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다단계판매원 자격박탈 법 위반으로 볼 수 없어”

 
 

다단계판매 업체가 자사에 등록한 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와 손잡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행위에 대해 판매원 자격박탈 등 제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다단계판매 업계는 ‘다단계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와 손 잡고 구매대금을 지원받아 물품을 구입한 후 그에게 넘기는 행위’가 확대되고 있어 업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다단계판매 업체는 등록된 다단계판매원(이하 판매원)에게만 제품을 판매한다. 대다수 업체들은 판매원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한 제품 유통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다단계판매 업체의 제품이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형식을 불문하고 다단계판매원이 온라인에 제품을 유통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매원은 이를 통해 후원수당 및 직급 승진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다른 판매원들은 영업 부진과 하위 판매원 모집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대량 납품’ 제의…알고 보니 온라인 재판매 위한 것

다단계판매 업체가 자사 제품의 온라인 유통을 막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판매원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단계판매원들은 자신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한 후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하위 판매원으로 모집해 영업실적 등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판매원의 ‘입’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의 입점 수수료는 제품가격의 30~40%에 달한다.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이같은 입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판매원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한다.

대다수 다단계판매 업체는 판매원이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유통할 경우 회원규칙에 따라 최대 판매원 자격 박탈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다단계판매 업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단계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제품을 구입한 후 자신은 후원수당 등을 챙기고 제품은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에게 넘겨 인터넷 쇼핑몰 등에 유통시키는 행위다.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다단계판매 업체 판매원 A씨는 3년 정도 활동하면서 중위 직급을 달성했다. A씨는 영업을 하던 중 다단계판매 업체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받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알고 보니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였다.

A씨가 거래에 동의하자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는 신용카드를 건네 회원가격의 67%를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나머지 33%는 판매원이 부담했다. A씨가 제품 구입가의 33%를 부담한 것은 후원수당을 그 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3년 정도 사업을 해 어느 정도 조직이 잘 구축된 A씨는 후원수당으로 최대 25~30%를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본인 및 하위에 있는 판매원의 직급이 높아져 후원수당이 늘어나고 직급상승을 꾀할 수 있어 제품가의 33%를 부담해도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다단계판매 업체 제품들은 상당수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는 아무 판매원에게나 접근하지 않는다. 주로 중‧상위 직급에 해당하는 판매원을 물색한다.

매출 규모 상위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원이 영업을 위해 운영하는 SNS를 통해 업자(온라인 재판매 사업자)가 직급과 후원수당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한 후 은밀한 제의를 한 경우가 있다”며 “후원수당을 어느 정도 받는 판매원이 ‘박리다매’한다는 심정으로 업자와 손잡고 제품을 온라인에 유통하게 되면 다른 다단계판매원들은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매 금지, 소비자보호 등 합리적 이유 있어야”

다단계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원이 하위 판매원 가입 및 제품을 권유하면 상당수가 회원가입하기 직전에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며 “인터넷에서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면 결국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비전 없는 사업이라고 여겨 회원 가입조차 꺼려 기존 판매원들의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 본지 질의(위)에 대한 공정위 답변(아래) 내용.

이에 본지는 지난달 1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현재 다단계판매 업계는 ‘다단계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업자와 손 잡고 구매대금을 지원받아 물품을 구입한 후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에게 넘기는 행위’가 확대되어 다단계판매 업계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 이와 관련 취재 중에 있다”며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 수첩에 ‘다단계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 등과 손잡고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경우 다단계판매원에 대해 징계 및 판매원 자격 박탈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다단계판매업자의 정당한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공정위는 “귀하의 민원내용은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들의 온라인 재판매를 금지하는 행위가 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지에 대하여 문의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선 이러한 다단계판매원의 온라인 재판매 가부와 관련하여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에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다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서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하고 있는데 다단계판매업자가 소속 판매원이 온라인 등을 통해 물품을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행위는 경쟁제한성이 없고,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온라인 판매를 통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심결례가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판매원이 온라인 재판매 사업자와 손잡고 제품을 온라인에 유통시키는 행위를 판매원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상의 답변은 귀하의 질의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향후 공정거래위원회를 기속하지 아니함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마케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