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법 소관부처 공정위 '패싱' 논란…업계 성사 여부에 촉각

▲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이 지난달 10일 한국소비자법학회가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등과 마련한 ‘방문판매법의 개정 방향’학술대회에 참석한 모습.
▲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이 지난달 10일 한국소비자법학회가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등과 마련한 ‘방문판매법의 개정 방향’학술대회에 참석한 모습.

직접판매공제조합 정승 이사장이 다단계판매 업계 현안을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와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를 ‘패싱(passing)’ 시켜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3일 제8대 직판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정승 이사장이 김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하는 것이 알려진 것은 지난 10월 중순으로 정 이사장이 취임한 지 한날 남짓 지난 시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무총리실에 다단계판매업 규제 완화 등을 주제로 정승 이사장 등 4명이 참석하는 면담 요청이 들어오자 소관 부처인 공정위 특수거래과에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됐다.

본지의 국무총리실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정승 이사장은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어청수 이사장, 한국암웨이 배수정 대표, 애터미 박한길 회장 등과 함께 김 총리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유는 업계 현안을 건의하기 위한 것으로 정 이사장이 지인을 통해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사전 협의하거나 면담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에게 김 총리와의 면담 추진 사실을 알리거나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와의 면담은 업계 현안인 ‘개별재화 가격 160만원 상한’과 ‘후원수당 변경 3개월 전 통지’ 등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 위해 정 이사장 측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안은 공정위 특수거래과가 다단계판매 업계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었다.

이 현안은 특히 업계의 숙원 과제여서 공정위가 규제 완화에 나설 수 있도록 업계와 학계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정 이사장은 김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전에 소관 부처에 협조를 구하고 면담 리스트에 올린 당사자들과 협의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더군다나 공제조합은 방문판매법에 따라 설립된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으로 공정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이다.

다단계판매업 규제 완화에 대해 총리에 건의한다 하더라도 소관 부처인 공정위가 ‘NO’하면 방문판매법 및 시행령 개정을 비롯한 규제 완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안이다. 때문에 조합 뿐만 아니라 업계가 어떤 일을 하든지 소관 부처인 공정위와의 협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규제 완화 등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업계와 총리 면담은 1차로 정승 직판조합 이사장, 어청수 특판조합 어청수 이사장, 배수정 한국암웨이 대표, 박한길 애터미 회장 4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가 무산되자 2차로 정 이사장, 어 이사장 2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3차로 정 이사장 측이 총리와 단독면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총리 면담은 여러 가지 경로가 있는데 방문판매법 소관부처인 특수거래과를 통해서 올 수도 있고 총리 비서실을 통해서 올 수도 있는데 공정위를 통해서 온 게 아니었다”며 “(총리와의 면담 참석자가) 계속 달라지고 약간 이견이 있는 것 같아 조합에 확인차 전화를 했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 측은 세 차례 걸쳐 김부겸 총리와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두 공정위를 ‘패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이사장은 지난 10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제가 활동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거기에 대해 답변드릴 게 없다”면서 “제가 총리를 뵈려고 한 적은 없다. (총리를) 만나자고 한다고 만날 수 있는 분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본지 기자는 총리 면담 추진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4일 직판조합 이사장 직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국무총리 면담 추진 건과 관련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겠다”면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정 이사장에게 김부겸 총리와 면담을 정 이사장이 직접 국무총리 비서실을 통해 진행하였는지 여부 및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면 제3자를 통해 국무총리 면담 요청을 하였는지 여부, 국무총리 면담 요청 전 소관 부처인 공정위와 협의하였는지 여부를 비롯해 현재 정 이사장이 총리와의 단독면담을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와 향후 면담이 이뤄질 계획에 대한 질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15일 직판조합 조정화 전무를 통해 “국무총리 면담이 진행된 지 여부를 (내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총리 면담 진행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답한 정 이사장과 달리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정 이사장과 김 총리와의 단독 면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면담) 요청 주체인 직판조합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의전비서관실 담당자는 15일 “(총리) 면담 일정은 대부분 비공개”라며 “공개 일정에는 (국무총리와 정 이사장의 면담) 따로 잡혀 있지 않고, 비공개 면담 일정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승 직판조합 이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총리나 대통령을 면담하는 것은 업계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조합사를 대표하는 조합의 이사장으로서 다단계판매 업계 현안을 가지고 총리에게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위를 ‘패싱’시킨 점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정 이사장이 진심으로 업계를 위한다면 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업계가 기울인 노력과 과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는 정 이사장이 김 총리와의 단독 면담이 성사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순희-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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