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화점-마트 사전신고 의무 폐지”로 가격인하 포석

▲ 홍남기 부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홍남기 부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기능식품 규제혁신이 완료되면 다단계판매업체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건강기능식품의 개발·제조·판매 등 제반 규제혁신과 함께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규제·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총 31건의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건강기능식품 분야 규제혁신 방안 중 하나로 정부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사업자의 사전신고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건강기능식품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업소별로 제4조에 따른 시설을 갖추고 영업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군구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6조 제2항).

하지만 약사법(제20조)에 따라 개설 등록한 약국은 사전신고 없이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영업장 면적이 300㎡(제곱미터) 이상으로 식품위생법에 따라 기타 식품판매업으로 분류돼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백화점, 슈퍼마켓, 대형마트에 대해서도 약국과 같이 사전신고 없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정부는 조속한 국회 입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18일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대한 사전신고 의무 폐지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가격은 다단계판매·방문판매업체들에 의해 왜곡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셀러 마켓을 바이어 마켓으로 전환시켜 가격 인하 유도를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기능식품 세계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1289억달러로 연 평균 7.3% 성장해 2020년에는 155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437억달러(33.9%)로 가장 크고, 이어 중국 188억달러(14.6%), 일본 110억달러(8.6%) 순으로 한국은 23억달러(1.78%)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강기능식품법이 개정돼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사전신고 없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게 되면 이를 주요 품목으로 취급하는 다단계판매 업체들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이사장 오정희)이 최근 발간한 ‘2018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공제계약을 체결한 다단계판매업체가 지난해 올린 총 매출액은 3조3837억원으로, 이중 건강기능식품이 매출 비중이 54%로 가장 높았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사장 유재운)에 속한 조합사 중 상위 10개사의 매출액은 1조4992억원으로, 건강기능식품 및 건강식품이 38.1%를 차지했다. 이어 화장품 19%, 생활용품 18% 순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공개를 보면 2017년 총 1조279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암웨이는 건강기능식품 더블엑스 리필 971억원, 인테스티플로라 756억원어치를 판매해 매출 상위 1, 3위를 기록했다.

애터미는 같은 해 9016억원의 총 매출액 중 건강기능식품 헤모힘이 1691억원을 차지했다. 한국허벌라이프는 매출 상위 1~5위 품목이 모두 건강기능식품인데 이들 품목의 합계 매출액은 880억원 가량으로 전체 매출(1925억원)의 45%에 달했다.

식약처가 홈페이지 올린 ‘2016 건강기능식품 국내시장 규모 동향 분석(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2017년 8월 작성)’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건강기능식품 수입액은 총 5억675만2000달러를 기록했는데 업체별 수입액은 국내에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한국암웨이가 1억2457만7000달러(24.6%)로 가장 많았다. 유니시티코리아(8551만달러, 16.9%),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904만달러, 1.8%), 한국허벌라이프(643만달러, 1.3%)가 10위 안에 들었다.

▲ 건강기능식품 수입액 상위 10위 품목(단위=천달러). [출처=2018 식품의약품 통계연보]
▲ 건강기능식품 수입액 상위 10위 품목(단위=천달러). [출처=2018 식품의약품 통계연보]
2017년 건강기능식품 수입액(총 5억961만9000달러) 1위 품목은 비타민/무기질로 전체 수입액의 19.9%인 1억147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암웨이는 매출 1위 품목 더블엑스 리필을 비타민/무기질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건강기능식품 수입업체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기능성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입식품 변경신고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국내에서 제조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만 변경신고가 가능하고 수입품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노태운-김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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