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정당한 부과처분…시정명령 일부는 취소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 퀄컴(Qualcomm)에 부과한 과징금 1억311억여원을 1심 법원에서 모두 지켰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와 계열회사 퀄컴 씨디엠에이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피티이 리미티드(QCTAP),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QTI)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에서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시정명령 일부는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21일 전원회의를 열어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CDMA(2G), WCDMA(3G), LTE(4G) 관련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s)를 보유한 퀄컴의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대한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스 거절 또는 제한 행위(행위 1),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 모뎀칩셋 공급 조건으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요구한 행위(행위 2),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 때 포괄 라이선스 조건, 자신이 정한 실시료 조건, 무상 크로스 그랜트 조건을 포함한 계약조건을 제시한 행위(행위 3)를 문제 삼았다.

퀄컴의 이러한 행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2 제1항 제3호과 ‘사업자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행위 1, 2, 3은 모두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이고, 행위 2, 3은 불공정거래행위에도 해당된다고 보았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퀄컴에 자신이 보유한 CDMA, WCDMA 및 LTE 관련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하여 모뎀칩셋의 제조, 판매, 대여, 사용, 수리 및 기타 처분 권리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의 의사를 표명하는 모뎀칩셋 제조사와 모뎀칩셋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모뎀칩셋 제조사 등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 8가지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다음해 1월 20일 작성한 의결서를 통해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에 4286억500만원, 퀄컴 씨디엠에이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피티이 리미티드에 6025억4000만원 등 총 1조311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3가지 행위 중 1개는 위법하지 않아”…과징금 액수는 불변

퀄컴은 같은 해 2월 21일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법에 청구했다.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사건은 다른 소송과 달리 서울고법이 1심 재판을 맡고, 대법원이 2심 재판을 맡는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소송 제기 2년 9개월만에 판결을 선고한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퀄컴의 행위 1과 행위 2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 때 무상 크로스 그랜트 조건 등을 제시한 행위 3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시정명령 8가지 중 행위 3과 관련된 ‘피심인(퀄컴)들은 자신이 보유한 CDMA, WCDMA 및 LTE 관련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하여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당한 행위를 강제함으로써 휴대폰 제조사 등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시정명령 5)’와 ‘피심인들은 휴대폰 제조사가 피심인들과 체결한 기존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수정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통상적인 업계 관행 및 선의에 따라 성실하게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임하여야 한다(시정명령 6)’는 2가지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퀄컴의 3가지 행위 중 행위 3에 대해 재판부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지만 공정위가 총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 이유는 행위 2와 행위 3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행위 3이 없더라도 과징금 부과액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가 작성한 의결서를 보면 퀄컴의 행위 1, 행위 2, 행위 3에 대해 과징금을 산정하며 기준이 되는 관련매출액을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게 판매한 CDMA, WCDMA, LTE 표준 관련 모뎀칩셋 매출액,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CDMA, WCDMA, LTE 표준 관련 특허 라이선스 매출액 2가지로 한정했다. 모뎀칩셋 매출액은 187억3431만여달러, 특허 라이선스 매출액은 133억2630만여달러로, 부과기준율 2.7%(매우 중대한 위반)를 적용해 각각 5억582만여달러(6025억4000만원), 3억5981만여달러(4286억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행위 2와 행위 3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외 불공정거래행위에도 해당돼 경합해 적용할 수 있었지만 법 위반 행위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 하나인 점을 감안해 법정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높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위반에 따른 과징금만 부과하고 부과기준율 1.8%(매우 중대한 위반)을 적용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퀄컴 소송대리인 ‘판결문 열람·복사 제한’ 의견서 제출

공정위는 이날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고법은 퀄컴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며 “판결문 송달 후 판결내용을 분석해 향후 진행될 대법원 상고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판결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퀄컴 측은 “우리는 한국 공정위의 시정명령 일부를 받아들인 이번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법을 찾겠다”면서도 “다만 법원이 공정위의 시정명령 중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퀄컴 측 소송대리인은 판결선고에 앞서 재판부에 판결문 열람·복사 등 제한에 관한 의견서 제출한 데 이어 이날 소송기록 열람·복사 제한 신청을 냈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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