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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 가격한도 일률 제한 재고할 필요”서종희 교수 “행정기관이 160만원 설정 국가 후견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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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5  12: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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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희 교수(왼쪽)는 한국소비자법학회가 10월 23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다단계판매 개별 재화 160만원 가격한도 설정은 국가의 후견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직접판매공제조합]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판매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은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가격에 대한 한도를 설정하는 것으로 국가의 후견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 서종희 교수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소비자법학회(회장 이병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건국대법학연구소와 함께 ‘방문판매법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일정한 규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행성을 방지할 수 있는데, 개별 재화 가격을 16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는 거래내용 자체에 대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실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내용 자체에 대한 규제는 시장메커니즘을 보완하는데 그치지 않고 교정까지 한다는 점에서 개별 당사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판매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제23조(금지행위) 제1항 제9호에 “다단계판매자는 ‘상대방에게 판매하는 개별 재화 등의 가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도록 정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판매상품 등에 대한 가격 제한)는 “법 제23조 제1항 제9호(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 포함)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16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종희 교수는 “가격에 대한 통제는 본질적인 내용통제로서 평균적 소비자가 아닌 개별 당사자로서의 소비자보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평균적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용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개별 당사자로서의 소비자가 가지는 자기결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행정편의주의를 위한 것으로 역학적인 우위에 있는 국가행정기관에 의한 사적 자치의 침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법을 전공하는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합리적인 무시’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내용통제의 정당화는 인정되지만 개별 재화 가격제한은 합리적인 무시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관심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통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무시는 비판을 했을 때 얻는 소득이 비판을 하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소득보다 적은 경우 무시를 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익집단이 정부에 10억원 가량의 로비를 통해 사업독점권을 따내 100억원의 이익을 보는 반면 소비자 개개인은 500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에 항의해 이익집단의 행동을 무산시키는 데 드는 소송비용이 5억원에 이른다면 소비자 10만명이 모여도 한 사람이 5000원의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소송을 거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불공정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익단체의 행동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 ‘합리적인 무시’라고 한다.

서 교수는 “소비자는 본인이 지불할 가격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그 지불금액을 통해 본인이 취득하는 반대급부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며 “소비자 본인이 그 이용 내용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가 지출할 수 있는) 가격에 대한 한도까지 설정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후견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재화의 가치와 재화가 가지는 특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며 “금액으로 상한선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정부의 편의적 발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와 소비자가 관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방문판매법 주무부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이동통신상품을 취급하는 4개 다단계판매업체가 160만원을 초과하는 통신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휴대폰 단말기와 약정요금(이동통신서비스)을 합친 금액이 160만원을 넘어 개별재화 가격 초과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 업체가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한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분리돼 있어 휴대폰 이용요금과 단말기 가격은 각각의 상품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다단계판매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노태운기자  |  nohtu@maeilmarke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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