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관련 7년전 부과한 700억대 납부명령 대법원 "취소하라"

 
 

수북이 쌓이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수납금고에 대규모 납부명령 취소소송 패소에 따라 균열이 생겼다.

공정위가 홈페이지가 공개한 월별수입징수현황에 따르면 세입세출예산운용상황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 동안 수납한 과징금 액수는 2352억6400여만원(실제수납액에서 환급금을 뺀 수납액)에 달해 올해 3개월간 누계액은 2840억3900여만원으로 예산액(3879억700만원)의 73%를 넘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7년 전인 2015년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사료업체들에 부과해 징수한 700억원대 과징금에 대해 납부명령 취소소송 패소판결 확정으로 인해 거액의 환급가산금까지 붙여 돌려줘야 할 처지가 됐다.

대법원은 대한사료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납부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2017년 7월 “대한사료, 카길애그리푸리나, 하림홀딩스, 팜스코 등 국내 배합사료 시장의 43%를 점유한 11개 업체가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돼지, 닭 등 가축별 사료의 가격 인상 및 인하 폭과 시기를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73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해 9월 14일 의결서가 작성되며 부과 과징금은 총 773억27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중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한 A사는 부과된 과징금 27억3600만원을 전액 면제받았다.

A사를 제외한 10개 사료업체들이 서울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해 이 가운데 대한사료, 팜스코, 하림홀딩스, 제일홀딩(현 하림지주) 4개사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 공정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2년 월별수입징수현황.
   
▲ [출처=공정위가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자료]

담합(부당한 공동행위) 사건 특성상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6개사도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공정위는 이미 징수한 과징금 745억9100만원에 가산금을 더한 금액을 환급해야 한다. 환급가산금 이율은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되지만 평균 연 2%로 잡는다면 더 붙여 주어야 할 가산금은 100억원을 넘는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등 소관 법률 위반 사업자에 부과해 징수한 과징금은 2019년 485억원(결산상 수납액)에 불과했지만 2020년 2631억6800만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7859억3100만원에 달해 예산액(3948억8400만원)의 2배에 근접했다.

지난해 과징금 수납액이 급증한 것은 실제 수납한 과징금 액수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지만 법원 취소 판결 등에 따른 환급액이 확 줄어든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2022 경제․재정수첩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환급한 과징금 액수는 104억2200만원으로 같은 해 수납한 총 과징금 7963억5300만원의 0.1%에 불과했다. 총 수납액 대비 환급액 비율은 2018년 83%를 넘었지만 다음해 2019년 4.8%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 이하로 떨어졌다.

공정위가 올해 수납할 과징금은 대규모 취소소송 패소에도 불구하고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올 들어 아이스크림 가격 등 담합에 대해 1350억원, 닭고기 가격 담합에 대해 1758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합사료 담합 건 소송 패소가 최종 확정되면 850억원(환급가산금 포함) 안팎의 금액을 환급해야 돼 공정위 과징금 금고의 대량 누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사건이 현재도 많이 쌓여있고 공정위가 패소한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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