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은 내달 물러나...남은 2명으로 의결 불가능할까

▲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오른쪽)과 이기주 상임위원은 24일 이임식에 앞서 열린 제16차 회의에 참석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부위원장(오른쪽)과 이기주 상임위원은 24일 이임식에 앞서 열린 제16차 회의에 참석했다.
▲ 종편 사업자 재승인 건 등을 처리한 24일 회의에 참석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김석진 상임위원, 고삼석 상임위원(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 종편 사업자 재승인 건 등을 처리한 24일 회의에 참석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김석진 상임위원, 고삼석 상임위원(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

2008년 3월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3기 위원 5명 중 김재홍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이 24일 오후 함께 이임식을 가지고 물러났다.

두 사람의 임기(3년)가 끝나는 날은 26일(일)이지만 토, 일요일이 휴무일이라 금요일 마지막 업무를 처리하고 퇴임했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제16차 회의를 열어 종합편성채널 사용 사업자 재승인 건 등 안건을 의결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26일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 3명 후임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통위는 각종 법안 제·개정이나 방송·통신사의 불법 행위 제재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며 방통위법에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어 2명으로는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26일 임기가 끝나는 김석진 상임위원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임을 재가해 다음날부터 3년 새 임기가 시작되지만 최성준 위원장은 내달 7일 임기가 만료돼 그 사이 새 위원이 임명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방통위원은 고삼석 상임위원, 김 상임위원 2명만 남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5월 9일 치러지기 때문에 위원장 등 방통위원 5명은 6월이 되어야 모두 채워질 수 밖에 없는 '비상상황'에서 남은 방통위원 2명으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까.

◆방통위원 정수 5명이지만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로 규정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상임위원 3인 등 5명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3조 제1항).

방통위원 5인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여당 1명, 야당 2명)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방통위법은 또 방송 기본계획 및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하고, 위원장은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으며(법 제13조 제1항),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13조 제2항).

방통위원 2명으로는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보도는 재적위원 수를 위원 정수과 같은 뜻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재적(在籍)은 ‘학적, 병적 등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음’을 의미해 ‘일정하게 정하여진 수효나 수량’을 뜻하는  정수(定數)와 다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1조(국회의 의원정수) 제1항은 “국회의 의원정수는 지역구국회의원과 비례대표국회의원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국회 본회의 2016년 12월 9일(왼쪽)과 2017년 2월 10일 의원출석 등 현황. [출처=국회공보]
▲ 국회 본회의 2016년 12월 9일(왼쪽)과 2017년 2월 10일 의원출석 등 현황. [출처=국회공보]

국회공보를 살펴보면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한 지난해 12월 9일 재적의원은 300인이었지만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을 벌인 올해 2월 10일 재적의원은 1명 적은 299인으로 나타났다.

하루 전인 9일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종태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인의 징역형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국회의원 재적은 1명 줄었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제65조 제2항)와 헌법개정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로 발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의사국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의돼 재적위원 과반수는 151명이었지만, 지금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면 299명의 과반수인 150명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퇴임하는 다음날인 내달 8일 재적위원은 2명에 불과하지만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방통위법 규정에 따른다면 2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모두의 찬성으로 방송 기본계획 및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등을 의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기자는 법제처에 방통위법 관련 규정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법제처 관계자는 23일 관련 규정을 알려주며 “방통위원 재적을 몇 명으로 봐야 하는냐”는 질문에 ‘5명’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국회 재적의원 수 변동사항을 거론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은 회의일 현재 적(籍)을 두고 있는 방통위원 2명 전원이 참석해 이의 과반수, 즉 절반인 1명보다 많은 2명이 찬성하면 위원회 심의·의결 사항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법제처 관계자는 “법 조문을 문언 그대로 본다면 그렇게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며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받으려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자 법제처와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지금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퇴임하면 그때 기자의 지적을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구조 공정위도 전원회의 의결정족수 ‘오해’

방통위와 같은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1월 한달 동안 공개 전원회의를 단 한차례도 열지 못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공정위 위원을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9인(상임위원 5인, 비상임위원 4인)으로 구성하고(법 제37조 제1항), 위원 9인 전원으로 구성하는 전원회의 의결정족수에 대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법 제42조 제1항)’로 규정하고 있다.

정재찬 부위원장(현 위원장), 안영호 상임위원, 유진희 비상임위원(현 감사원 감사위원) 등 3명이 같은 달 2일, 13일, 14일 잇달아 퇴임 또는 사퇴해 공정위 위원은 6명뿐이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전원회의 개최는 어렵게 됐고 다음달 회의 개최 일정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제척·기피 등의 사유로 위원 1~2명이 심의에서 빠지게 되면 5명인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그때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원회의의 의사는 위원장이 주재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제대로 해석한다면 의결 정족수는 5명이 아니라 4명 또는 3명으로도 채울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3일 기자가 방통위와 같은 질문을 하자 “그동안 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5명으로 생각했는데, 법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달리 판단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전원회의 의결정족수에 대한 질의에 “재적과반수 찬성으로 5명이면 된다”고 답변했다.

재적위원의 의미를 알려주며 위원 4명으로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다”며 “(위원 공석에 관계없이) 재적위원을 9명으로 보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4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를 방문해 테렐 맥스위니 상임위원을 만나 방송통신 기업의 인수합병 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출처=방송통신위]
▲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4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를 방문해 테렐 맥스위니 상임위원을 만나 방송통신 기업의 인수합병 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출처=방송통신위]
▲ [출처=미 FTC 홈페이지]
▲ [출처=미 FTC 홈페이지]

한국 공정위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경우 위원(commissioner) 정수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이지만 현재 재적위원은 마우린 올하우센(Maureen Ohlhausen, 공화당 당적) 위원장 권한대행과 테렐 맥스위니(Terrell McSweeny, 민주당 당적) 2명뿐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달 24일(현지시간) 소비자를 기만적으로 유인한 온라인 판매사업자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사무처 조치의견에 대해 위원 2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은 제1조(§1. Federal Trade Commission established; membership; vacancies; seal)에 “위원회의 결원이 나머지 위원들이 위원회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권리를 손상시켜서는 아니된다(A vacancy in the Commission shall not impair the right of the remaining Commissioners to exercise all the powers of the Commission)”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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