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업체 옮겨다니며 불법영업 그대로 고수' 판단

 
 
김모씨(24)는 지난 2월 친구 권유로 다단계판매원이 됐다. 600만원을 대출 받아 제품을 구매한 김씨는 최근 다단계 판매원을 그만뒀다. 김씨에게 남은 것은 대출 600만원. 제품을 구매한 지 3개월이 지나 반품조차 할 수 없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15만원. 김씨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같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가 대출을 알선해 다단계판매 영업에 활용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대학생 연령대(20~24세)인 젊은이를 다단계판매원으로 가입시켜 대출을 연계해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조직’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을 예정”이라며 “제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다단계판매 업체가 아닌 다단계판매원 조직을 집중 점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같은 조사 배경에는 다단계판매 업계의 ‘생태’를 공정위가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생 연령대 판매원이 많은 다단계판매 업체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알선 해 물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통상 대출연계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아닌 판매원 조직이 나선다.

대출을 연계한 대학생 연령대 판매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의 관계자는 “회사는 판매원에게 대출을 연계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오히려 막고 있다”며 “상위 판매원이 하위 판매원을 끌어 들이는 과정에서 후원수당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대출을 연계해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는데 (회사가) 막아도 대출 알선이 몰래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사에서 활동하던 판매원 조직이 업체의 불법행위 적발 또는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중지나 해지될 경우 다른 다단계판매 업체로 고스란히 조직을 옮겨가 대출을 연계한 영업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다단계판매 업체가 문을 닫아도 판매원 조직은 살아남는다.

대출을 연계한 대학생 다단계판매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B사가 지난 5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사장 고인배)과 공제계약이 해지되어 더 이상 다단계판매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업체에 속해 있던 판매원 조직은 C사, D사 등으로 대거 이동했다.

공제조합과 공정위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문을 닫았지만 판매원 조직이 다른 업체로 이동해 대출을 연계한 방식의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 업체의 영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하면서 물건을 500만원, 600만원어치 구매하게 되면 단숨에 직급이 높아져 후원수당을 많이 받게 된다”며 “돈 없는 젊은이에게 대출을 받아 물건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형식의 영업은 더 이상 발생해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순희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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