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헌법상 최소 침해의 원칙 위배’ 원심 판결 뒤집어

▲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 등록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이 임원으로 재임한 적인 있는 상조회사에 대해 관할 관청이 뒤늦게 등록취소를 했더라도 그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는 2014년 10월 22일 상조회사 (주)더크루즈온(옛 국방복지상조) 등 4곳을 등록취소했다. 다른 상조회사 F사가 등록취소될 당시 지배주주였던 G씨가 한때 임원으로 재임했다는 이유였다.

G씨가 지배주주로 있던 F사는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을 보전하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상조보증공제조합과 공제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2012년 11월 2일 울산시로부터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다.

상조업에 등록제를 도입한 할부거래법(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제20조 제4호에 “제40조에 따른 등록취소 당시 임원 또는 지배주주였던 사람이 임원 또는 지배주주인 상조회사에 해당하는 경우 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40조 제2항 제2호는 이와 같은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 등록취소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더크루즈온 등 4개 상조회사는 “할부거래법이 규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는 처분 당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G씨는 서울시가 등록취소 처분할 당시 임원이 아니었다”고 서울시를 상대로 등록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G씨는 서울시의 등록취소 처분이 있기 전 자신이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있던 더크루즈온 등 4개 상조회사에서 퇴임했다.

▲ 서울시의 2014년 10월 22일 등록취소 처분 전 F씨의 더크루즈온 등 4개 상조회사 임원 취임 및 퇴임 내역. [출처=서울행정법원 판결문]
▲ 서울시의 2014년 10월 22일 등록취소 처분 전 F씨의 더크루즈온 등 4개 상조회사 임원 취임 및 퇴임 내역. [출처=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2015년 5월 29일 더크루즈온 등 4곳에 대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취소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할부거래법 조항의 ‘등록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의 의미를 처분 당시 결격사유가 해소되었는지 불문하고 과거 언제든 등록 결격사유에 해당한 적이 있는 경우로 해석한다면 사후에 이를 해소하였는지 여부 등 구제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일체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돼 헌법상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서울시의) 등록취소 처분 당시 G씨가 4개 상조회사의 임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등록취소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해 6월 24일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할부거래법 제40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하고 있는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는 일반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따른 자연스러운 해석이기 때문에, 이와 달리 행정청이 등록취소처분을 할 당시까지 등록 결격사유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위 조항의 문언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회사가 등록취소 처분 직전 일시적으로 결격사유를 보완할 경우 행정청이 등록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한다면 등록취소 조항을 둔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며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상조회사의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이 취소될 당시 임원 또는 지배주주였던 사람이 다른 상조회사의 임원 또는 지배주주인 경우에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 회사의 등록도 취소해야 하고, 해당 임원이 사임하는 등의 사유로 등록취소 처분 이전에 결격사유가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은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 결격사유자가 상조회사 이름만 바꾸어 계속 상조업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막고 할부거래법이 규정한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 결격사유에 대해 엄격하게 규율함으로써 상조업체의 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재확인 한 것”이라며 “동일한 쟁점으로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다만 대법원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기 위해 상조회사가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도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결격사유의 발생을 회피하는 것을 당사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 위반을 비난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까지 등록취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제한을 두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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