 기업체에 정년을 넘어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답변했다.

A씨는 “공정위 퇴직자 출신이 기업체 나가서 정년을 훨씬 넘겨서 6~9년까지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노대래 위원장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해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을 만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2월 28일(금) 운영지원과장으로 발령받은 후 다음달 3일(월) 근무를 시작해 화요일(4일) 윗분들에게 부임 인사를 했다”며 “이 자리에서 60세 넘어 (기업체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검토하라고 지시해 바로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2014년 작성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 문건 중 일부.
▲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2014년 작성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 문건 중 일부.
▲ [자료제공=유동수 의원실]
▲ [자료제공=유동수 의원실]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인천 계양갑)에서 입수한 해당 문건을 보면 추천대상은 ‘원칙적으로 정년퇴직 2년 이상을 남긴 직원을 추천’, 재취업 추천은 ‘외부에서 추천 요청이 있음에도 고사하는 경우 해당자는 재취업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더 이상 추천하지 않도록 한다(희망시 계속 근무)’, 연장계약 기준은 ‘공정위는 퇴직자들이 취업기관에서 공무원 정년까지만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퇴직자 적용은 ‘현재 취업기관에서 공무원 정년을 초과하여 계속 연장근무하고 있는 퇴직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A씨는 이중 추천대상과 재취업 추천은 기존에 적용하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연장계약 기준과 기존 퇴직자 적용은 새롭게 추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기업체에 재취업한 공정위 퇴직자가) 공무원도 아닌데 공정위가 저런 기준을 왜 만들었나”는 검사 질문에 “기업체에 나간 사람이 정년을 넘어서까지 기업체에 계속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기업체 나간 퇴직자들이 공정위라는 조직을 팔아서 연장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윗분들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며 “공정위 퇴직자 출신이 기업체 나가서 정년을 훨씬 넘겨서 6~9년까지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노대래 위원장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해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을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퇴직자들이 공정위를 팔면 계약은 연장이 되나 보네요”라는 질문에 “공정위를 팔아서 계속 연장하는 게 부담이 되어서…”라고 말했다.

A씨는 반대신문에서 “이미 퇴직해서 기업에 재취업한 자의 반발도 있었을텐데”라는 다른 피고인 변호인의 질문에 “실제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의 반발이 발생했다”며 “한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가 항의해 부위원장님께 항의한 사실을 말씀드려 부위원장이 당사자에게 잘 말씀드려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위원장 재직 때 공정위 퇴직자 2명을 기업이 채용하게 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의 변호인은 “이들 2명이 문건 작성 이전에 명예퇴직 등이 취진돼 확정 단계였다”는 사실을 들어 문건 작성 지시 주장을 반박했다.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은 2014년 3월 18일 완성본이 만들어졌는데 2명은 다음날 19일 공정위를 명예퇴직한 후 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퇴직 예정자가 기업체 재취업을 결정하고 명예퇴직을 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 변호인은 2013년 6월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이 작성한 ‘퇴직 후 재취업에 따른 부작용 차단 방안’ 문건을 제시하며 증인 주장이 사실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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