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서울고법 ‘시정명령 취소’ 판결에 불복 상고장 제출

다단계판매 업체가 취급하는 이동통신상품이 ‘개별재화 판매가격 160만원 초과’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 사건검색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정재찬)는 이통상품 다단계판매 업체에 부과한 개별재화 판매가격 160만원 초과 상품 판매 및 법정 후원수당 지급총액 한도 35% 초과 관련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1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이동통신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주)아이원, (주)엔이엑스티, (주)아이에프씨아이 등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 등 처분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아이원에 대해 방문판매법이 금지하는 ▶후원수당 지급총액 한도 35% 초과, ▶가격제한 160만원 초과 상품 판매,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 변경사항 미신고 및 미통지 등 3가지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엔이엑스티에는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사람에게 연간 5만원을 넘는 부담 지우는 행위, ▶가격제한 160만원 초과 상품 판매,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 변경사항 미신고 및 미통지 행위를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이원과 엔이엑스티는 공정위의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달 12일 공정위의 시정명령 처분 중 개별재화 판매가격 160만원 초과와 후원수당 지급총액 한도 35% 초과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0일 판결문을 송달받은 후 이달 1일 상고했다.

◆‘개별재화 판매가격 160만원’ 서울고법 판단을 보니

공정위는 다단계판매 업체 아이원과 엔이엑스티의 이동통신상품 판매에 대해 휴대폰단말기 가격과 이동통신 약정요금을 합친 금액이 방문판매법이 금지하는 개별상품 160만원 초과에 해당한다며 이를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문판매법 제23조(금지행위) 제1항 제9호는 “다단계판매자는 상대방에게 판매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도록 정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판매상품 등에 대한 가격 제한)는 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16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아이원과 엔이엑스티는 ▶단말기유통법상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는 각 재화와 용역에 해당하는데 방문판매법 규정의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은 다단계판매업자가 판매하는 여러 가지의 재화 또는 용역 중에서 ‘개별 재화의 가격’ 또는 ‘개별 용역의 가격’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공정위가 처분의 근거로 삼은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은 법령을 부당하게 확장하여 해석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 지침에 따르더라도 원고들의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서로 결합된 하나의 상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을 전체 약정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의 합계액으로 해석할 수 없고 아직 지불하지도 않은 사용료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들어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과 전체 약정기간 동안의 개별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을 모두 합한 금액의 합계액을 방문판매법 제23조 제1항 제9호가 금지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으로 본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아이원과 엔이엑스티가 판매한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하나의 결합된 상품이고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은 약정기간 전체의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소비자보호 지침과 관련 “판매된 개별 재화가 그 자체로서 사실상 사용가치가 없어 다른 재화를 추가로 구매하여야 사용가치가 있는 경우는 이들 재화들의 가격의 합계를 개별 재화 등의 가격으로 본다고 정하면서 구체적 예시를 든 것은 타당하다”고 강변했다.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공정위 예규 제235호)은 III(일반사항) 4(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적용사항)의 (9)에 ‘다단계판매자·후원방문판매자가 거래의 상대방에게 판매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도록 정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예시하며 먼저 “주된 재화의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재화를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 주된 재화의 품질과 성능 유지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재화를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 또는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곤란하거나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이들 재화를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는 세트를 개별 재화로 간주하여 160만원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고, 다음으로 “용역 제공 계약기간이 1년이라면 1년 동안의 공급가격이 160만원 이하이어야 하고, 계약기간이 2년이라면 2년 동안의 공급가격이 160만원 이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문언의 가능한 해석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며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판매하는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분리되어 판매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판매 주체와 법적 성격이 모두 다르므로 하나의 단위로 묶어 판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이 가격 혜택이나 통신상품의 구매관행 등에 따라 함께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재화 등’에 해당한다고 보아 각 판매가격을 합한 가격을 기준으로 160만원 초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률 규정의 가능한 해석 범위를 넘은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소비자가 일정기간 동안 이동통신서비스의 사용약정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다”면서도 단말기유통법 규정을 들어 “이통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는 단말기를 구입하지 아니하고 서비스에만 가입할 수도 있다”며 단말기와 이통서비스는 분리하여 구매 또는 가입이 가능한 별개의 재화와 용역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6조(지원금을 받지 아니한 이용자에 대한 혜택 제공) 제1항은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 차별 해소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기 위하여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원금을 받지 아니하고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에 대하여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어 “소비자보호 지침에 의하더라도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판매 또는 가입을 유치하는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개별적으로 판매가 가능하고 실제 분리되어 판매되기도 하는 바 함께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세트로 판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며 공정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아이에프씨아이(현 봄코리아)가 제기한 취소소송은 서울고법 제2행정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달 24일 변론을 속행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아이에프씨아이에 대해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사람에게 연간 5만원을 넘는 부담 지우는 행위, ▶후원수당 지급총액 한도 35% 초과, ▶가격제한 160만원 초과 상품 판매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아이에프씨아이는 지난해 말 회사 이름을 (주)봄코리아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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