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기간 경과 조건 붙여...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

상조상품에 가입하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만기 시 100% 돌려준다’는 이유로 계약하는데 많은 상조업체들이 만기 이후 최대 10년이 경과해야 100% 환급이 가능한 상품들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조업체들이 가전제품 등과 결합한 상조상품을 판매하면서 만기 후 계약을 해제하면 상조 납입금 100%와 가전제품 가액에 해당하는 만기축하금까지 지급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지철호)는 “상조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대형 업체로 재편된 상황에서 이와 같이 만기연장, 과도한 만기환급금 약정 등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상조소비자 피해주의보를 22일 발령했다.

일반적으로 상조소비자들이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상품에 가입하기보다 모집인의 설명 또는 광고의 일부만으로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만기 후 일정기간 경과’가 아니라 ‘만기 직후’부터 납입금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다.

 
 
▲ 상조업체 A라이프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상조상품을 소개한 내용.
▲ 상조업체 A라이프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상조상품을 소개한 내용.
일부 상조상품은 납입기간을 32년 6개월(390개월)까지 설정하고 추가 기간 1년을 더 둬 100%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 최소 자본금 요건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임에 따라 소비자들의 해약신청이 급증하면서 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또한 상조업체들이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만기축하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전제품 등 납입금은 할부거래법에 의한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기 못하기 때문에 업체가 만기 전에 폐업하면 소비자들은 상조상품 납입금의 절반 밖에 보상받지 못하고 남은 가전제품 가액에 대한 추심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과도한 만기환급금 약정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되는 지를 검토해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사수신행위법(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은 다른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로서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조업체들이 광고하는 ‘만기 시 100% 돌려준다’는 부분은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의 소지도 있다.

상조업체 A라이프는 홈페이지에 자사의 상조상품을 설명하면서 ‘만기 완납 후 100% 환급 가능’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를 본 소비자는 마지막 납입금을 낸 후 계약을 해제하면 납입금의 전부를 되돌려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월 납임금 등 관련 상품을 상세히 소개한 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상품의 경우 완납 후 5년의 거치기간이 있으니 유의바랍니다’라는 작은 글씨가 나온다. ‘100% 환급’을 받으려면 납입금을 110회까지 완납하고 5년을 더 기다려야 된다는 의미다.

이런 사례는 다른 상조업체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기만적인 표시ㆍ광고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표시광고법 제3조에 따라 공정위가 만든 ‘인터넷 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예규)’은 “사업자가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글자의 색이나 크기 등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사업자가 자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 달 만에 7Kg 감량’이라고 눈에 띄게 광고한 뒤 체중감량 전후 대비 사진에서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글자로 ‘3개월 복용 시’라고 쓴 경우를 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상품 광고 앞부분에 ‘만기 시 100% 돌려준다’고 적은 후 그 뒤에 만기 조건에 대해 작은 글씨로 썼다면 표시광고법이 금지하는 기만적인 표시ㆍ광고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만기 후 일정기간이 경과해야 100% 환급받는 상품’으로 19개 상조업체의 59개 상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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