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방문판매법 위반 업체에 부과한 시정명령 일부 취소

다단계판매원에 부담을 지우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문판매법 두 조항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전 의결한 시정명령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제3소회의를 열어 상조업체 한강라이프(주)에 부과한 시정명령 일부를 직권취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1월 상조업체 한강라이프가 다단계판매업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고, 소속 판매원에게 지점장, 지사장 승급을 위해서는 200만원에서 500만원에 달하는 승급비를 납부하도록 부담을 지게 한 행위는 방문판매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 및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한강라이프에 부과된 시정명령은 해당 시도에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다단계판매 조직을 통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판매하는 행위를 다시 하지 말라는 것과 자신의 판매원에게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1인당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였다.

시정명령 내용을 담은 의결서를 받은 한강라이프는 같은 해 4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지난해 4월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한강라이프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한강라이프가 상고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공정위의 첫 번째 미등록 다단계판매 영업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 처분은 적법하다”며 이 부분 상고를 기각했지만, 판매원에게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부담을 지게 했다는 이유로 부과한 두 번째 시정명령에 대해서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방문판매법은 제22조 제1항에서 ‘다단계판매업자는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사람 또는 다단계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과다한 재화 등의 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24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다단계판매조직 또는 이와 비슷하게 단계적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된 조직을 이용하여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하여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로서 판매원 또는 판매원이 되려는 자에게 가입비, 판매보조 물품, 개인 할당 판매액, 교육비 등 그 명칭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10만 원 이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을 초과한 비용 또는 그 밖의 금품을 징수하는 등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제4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2조 제1항과 제24조 제1항의 각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도 각각 따로 두고 있다”며 “설계사가 200만원을 지급하면 지점장이 되고, 설계사가 500만원을 지급하면 곧바로 지사장이 될 수 있는 원고의 승급제도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물품 구매실적을 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이 금지하는 ‘재화 구입 등 부담 부과 행위’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한강라이프가 판매원에게 지점장, 지사장 승급을 위해서는 200만~500만원의 승급비를 납부하도록 부담을 지운 것은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달리 판단한 것이다.

▲ 현행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과 제24조 제1항 제4호 규정.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 현행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과 제24조 제1항 제4호 규정.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은 “방문판매법 제24조 제1항 제4호가 금지하는 ‘금품 징수 등 의무 부과 행위’는 물품 구매가 없더라도 무조건 어떠한 명목으로든 일정한 수준 이상의 금품을 납부할 의무를 판매원에게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이와 달리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이 금지하는 ‘재화 구입 등 부담 부과 행위’는 판매원으로 하여금 그 등록과 자격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물품 구매실적을 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강라이프의 부담 지우는 행위에 대해 방문판매법 제24조 제1항을 적용하는 처분 추가 변경을 통해 파기환송심에 임했지만 여의치 않아 시정명령 일부를 직권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제3소회의는 시정명령 일부 직권취소 이유에 대해 “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무용한 절차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원심결 주문 제2항(두번째 시정명령)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6월 15일 작성한 의결서를 통해 설명했다.

이 사건은 한강라이프 측 대리인이 지난 6월 20일 소 취하서를 제출한 후 다음날 공정위가 취하 동의서를 내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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