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퇴직자도 공직자윤리위 승인 받으면 '취업 가능'

공정거래위원회 인가를 받아 설립된 한국상조공제조합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에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이 영리 사기업체?

인사혁신처(처장 이근면)는 2015년도에 적용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영리사기업체 1만3586곳(법무법인 등 포함)을 확정해 지난해 12월 30일자 관보를 통해 고시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 공직자(공직유관단체 종사자 포함)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 사기업체 및 이 사기업체가 가입해 있는 법인·단체(협회나 조합)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7조 제1항).

정부는 지난해 6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를 ‘자본금 5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 규모에서 ‘자본금 1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고,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를 기존의 3960곳(2013년 12월말 고시)에서 1만3466곳으로 대폭 확대해 고시했다.

또 사기업체가 가입한 협회와 조합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위탁을 받아 수행하거나 국가 등이 임원을 임명하거나 임명을 승인할 경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던 규정을 바꿔 포함되도록 했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위가 설립을 인가한 공제조합 중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었지만 한국상조공제조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상조공제조합에 가입된 업체 중 ‘자본금 1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사기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 한국상조공제조합(연번 12773)이 포함된 '2015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 명단' 일부. [자료=인사혁신처]
▲ 한국상조공제조합(연번 12773)이 포함된 '2015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 명단' 일부. [자료=인사혁신처]

올해 적용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영리사기업체 1만3586곳에 한국상조공제조합에 가입한 상조업체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기업체가 아닌 한국상조공제조합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 명단'에 올랐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자본금 1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영리사기업체를 국세청에 의뢰해 1만3586곳을 추출해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영리 사기업체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설립 근거가 되는 할부거래법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는 소비자피해 보상을 위한 공제사업을 운영하기 위하여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며 "공제조합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28조).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인가한 4개 공제조합, 한국공정경쟁연합회 등 5곳은 공정위를 퇴직한 4급 이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이 됐다.

◆개정 공직자윤리법 3월말 시행 앞두고…

영리 사기업체와 이 업체가 가입한 협회 또는 조합이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어도 재산등록의무자였던 공직자가 퇴직 후 2년간 전혀 취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 [출처=인사혁신처 홈페이지]
▲ [출처=인사혁신처 홈페이지]

퇴직공직자의 관련 사기업체 등 취업제한을 규정한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법 제17조 제1항).

또한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 조문의 밀접한 관련성의 범위를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보조금·장려금·조성금 등을 배정·지급하는 등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 등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생산방식·규격·경리 등에 대한 검사·감사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조세의 조사·부과·징수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공사, 용역 또는 물품구입의 계약·검사·검수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 ▶법령에 근거하여 직접 감독하는 업무 ▶사기업체 등이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의 수사 및 심리·심판과 관계되는 업무 ▶그 밖에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로 한정하고 있다.

공정위 인가를 받아 설립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2012년 한국암웨이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 사기업체가 가입돼 있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이었지만 같은 해 2월 공정위를 퇴직한 김치걸 전 국장(일반직고위공무원)이 다음달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와 관련 본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지난해 5월 당시 안전행정부(현 인사혁신처)는 "4개 공제조합과 공정경쟁연합회는 공정위 소관 사무위탁 협약을 맺고 있다"면서도 "직접판매공제조합의 경우 2013년 4월 위탁업무 협약 전에 취임한 공정위 출신 이사장은 취업심사를 받고 취임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5월 당시 안전행정부가 공개한 '공정위 소관 협회 사무위탁' 관련 정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위가 사무위탁한 협회, 공제조합에 공정위 퇴직 2년내 공직자가 취업하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지난해 5월 당시 안전행정부가 공개한 '공정위 소관 협회 사무위탁' 관련 정보.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위가 사무위탁한 협회, 공제조합에 공정위 퇴직 2년내 공직자가 취업하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취업제한 대상 사기업체' 취업 승인을 신청하려는 퇴직공직자가 소속기관장에게 취업개시 30일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면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소속기관장의 의견서, 취업승인 신청인의 퇴직 전 근무현황,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직제와 정원의 개정·폐지, 예산의 감소 등에 따라 직위가 없어지거나 정원이 초과되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면직된 경우, 채용계약에 따라 일정기간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는 직위에 채용되었다가 퇴직 후 임용 전에 종사하였던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취업을 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34조).

공정경쟁연합회는 30일 정기총회를 열어 2014년도 사업실적 및 결산, 2015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회장 선임 등 안건을 의결한다고 지난 12일 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김학현 전 회장의 공정위 부위원장 임명으로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던 공정경쟁연합회 새 회장에는 지난해 4월 공정위를 퇴직한 한철수 전 사무처장이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전 사무처장이 공정경쟁연합회장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관계자는 "한 전 사무처장이 취업승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를 열어 퇴직공직자 취업승인 및 취업제한여부 확인 심사 안건 등을 심의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는 22일(목)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출신 한 전 사무처장이 취업승인을 받으면 30일 공정경쟁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새 회장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말 퇴직한 고위공직자가 공정위가 인가한 공제조합 이사장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때 업무 관련성 판단 범위를 지금까지는 '소속 부서'를 기준으로 적용했지만 앞으로 고위공무원단 소속 및 2급에 상당하는 고위공직자는 '소속 기관'의 업무를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개정한 공직자윤리법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30일 공포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오는 3월 31일 시행된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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