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기한 60일 설정…징수결정액 대비 수납액 비율 낮게 보여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지난 10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과징금 미수납액 2615억600만원 중 대부분은 수납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납기미도래 2108억1200만원 및 징수유예 123억2200만원”이라며 “수납 대상이 아닌 납기미도래 및 징수유예 미수납액을 제외한 수납 대상 과징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 수납률은 78.7%”라고 말했다.

전날 연합뉴스가 전날 “공정위가 올해 1∼8월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34%만 국고로 수납됐다”고 보도한 후 같은 내용을 전한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공정위는 상반기 3058억9500만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실제 수납된 돈은 34.3%인 1049억3300만원에 불과했다”며 “과징금 수납률은 2016년 60.0%, 2017년 89.1%였으나 2018년 45.2%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5.0%까지 내렸다가 (올들어) 소폭 올랐다”고 지적했다.

◆2017년 퀄컴에 1조311억 받아 수납률 90% 육박하기도

이에 대해 공정위는 아직 수납하지 못한 과징금에는 납기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납기미도래 금액 및 집행정지 인용에 따라 일시적으로 집행이 유예된 징수유예 금액 총 2231억3400만원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면 수납하지 못한 과징금 임의체납액은 383억72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올해 8월말 현재 징수결정액은 4033억1200만원이지만 납기미도래 및 징수유예 금액을 뺀 1801억7800만원 중 21.3%(383억7200만원)만 체납 상태라는 것이다.

공정위 과징금 징수결정액은 전년도 미수납이월액에 당해 연도 신규 부과액을 더한 금액에서 당해 연도 환급액 및 감액을 뺀 금액(전년도 미수납이월액+당해 연도 신규 부과액-당해 연도 환급액 및 감액)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등 사업자들이 고지서 발부일로부터 60일 내 납부하면 된다는데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28일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와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결정을 같은 해 12월 21일 내렸지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주문을 받은 의결서를 다음해 2017년 1월 20일(의결일) 작성해 과징금 부과 고지서와 함께 퀄컴 측에 송달했다. 의결서를 보면 최종 확정된 과징금 1조311억4500만원의 납부기한은 납부고지서에 명시된 납부기한(60일) 이내라고 돼 있다.

퀄컴 측은 부과받은 과징금을 2017년 3월에 납부했다. 2017년 공정위 과징금 징수결정액(1조2993억8000만원) 대비 실제 수납액(1조1581억8100만원) 비율이 89.1%에 달한 이유다.

공정위는 2013년 1월 ㈜포스코에 대해 아연도강판 담합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893억63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포스코는 과징금 납부와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재량권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과징금 전체가 아니라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이미 부과한 과징금 납부명령 전체를 취소하고 재산정하라고 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이미 징수한 과징금에 가산이자까지 더해 되돌려준 후 과징금 744억6900만원을 재산정해 부과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재산정해 다시 확정한 의결서를 작성한 날짜로 올해 7월 23일로 돼 있다. 납부고지서는 7월 30일 발부됐다.

▲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첨부한 자료. 2020년 8월은 2020년 6월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첨부한 자료. 2020년 8월은 2020년 6월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납부기한으로 60일이 부여돼 공정위 과징금 징수결정액은 올해 6월말 3058억9500만원이었지만 8월말 4033억1200만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상황이 됐다. 포스코에 부과한 과징금 납부기한은 9월말까지라 8월말 기준 납기미도래 금액은 2108억12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를 수납하지 못한 금액으로 잡아 공정위 과징금 수납률이 30%대(징수결정액 대비 실제 수납액)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지적을 위한 지적’일 뿐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 30일 납부고지서를 발부한 포스코에 부과한 재산정 과징금 744억여원을 10월 지연이자를 합쳐 수납했기 때문에 10월말 기준 수납액은 2000억원을 훌쩍 넘겨 징수결정액이 늘어났다고 해도 수납률은 50%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과징금 징수결정액 대비 수납액 비율은 납부기한 60일 때문에 낮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정위 과징금 수납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납부기한 연장 등을 신청도 하지 않고 임의로 체납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징금 임의체납액은 2016년말 221억6300만원에서 2017년말 287억4200만원, 2018년말 386억1700만원, 지난해말 402억66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8월말 현재 383억7200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매년 발생한 금액이 아니라 누적액이다.

연합뉴스는 공정위가 납기를 넘겨서도 수납하지 못한 임의체납액이 올들어 줄었다는 점은 간과하고 징수결정액 대비 수납액을 기준으로 수납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작년 부과액 1273억 그쳐 올해 환급액 두 자릿수로 급감

연합뉴스가 “공정위가 올해 1~8월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30%대만 국고로 수납됐다”고 보도하며 인용한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눈길을 끄는 수치를 발견할 수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사업자가 이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이미 받은 과징금액에 가산이자를 붙여 되돌려줘야 한다.

▲ 국회 예산정책처가 보고서에 첨부한 과징금 환급액 등 자료.
▲ 국회 예산정책처가 보고서에 첨부한 과징금 환급액 등 자료.

공정위가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되돌려준 환급금은 2016년 3303억9600만원, 2017년 2513억4700만원, 2018년 1442억8600만원, 지난해 2515억5800만원으로 최근 몇 년간 줄곧 1000억원을 넘었지만 올들어 8월까지 환급한 금액은 총 93억6100만원으로 한달 평균 12억원에도 못미쳤다.

2015년의 경우 공정위는 과징금 6857억2500만원(환급 전 실제 수납액)을 수납했지만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3572억4000만원을 되돌려줘 같은 해 받은 과징금의 절반이 넘는 52.1%를 환급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환급 전 수납액 대비 환급금 비율은 2016년 46.7%, 2017년 17.8%, 2018년 37.6%, 지난해 83.8%로 줄곧 두 자릿수였지만 올들어 8월까지는 6.2%로 확 줄었다.

올해 9~12월 남은 4개월 동안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환급액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1000억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매년 발간하는 통계연계를 보면 새로 부과한 과징금은 2015년 5889억5900만원, 2016년 8038억5200만원, 2017년 1조3308억2700만원으로 늘었다, 2018년 3104억4800만원, 지난해 1273억400만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부과한 과징금은 2004년 363억800만원을 기록한 후 최저치였다.

공정위의 과징금 환급액이 올들어 예년의 10분의 1 이하로 급감한 것은 부과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는 공정거래법 등 위반 혐의 사업자들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 소회의 심의의 완결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액 감소와 환급액 축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로, 심의의 완결성이 높아지면 과징금 부과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행정소송 패소가 줄어 환급액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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