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대회 개최에 산업부 "관리감독 소홀함 없도록 할 것"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가 주도해 지난달 28일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주유소공제조합 설립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 주유소업주는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주유소협회가 공제조합 발기인대회를 긴박하게 결정해 1만2000여 회원사에게 그 일정 등을 안내하지 않았다"며 발기인대회 개최를 중단시켜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같은달 31일 "민원 내용을 확인한 결과 주유소협회는 24일 회원사에게 발기인대회 개최를 안내하였다고 전해왔다"고 답변했다.

◆주유소협회, 발기인대회 4일 전 안내우편 발송

주유소협회는 지난달 28일 협회 사무실에서 김문식 회장 등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제조합 설립 발기인대회를 개최해 김 회장 등 4명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 지난달 28일 한국주유소협회 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제조합 발기인대회 모습.
▲ 지난달 28일 한국주유소협회 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제조합 발기인대회 모습.

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각 지회에 공문을 보내 발기인대회 개최를 알리며 "지회에서는 첨부한 주유소공제조합 발기인 모집 배정안에 따라 발기인 모집에 적극적인 협조를 해달라"며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회원사로부터 별첨 서류를 제출받아 25일까지 협회 중앙회로 통보바란다"고 요청했다.

배정안은 서울 12명, 부산 10명 등 각 지회별 배정 인원(총 250명)을 담았고, 별첨은 공제조합 설립 발기인 참여 동의서, 출자약정서, 위임장이었다.

주유소협회가 각 지회에 발기인대회 개최를 공지한 날은 공제조합 설립의 근거가 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이 공포되기 하루 전이었다.

주유소협회의 공문을 받은 한 지회는 다음날인 18일 발기인대회 개최와 참여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회 회원사에 보내며 “시일이 급해 우편발송은 하지 못하고, 문자발송과 함께 이메일로 공문과 자료를 발송한다”고 적었다.

주유소협회가 공제조합 설립 발기인대회를 서둘러 개최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문서다.

또 산업부가 답변한 “주유소협회는 24일 회원사에게 발기인대회 개최를 안내했다”는 내용은 협회가 회원사들에 발기인대회 개최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우편으로 보낸 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관계자는 기자가 지난달 24일 “협회가 공제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밀실 추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거론하자 “오해다. 협회는 오늘 발기인대회 일정과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협회가 24일 우편으로 보낸 ‘주유소 공제조합이 설립됩니다’는 제목의 공문에 적힌 날자는 이보다 나흘 앞선 20일이었다.

하지만 주유소업주들은 “협회가 24일 우편으로 보낸 공문은 27일 이후 회원사에 도달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유소협회가 각 지회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발기인 참여 희망자 서류 제출 기한은 이에 앞선 25일이었다.

◆산업부 “구체적 시행령‧시행규칙 마련 작업 중”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단체인 주유소협회가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것을 가지고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도 “개정 석대법에 따르면 산업부가 주유소공제조합 설립 인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립 절차와 관련한) 관리‧감독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제조합 설립 근거가 되는 석대법 개정안이 지난달 18일 공포되었지만 시행일은 6개월 이후”라며 “법 개정에 따른 구체적 시행령, 시행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는 석대법 개정안이 공포된 지 10일 만에 공제조합 설립 발기인대회를 개최했지만 일반적으로 발기인대회 개최에 앞서 먼저 발족시키는 설립추진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발기인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그동안 협회가 운영해 온 공제조합 설립 TF(태스크포스)를 추진위원회로 격상시키는 안을 마련해 4월 이사회에 상정하려고 했지만 이 안이 이사회가 의결해야 하는 게 맞는 지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다”며 “이 문제를 오늘 발기인대회에서 논의할 예정”고 밝혔다.

주유소협회가 공제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추진위원회를 먼저 운영하지 않고, 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할 발기인을 서둘러 구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유소협회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주유소공제조합 추진 기획(안)’에 따르면 발기인대회 개최에 앞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개정 석대법 시행령이 5월까지 개정되면 같은 달 공제조합 설립동의서를 산업부에 제출한 후 다음달 6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개정 석대법이 시행되는 9월 공제조합 사업을 시작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유소업주들이 공제조합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회원사가 아닌 협회를 위한 공제조합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어 주유소공제조합 설립은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실제 출범까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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