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과징금지원칙 위배-직업수행 자유 침해 해당하지 않아"

 
 

상조업체가 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의 절반(50%)을 은행예치 또는 공제조합 가입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통해 의무적으로 보전하도록 규정한 할부거래법(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선수금 절반 보전의무를 규정한 할부거래법 제27조 등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상조업체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지난해 12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원 위헌법률심판 제청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심판 청구 

2010년 시행된 개정 할부거래법에 따라 서울시에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으로 등록한 A사는 미리 받은 선수금을 한국상조공제조합과 공제계약으로 체결하고 있었지만 2014년 3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은행예치 계약으로 선수금을 보전하면서 50% 보전의무를 준수하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부과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7년 8월 31일 A사가 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의 50%에 해당하는 25억7413만여원보다 25억7108만여원이 적은 305만원만을 예치하고 영업을 하고 계약을 해제한 건에 대해 해약환급금 1342만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등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A사와 대표 B씨에 대해 검찰 고발도 결정했다.

A사는 이의신청이 기각되자 다음해 2월 B대표와 함께 시정명령 등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나아가 선불식 할부계약을 정의한 할부거래법 제2조 제2호는 정의를 불분명하게 규정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공정위의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이라는 행정규칙에 의해 정하게 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 및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하고, 선수금 보전과 관련된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27조 제2항 그리고 제34조 제9호가 상조업체에게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선수금을 보전하도록 해 다른 금융업과 달리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할부거래법 제2조(정의) 제2호는 ‘선불식 할부계약’에 대해 “계약의 명칭·형식이 어떠하든 소비자가 사업자로부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화등의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2회 이상 나누어 지급함과 동시에 또는 지급한 후에 재화 등의 공급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고 정의하며 가목에 ‘장례 또는 혼례를 위한 용역(제공시기가 확정된 경우는 제외) 및 이에 부수한 재화’, 나목에 ‘가목에 준하는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재화 등으로서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화 등’으로 명시했다가 2015년 7월 개정돼 “계약의 명칭·형식이 어떠하든 소비자가 사업자로부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화 등의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2회 이상 나누어 지급하고 재화 등의 공급은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후에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로 바뀌었다.

제27조(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등) 제1항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제18조에 따라 등록할 경우 소비자로부터 선불식 할부계약과 관련되는 재화 등의 대금으로서 미리 수령한 금액(선수금)을 보전하기 위하여 ▶소비자피해보상을 위한 보험계약 ▶은행과의 채무지급보증계약 ▶금융기관 예치계약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에 따라 보전하여야 할 금액 및 그 산정기준은 선수금 합계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4조(금지행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제9호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에 따라 보전하여야 할 금액을 보전하지 아니하고 영업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같은 해 8월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 처분이 정당하다고 선고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서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A사와 B대표는 2018년 9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재에 심판을 청구해 그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받는 법적 권리구제 수단을 말한다.

◆업체 공정위 시정조치 이행하지 않아 법인-대표 검찰 고발

헌재는 선수금 보전과 관련한 할부거래법 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을 운영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15억 원 이상인 데 비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지급받는 선수금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2020년 기준 84개 업체의 선수금이 약 5조8000억원에 이르러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최소 자본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으므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파산과 같이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행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 그 피해 보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수금 자체에 대하여 보전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 “이 사건 보전의무조항에 따른 보전비율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상조업체는 영업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 사건 시정조치조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으나 이러한 시정조치는 재량행위로서 법 위반의 경위나 정도 등 상조업체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해당 위반행위의 중지, 할부거래법에 규정된 의무의 이행 등을 탄력적으로 명할 수 있게 되어 있어(할부거래법 제39조 제2항 제1호 내지 제5호)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제재에 따른 지나친 기본권 제한을 방지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는 이의신청 및 불복의 소 제기가 가능하다(할부거래법 제47조 제3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54조)”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가 지급받은 선수금이 제대로 보전되지 아니하여 소비자 피해가 급증했던 과거의 현실과 날로 늘어가는 상조업의 규모 및 상조업체 이용자의 수 등을 감안하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건전한 경영과 가입자의 피해 방지 및 신뢰 확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할부거래법의 선수금 의무보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또 선불식 할부계약 정의와 관련한 A사의 심판청구는 법원의 사실인정에 불복하는 것으로 사실상 법원의 재판에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또한 B대표의 청구는 해당 사건 소송에서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돼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각각 각하했다.

A사와 B대표는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상조업체가 2010년 개정 할부거래법 시행 전에 체결된 선불식 할부계약에 따라 미리 받은 선수금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보전하게 한 것은 소급입법금지원칙 및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2017년 7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한편 공정위는 A사와 B대표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시정조치 불이행)로 2018년 8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2019년 3월 선불식 할부거래업 최소자본금 15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A사에 대해 직권으로 등록말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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