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등 가정파탄 사례 적잖아 '건전한 유통채널' 걸림돌로

다단계판매에 빠진 가족 때문에 고민한다는 글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차고 넘친다. 다단계판매원인 배우자와 이혼했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는 가족을 어떻게 하면 구출해 낼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네티즌 A씨는 지난해 네이버 지식인에 “어머니가 다단계 화장품 사기를 당했다”며 법적 조치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글을 남겼다.

A씨의 어머니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다단계판매 업체의 판매원으로 가입했다. A씨는 “윗선에서 어머니께 3개월 전까지는 취소가 가능하니 본인(A씨 어머니) 신용카드로 대신 결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개에 234만원짜리 제품을 총 5개 1170만원어치를 본인(A씨 어머니) 부담으로 카드 결제했다”며 “카드결제 후 급 돌변해 취소할 수 없으니 대신 5개에 해당하는 금액 1170만원을 입금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차용증을 작성하여 인감까지 받아놓았으나 돈을 차일파일 미루며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고 밝히면서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 혹은 사기죄로 고소가 가능한지 물었다.

A씨 어머니의 사례는 ‘물건 사재기’의 폐해로 해석된다.

▲ 다단계판매로 피해를 입은 어머니 사례를 소개한 아들의 글.
▲ 다단계판매로 피해를 입은 어머니 사례를 소개한 아들의 글.
▲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한 사람은 물건 구매일로부터 3개월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업체가 이를 거부하면 공제조합에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출처=직접판매공제조합]
▲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한 사람은 물건 구매일로부터 3개월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업체가 이를 거부하면 공제조합에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다. [자료출처=직접판매공제조합]

우리 사회에서 ‘다단계판매원’은 해서는 안 될 일처럼 인식되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저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는 사람과 거리를 둔 채 되도록 엮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다단계판매 업계가 처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같은 사회적 불신은 결국 다단계판매 업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부 다단계 판매 업체는 제품 등으로 승부하기보다‘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영업으로 업계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일부 다단계판매원들은‘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 하위판매원을 모집했다. 이는 물건 사재기로 이어졌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가족과 지인이‘다단계에 빠졌다’고 호소하는 상당수가 물건 사재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고충을 토로한다.

한 다단계판매 업체에 임원으로 몸 담았던 이모씨는 “다단계판매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해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만난 인맥 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영업하면 ‘돈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른바‘꾼’들이 많은 것이 다단계판매 업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어 “판매원들이 단번에 수백만원어치 물건을 사재기하는 영업 방식이 불건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암암리에 부추키고 있다”며 “물건 사재기가 사라지지 않으면 업계가 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한 권모씨의 집에는 모 다단계판매 업체 제품이 쌓여 있다. 권씨는 자신이 소비하거나 재판매를 위해 ‘물건’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일정 직급에 손쉽게 달성하기 위해 물건을 사재기했다. 하지만 재판매와 하위판매원 모집 등이 여의치 않자 다단계판매원 활동을 접었다.

권씨는 “친구의 소개로 (판매원에) 등록했는데 빠른 상위직급 달성을 위해서라며 물건 사재기를 독촉했다”며 “친구가 내게 권한 방식으로 나도 하위판매원을 모집하다보니 사업이 쉽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이 ‘다단계판매를 한다고 했더니 만나는 것조차 꺼려 판매원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다단계판매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유통채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바탕으로 다단계판매원들의 건전한 영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판매원은 다단계판매 업계의 ‘얼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원의 물건 사재기가 계속 될 경우 다단계판매 업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제고는 그만큼 더뎌질 수 밖에 없다.

다단계판매업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통채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체와 판매원이 함께 뜻을 모아 ‘물건 사재기’ 근절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마케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