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포스코 담합 건 부과명령 재량권 일탈·남용” 따라

▲ 조성욱 공정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오른쪽은 지철호 부위원장. [사진제공=공정위]
▲ 조성욱 공정위원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오른쪽은 지철호 부위원장. [사진제공=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과징금 재산정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 구술심의를 진행해 결정한다.

공정위는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6개 아연도강판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대한 건 관련 ㈜포스코에 대한 과징금 재산정 및 부과의 건을 심의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과징금 893억 부과 싸고 법원 판결 엎치락뒤치락

공정위는 지난 2012년 12월 20일 전원회의에서 아연할증료를 담합한 포스코, 동부제철 등 6개 아연도강판 제조판매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에 대해 2006년 2월부터 2008년 4월까지 1차 공동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893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포스코는 다음해 1월 29일 작성된 의결서를 받은 후 공정위를 상대로 이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6행정부(당시 재판장 김광태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22일 취소소송을 낸 포스코의 청구를 받아들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포스코가 1차 아연할증료 담합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간은 2006년 12월까지라며 당시 공정거래법이 정한 처분시효 5년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공정위는 대법원에 상고해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

대법원 특별2부(당시 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16년 10월 27일 “원심은 원고가 2006년 7월 13일께 또는 늦어도 12월 중순께 공동행위에서 탈퇴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시효가 완성돼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했지만 이러한 원심 판단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 또는 탈퇴에 관한 법리를 오래하고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 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과징금 납부명령 위법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2행정부(당시 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8일 선고를 통해 포스코가 1차 아연할증료 담합에 가담하고 처분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과정에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어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1차 아연할증료 담합에 가담한 포스코에 대해 부과할 과징금을 산정하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관련 매출액(2조3641억원)의 7%를 산정기준으로 적용했다. 또 1차 조정, 2차 조정(10% 감액)을 거쳐 부과과징금을 결정하며 40%를 감경해 최종적으로 89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고(포스코)는 이 사건 제2, 제3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아 가담의 범위와 위반 정도가 다름에도 이 사건 공동행위 모두에 참가한 다른 사업자들과 동일한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고, 부과과징금 단계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동일하게 40%를 감액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 공정위가 2013년 1월 29일 작성한 아연도강판 부당한 공동행위 건 의결서 중 일부.
▲ 공정위가 2013년 1월 29일 작성한 아연도강판 부당한 공동행위 건 의결서 중 일부.
원고 포스코와 피고 공정위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과징금 납부명령에 위법이 있으면 법원은 이를 모두 취소시키기 때문에 공정위는 모두 환급하고 재산정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판결문을 받자 이미 받은 과징금 893억원에 환급가산금을 붙여 되돌려줬다.

 ◆과징금 재산정 최근 7년간 서면심의 관례 깨

공정위는 최근 7년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과징금을 재산정할 때 거의 대부분 공개 구술심의가 아닌 서면심의로 결정했다.

2016년 4월 15일 남양유업(주)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관련 과징금 재산정 및 부과의 건(제1소회의), 지난해 7월 17일 4개 자동차용 베어링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관련 셰플러코리아(유)에 대한 과징금 재산정 및 부과의 건, 삼광글라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 관련 과징금 재산정 및 부과에 대한 건(전원회의) 등을 서면으로 심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술심의 진행과 관련 "당초 부과한 과징금 액수가 적지 않아 재산정과 관련한 피심인의 진술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서면심의 대신 구술심의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지철호 현 부위원장은 2012년 12월 20일 포스코에 과징금 893억원 부과를 결정한 전원회의에 상임위원으로 참여했는데 7년 6개월이 지나 재산정 심의에 참석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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