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철회권 행사 방해 있었다" 판단

방문판매로 구입한 진공청소기를 한번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8월 포장이사 업체 협력사로 무료 홈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문판매원의 권유로 진공청소기를 22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판매원은 직접 박스를 개봉해 사용법을 시연했다. 다음날 A씨는 충동구매로 판단해 청약철회를 요구했지만 사업자는 진공청소기를 이미 사용해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재판매를 할 수 없다며 청약철회를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청소기를 한번 사용한 것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사업자는 청소기를 반환받고 구입대금을 환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현행 방문판매법 제8조(청약철회 등) 제1항은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그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2항은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훼손되거나 소비자가 사용하거나 일부 소비해 그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등 경우에는 방문판매자의 의사와 다르게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청소기 구입 당일 한번 사용했다고 제품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거나 재판매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이 규정하는 청약철회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자의 주장대로 재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제품의 가치가 낮아졌다 하더라도 방문판매법에 따라 청약철회를 할 수 없는 경우 사업자는 그 사실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곳에 분명하게 표시하거나 별도의 사용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약철회권 행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고 위원회는 보았다. 방문판매법 제8조 제5항 규정에 따른 것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조정결정은 무료 청소서비스를 빙자해 방문한 후 고가의 청소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곧바로 포장을 개봉·사용하게 함으로써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교묘한 판매행태에 대해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판단해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현황.
▲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현황.

하지만 이 사건은 사업자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소비자원 관계자는 밝혔다.

이 경우는 소비자는 소액 심판제도 등 법원의 소송절차를 통해 피해를 해결할 수 있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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