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퀄컴에 환급금 486억 외 가산금으로 돌려줘야

▲ 공정위가 2016년 7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하는 모습.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말 이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퀄컴 측은 이전과 같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공정위가 2016년 7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건을 심의하는 모습.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말 이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퀄컴 측은 이전과 같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2009년 퀄컴 인포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과 관련 대법원 판결을 반영해 기존에 부과한 2731억9700만원 중 486억5800만원(17.81%)을 직권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연합뉴스는 23일 “퀄컴은 과징금 전액을 냈기 때문에 공정위는 취소 액수와 이자(환급가산금)까지 함께 줘야 한다”며 “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0억원에 달하는 환급가산금은 공정위의 이자 산정방식이 개정된 2016년 3월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공정위가 퀄컴 측에 돌려주어야 하는 환급금은 486억 가량인데 이에 붙는 가산금이 150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원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관련 과징금은 빼라” 판결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5조의7(과징금 환급가산금)은 “공정위가 이의신청의 재결 또는 법원의 판결 등의 사유로 과징금을 환급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납부한 날부터 환급한 날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급가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2009년 7월 20일(당시 위원장 직무대행 서동원) 전원회의를 열어 미국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의 로열티 차별, 조건부리베이트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공정위가 같은 해 12월 30일 작성한 의결서를 보면 퀄컴에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한 과징금은 2731억9700만원이었다.

과징금 납부기간을 납부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이기 때문에 퀄컴 측은 다음해 2010년 2월말께 납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과징금 납부고지서를 받은 퀄컴 측은 같은 해 2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3년 이상 지난 2013년 6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지만 시정명령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구조. [자료출처=공정위]
▲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구조. [자료출처=공정위]
 
 
이에 원고 퀄컴 측과 피고 공정위가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사건을 접수한 지 5년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 31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관련 과징금을 제외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사건은 서울고법 제7행정부에 배당돼 다음달 8일 변론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과징금 일부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서울고법 또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대법원의 당초 판결 내용이 확정된 후 환급하면 가산금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급 가산금 요율 자주 바뀌어 계산하기도 쉽지 않아

공정위가 받은 과징금을 환급할 때 추가로 주어야 하는 가산금의 요율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 제64조의5(환급가산금 요율)는 “법 제55조의7에 따른 환급가산금은 환급될 과징금에 대하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43조의3제2항에 따른 이자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16년 3월 8일 시행된 개정 시행령에 처음 적용된 내용으로 퀄컴 측이 과징금을 납부한 2010년에는 ‘금융기관의 정기예금이자율을 참작하여 공정위가 고시로 정하는 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가산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22일 시행된 개정 시행령은 ‘연 1000분의 42(연리 4.2%)를 곱하여 계산한 금액’으로 바꾸었다. 가산금 요율은 시중금리를 반영해 2014년 7월 25일부터는 연 2.9%로 내려간 후 국세기본법 시행령 조항에 따른 이자율을 적용한 2016년 3월 8일 연 1.8%로 더 떨어졌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43조의3(국세환급가산금)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자율이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수신금리를 고려하여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을 말한다”며 시행규칙으로 위임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시행규칙 제19조의3(국세환급가산금의 이율)이 정한 이율은 2016년 3월 8일 연 1.8%였지만 다음해 2017년 3월 15일 연 1.6%로 내려간 후 지난해 4월 1일 연 1.8%, 올해 3월 20일부터는 연 2.1%로 올라갔다.

공정위가 퀄컴 측으로부터 과징금을 납부받은 2010년 고시로 정한 환급가산금 요율은 연 5.52%였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밝혔다.

퀄컴 측이 부과받은 과징금 2731억9700만원을 2010년 2월 28일 납부하고, 공정위가 직권으로 취소한 과징금 486억5800만원을 이번 주말인 29일 환급한다고 가정하면 환급가산금은 149억8499만원이 된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150억원과 별 차이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과징금 일부를 직권취소하기로 결정한 의결서가 나오면 곧바로 환급할 예정”이라며 “환급금 외 가산금까지 포함 636억원을 당장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퀄컴 취소소송 제기 후 대법 판결 나오기까지 9년 걸려

공정거래법의 ‘과징금 환급가산금’ 규정이 2016년 개정되지 않았다면 공정위가 돌려주어야 할 가산금은 계산된 금액(149억8499만원)의 5배가 넘는 841억여원이 되었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7(과징금 환급가산금)은 2016년 3월 18일까지 “공정위가 이의신청의 재결 또는 법원의 판결 등의 사유로 과징금을 환급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납부한 날부터 환급한 날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급가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다음날 19일 시행된 개정 법에는 “다만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과징금 부과처분이 취소되어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당초 납부한 과징금에서 새로 부과하기로 결정한 과징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환급가산금을 계산하여 지급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단서조항이 추가되지 않았다면 공정위는 과징금 전부를 취소한 후 재산정해 부과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미 받은 2731억9700만원과 이에 따른 가산금 840여억원을 돌려준 후 재산정한 과징금 2245억3900만원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퀄컴 측에 부과해 받은 과징금 일부를 환급하며 추가로 주어야 할 가산금이 150억원에 달하는 원인 일부를 과징금 등 취소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9년 가까이 걸린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사건 접수 후 5년 6개월 이상 지나서야 판결을 내렸다.

2017년 9월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은 “법관 전관예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결과,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이하 퀄컴)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1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1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돼 있다”며 “그런데 7년 전인 2009년 12월 공정위가 비슷한 이유로 과징금 2731억여원을 부과한 사건에 대한 취소소송도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은 이어“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이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효력을 반감시키고 있지만 대법원은 전관예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첫날에는 “관련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지만 다음날 “종전 어느 대법원장도 대법관도 인정하지 않던 전관예우를 현실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퀄컴 측이 2013년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며 선임한 대리인에는 대형로펌에 소속된 대법관 출신 A변호사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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