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 “처음 구축 시스템에 문제…업체서 악용”

“그동안 한국상조공제조합 홈페이지에서 (조합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상조회사 상품을 계약한) 소비자가 상품가입 내역과 납입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제조합이 지난해 4월부터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나섰고, 다음달 7일 통합정보시스템을 오픈한다고 며칠 전 조합이 (조합사에) 공문을 보내왔어요”

한국상조공제조합(이사장 장득수, 이하 한국상조)과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 상조회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상조 홈페이지 해당 서비스에서 소비자가 공제증서번호를 입력하면 어느 상조회사에 가입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얼마짜리 상품인지, 납입한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제규정 “납입내역 홈피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국상조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또 다른 상조회사 관계자도 동일한 지적을 하면서 “소비자가 한국상조에 가입상품 내역, 불입금, 해약 시 해약금이 얼마인지를 확인 요청하면 ‘해당 상조회사에 직접 문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상조가 구축한 통합정보시스템이 조합사의 전산 프로그램과 제대로 연동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공제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공제번호를 입력하면 자신이 가입한 상조회사 확인은 가능하지만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한국상조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다수의 상조회사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국상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가받은 공제규정 제21조(공제조합의 공시) 제2항은 “공제조합은 수혜자(소비자)가 공제번호를 입력하여 공제계약자(상조회사)와 가입 계약한 수혜자의 상품가입내역, 납입내역, 계약한 공제계약자의 내역 및 공제보증내역을 홈페이지(http://www.kmac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제규정과는 달리 2010년 9월 공정위로부터 인가받아 설립된 한국상조의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최근에야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상조와 같은 상조업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인 상조보증공제조합(이사장 윤용규)은 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을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상조 고위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만나 “(2010년 공제조합 설립 당시인) 전산시스템 개발 초기 당시부터 납입내역과 상품가입내역 모두 확인 가능했다”며 “우리 공제조합 홈페이지에서 공제증서번호를 입력하면 납입내역과 상품가입내역을 알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국상조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 상조회사에 가입한 A씨는 “최근 한국상조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소비자피해보상증서(지급의무자 발급)에 ‘계약상품’ 항목이 있어 계약한 상품 금액, 납입 횟수, 월불입금 총액 확인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담보금 예치 부담 줄이려 선수금 누락 신고”

한국상조가 처음 구축한 통합정보(관리시스템)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나 일부 공제계약 체결 회원사가 이를 교묘히 이용해 조합에 납부해야 할 담보금(출자금 포함) 부담을 줄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수의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상조 전산시스템의 미비점을 악용해 일부 조합사가 ‘담보금 예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합에 허위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선수금 누락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는 상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2010년 9월 18일 시행된 할부거래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상조는 공정위로부터 인가를 받기 전인 같은 해 4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두 차례 유찰을 거쳐 B사가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설립준비위원회는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 감리까지 진행한 후 “상조공제조합 통합관리시스템 구축과 관련 상조공제조합과 공제계약사 간의 서버연동에서의 통신보안을 위해 VPN 서버장치를 도입하였으므로 공제계약 시 VPN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부가세포함 30만원)를 구입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렇게 구축한 한국상조의 통합관리시스템은 당초 목표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상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상조가 설립된 2010년 12월 취임한 김범조 전 이사장은 2012년 초 상조업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한해 공제조합의 기능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이와 함께 공제규정 개정, 통합정보시스템 진단과 조합의 재무적 안정성 및 발전 방안에 대한 용역을 추진한 바 있다”며 “금년에는 그 동안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통합정보시스템 전면 개편, 조합의 재무구조 확충과 신규 공제계약 실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상조는 지난해 4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한 차례 유찰 끝에 같은 해 6월 구축 사업자로 C사를 선정했다.

같은 해 5월 16일 한국상조는 “조합에서 운영 중인 증서출력서버의 장애로 소비자피해보상증서의 출력서비스가 일시 중단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상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상조가 처음 구축한 전산시스템(통합관리시스템)에 하자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액의 비용을 들여 새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상조는 지난달 17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감리사업 입찰공고를 내 D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한국상조는 최근 각 회원사(공제계약사)에 공문을 보내 “4월 7일 통합정보시스템이 오픈된다”며 “사전에 안내한 연계모듈 적용 만료기한(3월 20일)이 만료되었음에도 참여가 저조해 통합정보시스템 오픈 시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개선된 선수금 신고방식의 적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공정위 “한국상조 측서 부인… 현장조사 계획”

상조회사가 공제조합에 계약해지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매출을 누락시킬 경우 피해(공제금 지급사유)가 발생해도 소비자는 공제조합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어 소비자피해로 이어진다.

KBS는 지난 18일 “4년 전 가입한 상조회사가 곧 부도난다는 소식을 들은 박모(36)씨가 납입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회사를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며 “(납입금의) 절반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공제조합을 방문했지만 허사였다”고 보도했다.

박씨가 가입한 상조회사가 소비자피해 보상을 위한 선수금 보전계약을 체결한 공제조합 내부 전산망에는 박씨가 2년 전 이미 상조상품을 해약한 것으로 돼 있어 공제조합에 예치금이 적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KBS는 덧붙였다. 박씨가 가입한 상조회사는 한국상조와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박씨는 지난 2010년 6월 B상조업체와 240만원짜리 상품을 계약했다. 월 납입액은 4만원이었고 만기일은 2015년 5월이었다.

박씨는 상조상품 계약 직후 상조회사로부터 회원증서를 받았다. 회원증서에는 증서발행일, 상품금액, 만기일자, 월 납입액, 납입기간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상품을 계약한지 1년 5개월이 지난 2011년 11월말 박씨는 한국상조로부터 ‘소비자피해보상 증서’를 받았다.

▲ 경북 구미시에 사는 박모씨가 지난 2011년 11월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받은 소비자피해보상증서(지급의무자 발급). 증서에는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이 없었다.
▲ 경북 구미시에 사는 박모씨가 지난 2011년 11월 한국상조공제조합으로부터 받은 소비자피해보상증서(지급의무자 발급). 증서에는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이 없었다.

소비자피해증서에는 지급의무자인 한국상조의 상호와 소재지, 대표자 성명을 비롯해 해당 상조업체 이름, 피보험자 또는 수혜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의 종류,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의 계약기간, 소비자피해보상금지급사유, 소비자피해보상금액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소비자는 납입내역에 따라 공제조합으로부터 소비자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총 불입금이 얼마인지 여부는 소비자에 꼭 필요한 정보다.

예컨대 총 300만원을 납입한 소비자의 경우 상조업체 폐업 등으로 소비자피해보상지급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공제조합은 소비자 납입금의 50%인 1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상조의 통합관리시스템 문제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이 한국상조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오늘(25일) 한국상조 측에 확인해보니 ‘조합 홈페이지에서 상품가입내역과 납입내역을 확인하는 작업이 과거에도 계속되어 왔다’고 밝히고 있어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가 점검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순희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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