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지상욱 의원 "로펌변호사-상임위원 수시로 만났지만..."

▲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국감에 참석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국감에 참석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1 2016년 7월 15일 정부과천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많은 언론이 주목한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의 케이블방송 전송사업자 CJ헬로비전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공정위 전원회의가 비공개로 열린 이날 오전 ‘자동차용 베어링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건’ 심의가 먼저 진행됐다. 담합 혐의를 받은 두 업체의 대리인인 변호사 외 공정위 출신 인사가 대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2 2015년 6월 12일 정부과천청사 심판정. 한 주류업체의 부당한 광고행위 건을 심의하는 공정위 제3소회의가 이날 오후 열렸다. 한 해 전 공정위를 퇴직하고 이 업체에 재취업한 인사가 심판정 내 참관인석에 앉아 심의 전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심의가 끝난 후 공정위 사무처 소속 현직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서울 중구성동을)은 17일 오후 열린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2014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서 제출받은 2만2000여 건의 공정위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 퇴직자들 중 7대 로펌 소속 55명이 총 952회를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중 김앤장 소속의 공정위 퇴직자 A변호사는 613일 동안 공정위 세종청사를 86회나 출입했다”고 공개했다.

공정위 퇴직자가 로펌에 재취업한 후 명찰만 바꿔 공정위 청사를 드나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앤장 소속의 퇴직공무원들은 공정위 최종심결을 맡은 전원회의 위원을 27차례 방문했고, 세종 소속 23회, 태평양은 17회, 광장은 13회 각각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욱 의원 이날 오전 질의에서 “공정위 사건의 피의자인 대기업은 최근 2년 7개월 동안 총 4254회(평일 하루 6.94회), 법률대리인인 로펌은 총 4262회(1일 6.95회) 공정위 임직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출입기록에 따르면 전원회의 위원인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체 8회 로펌 3회, 부위원장은 기업체 44회 로펌 8회, 상임위원(3명)은 기업체 317회 로펌 357회의 비공식 개별 접촉을 가졌다”며 “공정위는 공공기록문관리법에 따라 조사부터 심사·의결까지의 전 과정을 문서로 작성해야 하지만 의결 직전 접촉한 기업·로펌과의 대화 내용은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사건의 대기업 임직원과 그 대리인인 로펌 변호사들이 공정위를 제 집 안방 드나들면서 의결 전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을 수시로 만났지만 개별접촉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 대기업 관계자 및 로펌 변호사와 공정위 상임위원 간의 비공식 개별 접촉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왼쪽 두번째)의 질의가 끝나자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도 나서 "잘 했다"고 칭찬하는 모습.
▲ 대기업 관계자 및 로펌 변호사와 공정위 상임위원 간의 비공식 개별 접촉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왼쪽 두번째)의 질의가 끝나자 여당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도 나서 "잘 했다"고 칭찬하는 모습.

지 의원은 “기업체나 그 대리인인 변호사들이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과 수시로 만난 사실에 대해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떤 말을 했는지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은 현행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공정위의 과징금 감액 등 사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행태”라고 질책하며 “실제로 2012년부터 2016년 8월 1일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 237건(사업자 895개)을 보면 기본과징금은 7조5247억원이 부과되었으나, 1차, 2차, 3차 조정을 거쳐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3조2735억원으로 기본과징금의 56.5%인 4조2512억원이 감액되었다”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앞의 자동차용 베어링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 건 전원회의 심의 때 대기실에 나타난 공정위 퇴직자는 2곳 중 한 업체의 대리인을 맡은 대형로펌 소속으로, 이날 공정위 전원회의는 담합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심판정에서 심의 전 과정을 지켜본 공정위 출신 인사는 한 해 전인 2014년 3월 공정위를 명예퇴직한 후 같은 해 7월 주류업체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이 업체의 부당한 광고행위 건은 위 대형로펌이 대리인을 맡았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체나 그 대리인인 변호사들이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을 수시로 만났지만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공정위의 심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 의원 지적에 대해 “(로펌 변호사 등을 만나는 것은) 기업의 방어권 차원에서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게 대부분으로, 공정위 출입 자체를 다 불법적인 로비로 봐선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대기업이나 로펌 변호사를 방어권 차원에서 면담하는 것을 녹화물로 남겨놓으면 오해의 소지가 없어질텐데 공정위가 개선하지 않으니 매년 국감에서 이러한 지적이 반복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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