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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무등록 다단계판매’ 4곳 적발했지만…웅진씽크빅-대교-교원-한솔교육 경고 그쳐 ‘솜방망이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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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9  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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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과천정사 공정위 심판정 모습.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무등록 다단계판매 업체를 적발하고도 경고 처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에 제출한 ‘4개 사업자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웅진씽크빅, ㈜대교, ㈜교원, ㈜한솔교육이 ▶가입권유에 의한 하위판매원의 모집이 있고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루어졌고 ▶다른 판매원들의 거래실적 등에 영향을 받는 후원수당 지급이 있는 등 3가지 여건을 갖추어 방문판매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한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3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에서 제3소회의(의장 김재신)를 열어 이들 4개 사업자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 건을 심의했다.

4개 사업자 중 웅진씽크빅은 경기도에 후원방문판매업으로 등록했고, 대교, 교원, 한솔교육은 서울 해당 구청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했지만 다단계판매업으로는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하거나 관리·운영하는 다단계판매업자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증명서류 등 서류를 갖추어 해당 시도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법 제13조 제1항).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 과징금을 부과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법 제58조). 벌칙은 방문판매법 위반행위 중 가장 높다.

 
   
 

   
▲ 공정위 의결서에 나타난 웅진씽크빅의 3단계 이상 판매조직(예시).
   
▲ 공정위 의결서에 나타난 대교의 3단계 이상 판매조직(예시).
   
▲ 공정위 의결서에 나타난 교원의 3단계 이상 판매조직(예시).
   
▲ 공정위 의결서에 나타난 한솔교육의 3단계 이상 판매조직(예시).
하지만 공정위 제3소회의는 이들 업체가 일반적인 다단계(판매) 조직에 비해 판매원 간 상하 유기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 취급하는 품목이 전집, 학습지 등으로 소비자판매비중이 높아 사재기 등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 피심인의 판매행위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가 확인되지 않고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심인이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에게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아니하고 다단계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경고한다’고 결정했다.

◆공정위, 2007년 ‘무늬만 방문판매’ 제재했다 낭패

공정위는 지난 2007년 8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웅진코웨이(주), ㈜대교가 방문판매업 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다단계판매 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웅진코웨이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교원, ㈜웅진씽크빅에 대해 같은 이유로 ‘피심인은 피심인의 주된 사무소를 관할하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에게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아니하고 다단계판매조직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시정명령 의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에 대해 “판매업자(다단계판매업체)가 특정인에게 ▶판매업자가 공급하는 재화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해 특정인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해 그 하위판매원이 당해 특정인의 활동과 같은 활동을 하면 일정한 이익(다단계판매에 있어서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하여 얻는 소매이익과 다단계판매업자가 그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다단계판매조직(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인 판매조직 중 사실상 3단계 이상인 판매조직으로 관리·운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판매조직 포함)을 통하여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시군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방문판매업과 달리 최소 자본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시도에 등록해야만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당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웅진코웨이, 대교, 교원, 웅진씽크빅 등이 다단계판매업에 해당하지만 등록하지 않고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행위(무늬만 방문판매)를 했다고 보고 제재를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07년 같은 이유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받은 나드리화장품(주)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2008년 9월 “법 제2조 제5호에서 정한 다단계판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재화 등을 구입한 소비자가 판매원이 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나드리화장품)의 화장품 등을 구입한 소비자가 원고의 판매원이 된 것이 아닌 이상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의 이 사건 판매는 법 제2조 제5호에서 정한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원고승소 편결을 내렸다. 나드리화장품의 판매(영업행위)가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공정위가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른바 ‘무늬만 방문판매’였던 변종 다단계판매 방식을 찾아내 제재했지만 법원이 당시 방문판매법이 정의한 다단계판매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위법한 처분을 한 꼴이 되었다.

◆‘변종 다단계판매 규율’ 2012년 법 개정 취지 무색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판매법 개정 작업이 시작돼 2011년 12월 29일 방문판매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기존의 다단계판매 해당 요건 중 소비자 요건과 소매이익 요건을 삭제하고,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방문판매업과 시도에 등록해야 하는 다단계판매업 사이에 후원방문판매업을 신설했다.

2012년 8월 18일 시행된 개정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를 ▶판매업자에 속한 판매원이 특정인을 해당 판매원의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모집방식이 있고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다른 판매원의 권유를 통하지 아니하고 가입한 판매원을 1단계 판매원으로 한다) 이상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판매업자가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가지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판매조직을 통해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다단계판매의 요건에 해당하지만 특정 판매원의 구매·판매 등의 실적이 그 직근 상위판매원 1인의 후원수당에만 영향을 미치는 후원수당 지급방식을 가진 경우에는 후원방문판매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현행법상 지나치게 엄격하게 돼 있는 다단계판매 정의 규정을 단순화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신종․변종 다단계판매 영업형태에 대한 방문판매법 규율이 가능해졌다”며 “사실상 다단계판매 영업을 하면서도 일부 요건을 회피해 ‘무늬만 방판’으로 영업하던 업체들에 대한 규율체계를 확립했다”고 법 개정의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방문판매법을 전면 개정한 이유가 1차적으로 신종․변종 다단계판매 영업형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미등록 다단계판매 영업행위를 적발하고도 경고에 그친 것은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고 영업하고 있는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금지행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3소회의 심의에서 한 피심인의 대리인(변호사)은 의견 진술을 통해 “취업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경력단절여성들이 교육산업에 참가해 독서 지도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데 이 여성들의 가슴에 ‘다단계판매원’ 배지를 달아주어야 할 공익적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 방문판매법이 인정하는 합법적 유통채널인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한편으로 공정위 조사와 심의를 받는 피심인들을 대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위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공정위를 대리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이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특수거래과 심사관은 시정명령과 함께 검찰 고발 의견을 함께 제시했지만 제3소회의는 고발은 물론 시정명령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문판매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달리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이 적용되지 않아 이들 4개 업체의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행위 혐의는 공정위의 고발이 없더라도 경찰이나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노태운기자  |  nohtu@maeilmarke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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