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추천위 본격 선임 절차에 앞서 "정관 개정" 움직임

2018년 12월부터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조합을 이끈 오준오 보람상조개발 대표이사가 2020년 6월 10일 장춘재 이사장 취임식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모습.
2018년 12월부터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조합을 이끈 오준오 보람상조개발 대표이사가 2020년 6월 10일 장춘재 이사장 취임식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모습.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 박재걸 이사장이 임기를 10개월 가량 남기고 지난 2일 중도 사퇴하면서 조합이 또 다시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한상공은 우리나라 상조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상공은 상조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 상조업체의 등록취소 등 소비자피해 발생 때 보상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한상공과 선수금 보전을 위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상조업체는 모두 18개사다. 이들 조합사가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은 총 2조원이 넘어 조합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금(현금)은 3000여억원에 이른다.

한상공 이사장의 책임과 직무는 막중하지만 박재걸 이사장에 앞서 지난 2020년 6월 제5대 이사장에 취임한 장춘재 전 이사장도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21년 9월 중도 사퇴했다.

박재걸 전 이사장은 중도 사퇴하면서 그 이유를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이 어려울 것 같아 사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지만 중도 사퇴 배경에는 일부 조합사의 전횡과 이사회와의 갈등과 함께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이사장직을 무급으로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장춘재 전 이사장의 중도 사퇴 배경으로 경영성과급 미지급 문제가 크게 작용했던 것처럼 박재걸 이사장의 사퇴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공 조합 정관은 무보수 상근직인 이사장에게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3000만~60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춘재 전 이사장의 성과급 지급안건은 총회에서 부결돼 단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이사장 ‘무보수’ 결정은 보람상조개발 등을 맡고 있는 오준호 대표가 한상공 이사장 직무대행을 하던 2020년 이사장의 보수를 없애고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면서 이루어졌다.

한상공 전임 이사장 2명이 연달아 중도 사퇴함에 따라 무보수 상근직인 조합 이사장에게 직무에 상응한 급여 지급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이사장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무보수 상근직’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상공 이사장의 ‘무보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이사장의 급여를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한 후 총회에서 관련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개정 정관은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이사장 ‘유급’ 전환 의결권 56% 보람상조그룹 의중은…

이사장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는 안건이 이사회와 총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보람상조그룹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한상공은 보람상조개발을 비롯해 18개 회원사 중 7개사가 보람그룹 산하 상조업체다. 이들이 차지하는 한상공의 지분율은 56%에 달한다.

한상공 조합사의 총 선수금 2조원 중 보람그룹 7개사가 차지하는 선수금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이중 보람상조피플(대표이사 김충현)을 제외한 보람상조플러스, 보람상조리더스(옛 재향군인회상조회), 보람상조애니콜, 보람상조실로암, 보람상조개발(오준오, 이창우 공동대표), 보람상조라이프(오준오, 김기태 공동대표) 6곳을 오준오 대표가 맡고 있다.

한상공이 이사장 ‘무급’을 ‘유급’으로 변경하는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하고 결정하는데 보람상조그룹이 절대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사장 ‘유급’ 등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보람상조그룹 6개 업체를 맡고 있는 오준오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미팅 중이라 추후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26일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오준오 대표에게 “현재 보람그룹 7개 상조회사가 한국상조공제조합 지분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어 이사장의 무급을 유급으로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보람’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여지고 새로 이사장을 선임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제대로 된 능력있는 인사가 이사장을 맡기 위해서는 이사장에게 급여가 지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오준오 대표의 의견 피력 및 이사장 직무대행 당시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이사장 급여를 없앴는데 이 같은 이사장 무급 결정이 보람그룹 최철홍 회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된 일인지” 등을 질문했지만 답이 없는 상태다.

29일 오전 재차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준오 대표의 의견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효율적인 업무 진행 위해서는 있어야 되겠죠”

이에 29일 보람상조그룹 내 한 상조업체 공동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무급인 한상공 이사장 급여를 유급으로 전환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묻자 “(경비) 절감 측면에서 없으면 좋지만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서는 있어야 되겠죠”라고 답했다.

보람상조그룹이 조합의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합리적인 선택이나 합리적인 결론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말로 반박했다.

한상공 이사장 ‘무보수’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보람그룹 최철홍 회장에게 보고가 돼서 결정이 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하죠. 당연히 보고가 되죠. 보고가 안되고 그렇게 하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최철홍 회장도 이사장 무보수에 대해 같은 의견이었느냐고 묻자 “(무보수) 결정이 났다면 같은 의견이겠죠”라고 답했다.

최철홍 회장이 한상공 이사장 무급을 유급화하는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아직 기초적으로 전체적으로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정리되면 곧 언제 얘기해야 되겠죠. 거기(조합 관련 등 행정업무)는 제가 전문적으로 하지 않으니까. 궁금하면 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오(준오)대표와 상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상공은 현재 새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하지만 이사장 공모에 앞서 이사장에게 급여를 지급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보수 상근직에 따른 이사장 중도 사퇴를 막기 위해서는 유급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조합사들이 이사장 무보수에 따른 폐해를 인정하고 이사장에게 직무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상공이 과거 방만한 경영과 이사장의 고액 연봉 등이 문제가 돼 ‘이사장 무보수 상근직’으로 정관을 변경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사장 무보수가 바뀌지 않는다면 새로 선임되는 이사장도 전임 두 이사장과 같이 중도 사퇴할 우려가 없지 않다.

한상공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할 경우 상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이사장 유급’ 전환에 대해 보람상조그룹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상조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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