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12년 100억 넘어”... 공정위 정보공개엔 빈칸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 총액을 축소·누락시키는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상조업체 실질적 운영자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상조회원(고객)이 납입한 선수금 22억원을 유용한 A씨를 할부거래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상조회원 소속 별도 설립한 여행사로 바꿔... 선수금 축소"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5월 설립해 같은 해 10월 서울시에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으로 등록한 B상조업체가 가입 회원들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이 2012년 12월께 104억여원에 달했지만 이를 보전하기 위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은행과 체결하며 금액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9월 18일 시행된 할부거래법은 각 시도에 등록하는 상조업체(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해 보험계약,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 예치계약, 공제조합과 공제계약 중 하나를 선택해 선수금의 일정 비율을 보전하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의무 보전비율은 2011년 3월 20%로 시작해 매년 10%P씩 2014년 3월까지 50%로 높이도록 했다.

B상조업체가 당시 은행에 예치해야 할 금액은 총 선수금의 30%인 31억2000여만원이었지만 실제는 20억원 이상 적은 10억7000여만원에 불과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B상조업체 회원을 2012년 11월 별도로 설립한 C여행사 소속으로 임의로 바꿔 선수금을 축소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렇게 보전하지 않은 선수금 일부를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업체에 빌려주었지만 회수하지 못했거나 개인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1년 3월 발표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 상조업체 현황’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할 당시 B상조업체의 대표자는 A씨였다.

A씨는 B상조업체를 분할해 설립한 C여행사로 소속을 변경시킨 회원들이 납입한 선수금 총액이 지난해 11월 136억원7000여만원에 이르렀지만 C여행사를 상조업으로 등록하지 않아 무등록 선불식 할부거래업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여행사 법인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공정위, 2012~13년 정보공개 때 “의무 보전비율 충족”

공정위는 2011년 7월 처음 공개한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상조업체) 주요 정보’를 통해 B상조업체가 같은 해 5월말 현재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은 23억4000만원(당시 의무보전 비율 20%)이라고 밝혔다.

B상조업체는 다음해 2012년 선수금이 35억100여만원, 2013년에는 31억1800여만원으로 이에 대해 각각 10억5200여만원(30%), 12억7100여만원(41%)을 보전했다는 자료를 제출하고, 공정위는 ‘의무 보전비율 충족’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B상조업체의 2012년 12월말 실제 선수금은 100억원을 넘었지만 공정위는 거짓 자료 제출을 적발하지 못한 셈이다.

공정위가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업체의 재무상태, 선수금 보전 현황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해당 자료를 매년 제출받고 있지만 업체가 신고한 선수금 총액 및 보전 비율 등이 거짓인지 여부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A씨가 B상조업체 등 회원 1만5000여명으로부터 선수금 134억원을 받았지만 은행 예치로 보전한 금액은 3억80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B상조업체는 지난해 5월 등록지를 경남도로 이전한 후 같은 해 7월 폐업해 선수금을 보전한 은행이 소비자피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공정위가 2015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상조업 소비자피해 및 보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B상조업체가 폐업 전 선수금 보전을 위해 우리은행에 예치한 금액은 3억8200여만원으로 피해보상금 지급액은 58만5000원(1건)에 불과했다.

▲ 공정위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 올라온 B상조업체 선수금 등 내역.
▲ 공정위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 올라온 B상조업체 선수금 등 내역.

하지만 공정위가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 올린 내용을 보면 B상조업체의 지난해 3월말 기준 총 선수금, 보전 금액 등은 비어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16일 "홈페이지에 해당 상조업체의 선수금 관련 내용이 없는 것은 그 업체가 정보공개 자료를 제출하며 선수금에 대한 자료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금을 거짓 신고한 상조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관리·감독 문제와 관련 할부거래과 김근성 과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메모를 남겼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김 과장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당일 한 TV방송에 “상조업체가 (은행 등) 해당기관과 예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선수금의 50%를 보존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부거래과 다른 관계자는 “해당 상조업체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에 관한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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