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누락신고로 심사관전결 경고...정식 심의서 감경

▲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심판정 모습.
▲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심판정 모습.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심사관전결 경고 처분에 불복해 정식 심의를 요청한 보람상조라이프(주)에 대해 경고보다 낮은 ‘주의 촉구’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12일 “보람상조라이프의 경고심의요청 건에 대해 제3소회의가 주의 촉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상조공제조합 전산시스템 문제로 누락 발생”

보람상조라이프는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을 누락 신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29일 공정위로부터 심사관(소비자정책국장)전결 경고 처분을 받자 다음달 11월 정식 심의를 요청했다.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고시) 제53조의2(심사관의 전결 등) 제7항은 “경고를 받은 자가 법 위반의 여부 등에 관하여 심의를 요청하는 경우에 심사관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소회의에 상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제3소회의를 열어 보람상조라이프의 경고심의요청에 대한 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피심인 보람상조라이프의 오준오 대표이사는 “선수금 누락 신고가 발생한 것은 선수금 보전을 위한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전산시스템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회사의) 책임 영역을 벗어난 부분이라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2010년 9월 공정위의 설립 인가를 받아 출범한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초기 구축한 전산시스템의 미비로 조합사(상조업체)들이 선수금을 누락해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자 2014년 수억원을 들여 새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새 시스템도 오류가 계속 발생했다고 오준오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심사관으로 나선 홍정석 할부거래과장은 “조합 전산시스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신고한 선수금이 조합 전산시스템에 반영되었는지에 대해) 회사도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있는 오준오 대표는 “신고내역과 전산시스템 반영 내용을 확인하려고 해도 조합이 허용하지 않는다”며 “조합 회원사가 1년에 한번이라도 맞추어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의에 참여한 한 상임위원이 “이해가 안된다”며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있으니)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준오 이사장 직무대행은 “위원님의 말씀을 명심해 반영하겠다”면서도 “(그렇게 하려면) 이사회를 통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답변했다.

공정위 제3소회의는 보람상조라이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초 처분인 ‘경고’보다 낮은 주의 촉구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주의 촉구는 무혐의는 아니지만 경고와 달리 법 위반에 따른 벌점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지난해 5월 4개 면세점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게 하게 한 행위 건에 대해 인정되는 사실만으로는 합의 및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도 장래 법 위반 예방을 위해 '주의 촉구'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다.

보람상조라이프는 상조상품계약을 해지한 소비자에게 법정 해약환급금 일부를 주지 않아 2015년 5월 심사관전결 경고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장 2010년부터 내리 공정위 출신...결국 중도사퇴 불러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은 2010년 9월 출범 때 잠시 상조업체 관계자가 맡았지만 같은 해 12월 제2대, 2013년 12월 제3대, 2017년 1월 제4대까지 내리 공정위 출신 인사가 맡았다.

제4대 박제현 이사장은 조합 교육훈련비로 책정된 예산 1000만원 중 800만원을 개인적 교육비로 집행한 사실 등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후 12월 중도에 퇴임했다. 이에 보람상조라이프 오준오 대표가 현재 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제3소회의 심의에서 한 상임위원이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건의사항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부탁하자 오준호 직무대행은 “말을 아끼려고 한다. 피심인으로서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말 이사장 직무대행에 지명된 오준오 대표는 “조합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출범 초기 87개였던 공제계약 체결사는 25개로 줄었다”고 공정위 출신 이사장의 방만 경영을 에둘러 비판했다.

▲ [출처=한국상조공제조합 홈페이지]
▲ [출처=한국상조공제조합 홈페이지]
오 이사장 직무대행은 이어 “조합사의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 등록취소 또는 폐업 등으로 소비자피해가 발생해 조합이 지급해야 할 1900억원대의 보상금 중 실제 지급한 금액은 1450억원”이라며 “조합이 공제계약 대가로 확보한 출자금 및 담보금은 450억원에 불과해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조합사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한국상조공제조합 소비자피해 보상 현황에 따르면 등록취소 등으로 조합이 현재 보상 중이거나 보상을 마친 36개 상조업체의 회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은 197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지난해 말까지 지급한 보상금은 1451억원이었다.

올들어 선수금이 700억원에 가까운 천궁실버라이프가 등록취소돼 조합이 피해보상을 실시해야 해 손실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지난해 58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말 현재 미처리결손금은 538억원으로 출자금 407억원을 훨씬 상회했다.

공제조합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공정위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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