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수판매분야 집합금지' 다단계판매에 먼저 붙어

▲ 서울시내 한 다단계판매업체에 붙은 '집합금지명령' 안내문 내용 일부.
▲ 서울시내 한 다단계판매업체에 붙은 '집합금지명령' 안내문 내용 일부.
서울 관악구 소재 방문판매 업체 ‘리치웨이’ 홍보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직접판매업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다단계판매, 방문판매, 후원방문판매 등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어 다음날 다단계판매 업체들에 ‘특수판매업체 집합시설(홍보관)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 알림’ 공문을 보내 집합금지명령 발령 사실을 알렸다.

특수판매 분야의 집합시설에서 밀접접촉이 이루어져 코로나19 집단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서울 시민의 건강 및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집합금지명령 알림’을 보낸 직후 각 다단계판매 업체를 직접 방문해 교육장, 미팅룸, 세미나실 등에 ‘집합금지명령’을 부착했다. 업무공간은 집합금지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시가 다단계판매 업계에 발 빠르게 집합금지발령 관련 공문을 보내고 집합금지명령을 부착한 것과 달리 방문판매 업체의 홍보관에 대한 관리감독은 미흡한 실정이다.

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빙고동에 거주하는 70대 주부 A씨는 인근 동네에 있는 의료기기 판매 업체 홍보관에 다녀왔다. 해당 업체는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고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홍보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홍보관은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 대상이었다.

A씨는 “오늘(9일) 홍보관을 다녀왔는데 그곳(홍보관)은 본사가 운영하고 법에도 다 신고해서 문제없는 곳이라고 한다”며 “손 소독제를 하고 발열 체크를 하고 들어가 의료기기 체험을 하고 왔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돈 안내고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의료기기를 구매하기도 한다”면서 “동네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사랑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6시께 A씨가 다녀왔다고 하는 서울 용산구 ○○동 소재 의료기기 홍보관을 찾았다. 홍보관은 재개발을 앞둔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고, 나이든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주를 이뤘다.

홍보관 입구에 “여기는 직접 본사가 운영합니다. 감기증상, 열 증상 있는 분은 방문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서는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서울시가 다단계판매 업체에 대해 집합금지명령과 함께 이튿날 즉각 각 업체에 공문을 발송하고 집합금지명령서를 부착했지만 방문판매 업체인 ‘리치웨이’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는 방문판매업체의 일부 홍보관은 집합금지명령 이후에도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또 다른 한 어르신은 “용산구 한남역 인근 어느 건물 지하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홍보관이 있다”면서 “동네 친구가 그곳에 또 간다고 하기에 ‘리치웨이 홍보관이나 다를 바 없으니 가지말라’고 했는데도 ‘집에서 노는 게 심심해서 계속 간다’고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홍보관이나 떴다방은 주로 어르신들을 상대로 영업한다. 이들 홍보관은 관계기관에 신고나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부근 한 건물 지하에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업자가 3개월간 홍보관을 운영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500만원. 이 홍보관은 계약기간을 3개월 연장해 6개월간 영업하고 문을 닫았다. 최근 이 상가에 또 다른 홍보관을 운영하려는 업자가 부동산을 통해 건물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리치웨이 홍보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홍보관 계약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홍보관과 떴다방은 한 장소에서 단기간 영업하고 장소를 옮기는 특성이 있다. 어르신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휴지와 설탕 등 생필품을 무료로 준다거나 무료 음료 제공, 의료기기 무료 체험 등의 편의를 제공해 시간 많고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한다.

다단계판매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관리․감독이 철저해 관련 법 준수 및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업계 전체가 싸잡아 매도당할 수 있어 조심했는데 오히려 방문판매 업체 홍보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사태로 인해 다단계판매 업계만 더 힘든 상황이 됐다”며 “일명 떴다방과 홍보관은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운영되는 곳이 많아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홍보관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판매 업체가 운영하는 ‘홍보관’과 ‘떴다방’ 외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홍보관 등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2의 리치웨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기관이 ‘매의 눈’으로 이들 홍보관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한편 용산구청 관계자는 A씨가 방문한 방문판매 업체 홍보관에 대해 10일 “집합금지명령 대상이 맞다”고 밝혔다. 해당 홍보관에 집합금지명령이 부착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곧 나가서 집합금지명령을 부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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